요즘 브랜드는 왜 3PL 사업에 뛰어들까

판매 기업들이 물류 사업을 한다고?

by 엄지용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2월 26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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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콘텐츠 다음의 질문

커넥터스는 지난 몇 년 동안 유통·물류 산업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기록해왔습니다. 누가 어떤 전략을 선택했고, 어떤 구조가 작동했으며, 어디에서 비용이 발생했는지 분석해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고민이 따라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콘텐츠는 방향을 설명합니다. 사례는 맥락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실행은 결국 각 조직의 몫입니다. 그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습니다. 솔루션을 소개하는 것과, 실제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은 다릅니다. 콘텐츠로는 산업을 설명할 수 있지만, 도입의 판단 기준까지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구조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번 주, 커넥터스는 커머스와 물류 운영 고도화를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한데 모은 ‘솔루션 바우처북’을 공개했습니다. 실제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검증할 수 있는 기회, 일정 기간 적용 가능한 전용 및 할인 제안을 여러 기업들과 협력하여 커넥터스 구독자 여러분께 제공합니다.


모든 조직에 맞는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식 콘텐츠를 전달하는 미디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운영 고도화를 위한 솔루션을 검토 가능한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콘텐츠가 산업을 읽는 창이라면, 바우처북은 실행을 지원하는 작은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시작 단계입니다. 반품 등 CS 대응을 위한 포장 영상 촬영 솔루션을 첫 사례로 공개했고, 다음 주에는 포장용 박스 구매 지원 바우처, 이후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컨설팅이나 운송 및 3PL 서비스, 공급망 금융 지원 바우처 등을 하나둘 추가해 나갈 것입니다. 벌써 10여 개의 솔루션 및 서비스 기업들과 협력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시장은 이렇게 콘텐츠만으로 닿지 않던 영역으로 조금 더 넓어집니다. 그 도전을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시고, 관련 솔루션 기업들의 협업 문의 역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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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판매 기업들이 물류 사업을 한다고?

요즘 유통기업을 넘어 브랜드 기업들까지 ‘물류’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브랜드 기업은 제품을 만들거나 소싱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마케팅을 하는 조직이니까요. 물류는 판매 이후 조용히 돌아가는 기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직접 물류를 하겠다고 합니다. 심지어 3자 물류(3PL) 서비스를 외부 브랜드에 제공하겠다는 곳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 법한 회사들의 이름을 나열해 볼까요. 동남아시아에서 물티슈 1위를 만든 브랜드 기업 ‘플로위드’는 최근 다른 브랜드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대신 판매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현지 유통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며, 운영 구조를 세팅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물량을 기반으로 확보한 물류 단가를 외부 브랜드와 공유합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얼라이언스’ 구조가 형성되고, 물류는 그 구조를 굴리는 핵심 장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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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노쉬, 클룹 등을 보유한 브랜드 기업 이그니스 역시 유사한 방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며 확보한 물량을 기반으로 물류 자회사를 설립했고, 더 나아가 외부 브랜드의 물류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운영을 통합하며 만든 원가 경쟁력을 외부에 개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물류는 독립된 사업이면서 동시에 브랜드 성장 구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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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브랜드 ‘가히’의 행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가히는 최근 자사 브랜드를 넘어서 플랫폼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외부 3자 브랜드의 입점을 받는 구조를 만들고 있고,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전제로 한 3자 물류 사업 모델까지 정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사 상품을 위해 구축해 놓은 마케팅·채널·물류 인프라 위에 외부 브랜드를 얹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브랜드가 사용하던 인프라를 ‘공용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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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시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케팅과 판로가 먼저이고, 물류는 그 뒤를 받친다는 점입니다. 물류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물량’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량은 저절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잘 팔리는 채널을 찾고, 입점하고, 마케팅을 집행해야 만들어집니다. 결국 채널과 마케팅 역량을 확보한 기업만이 물류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브랜드 기업들의 물류 사업은 흥미롭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 창고 운영이나 포장, 배송 위탁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들이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축적한 채널 이해도, 마케팅 실행력, 운영 노하우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외부에 제공하고, 그 안에 물류를 포함시키는 구조가 하나둘 나오고 있죠. 말하자면 물류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성장 구조’를 판매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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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가 브랜드의 ‘돈’이 되는 이유


브랜드 기업은 왜 굳이 물류까지 하려는 걸까요. 그 안에는 꽤 현실적인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핵심은 ‘물량’입니다. 자체 브랜드로 연 매출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 이상 규모를 만들어낸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물량은 곧 협상력으로 이어집니다. 국내 택배사든, 해외 특송사든, 포워딩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물량이 없는 업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단가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사업 기회가 생깁니다. 이미 확보한 단가를 외부 브랜드와 공유한다면 어떨까요. 브랜드 기업은 일정 마진을 남기면서도, 외부 브랜드에게는 개별 계약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추가 수익이 생기고, 외부에는 비용 절감 효과가 생깁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작동 원리는 명확합니다.


특히 소비 침체 국면에서는 이 모델의 매력이 더 커집니다. 브랜드 기업 입장에서 매출은 불확실합니다. 광고비는 오르고, 전환율은 흔들리고, 재고 부담은 커집니다. 반면 물류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습니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에 외부 물량을 얹는다면 고정비는 분산되고, 수익 구조는 안정됩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운영 과정에서 만들어낸 ‘규모의 경제’를 외부에 판매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런 역할을 기존 3PL이나 포워딩 기업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이는 앞단에 있습니다. 브랜드 기업은 물류를 넘어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실제로 성장 과정에서 활용했던 판로 개척 전략, 마케팅 실행력, 채널 운영 경험까지 함께 제안합니다. 특히 글로벌 진출처럼 가치사슬이 복잡한 영역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납니다. 단순 운송이 아니라, ‘판매 구조 전체’를 설계해주는 접근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소형 브랜드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현지 채널 입점, 광고 집행, 인플루언서 협업, 물류 셋업까지 각각 따로 계약해야 한다면 부담은 상당합니다. 반면 하나의 브랜드 기업이 “우리가 실제로 해본 구조 그대로 세팅해드리겠다”고 제안한다면 의사결정은 훨씬 단순해집니다. 물류는 그 패키지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됩니다.


이 구조에서 물류는 단독 상품이 아닙니다. ‘성공 가능성’과 함께 판매됩니다. 그래서 지금 브랜드 기업의 물류 사업은 수익 구조 다변화이자 리스크 분산 전략에 가깝습니다. 본업의 성장 둔화를 방어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마진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축입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물류기업은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브랜드 기업들이 물류를 내재화하고, 외부 브랜드까지 흡수하기 시작한다면 기존 3PL과 포워딩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흐름은 분명 위협처럼 보입니다. 기존 고객사였던 브랜드가 이탈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외부 고객사를 두고 직접 경쟁하는 상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사의 물류 진출에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첫째, 이해관계의 문제입니다. 브랜드 기업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경쟁 브랜드가 과연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을까요. 판매 데이터, 재고 흐름, 리드타임 정보까지 공유되는 구조라면 심리적 장벽은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 동일 카테고리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 지점은 오히려 물류기업에게 기회가 됩니다. 중립성은 순수 3PL 기업이 보유한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계열사 물량 없이 성장해온 글로벌 3PL 기업들이 스스로를 ‘중립적 파트너’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페덱스가 아마존과 경쟁하는 기업들의 물량을, 한진이 쿠팡과 경쟁하는 기업들의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둘째, 운영 난도의 문제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3자 물류 운영 역량까지 갖춘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 기업의 설비와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자사 물량에 최적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부 브랜드의 다양한 물성, 특수한 운영 조건, 증가하는 재고 구색수(SKU)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3PL 구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도를 요구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오랜 기간 3PL을 운영해 온 기업의 전문성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물류는 그 자체로 전문화된 산업이자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물류기업 역시 물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채널을 보유한 유통기업, 마케팅 역량을 가진 파트너와 협력하며 통합 제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객군이 겹치고,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패키지 상품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진과 레페리, CJ대한통운과 틱톡의 협력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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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을 흔드는 자가, 경쟁을 주도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사실 브랜드 기업의 물류 진출을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면 국내 대형 물류기업들 역시 대부분 2PL에서 출발해 3PL로 확장해왔습니다.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단가 협상력을 확보하고, 그 경쟁력을 외부로 확장하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물량을 흔드는 주체가 중후장대한 제조냐, 일상 소비재인 브랜드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결국 앞으로 경쟁은 누가 더 물류를 잘하냐보다, 누가 더 ‘설득력 있는 구조’를 제안하느냐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브랜드 기업의 물류 서비스는 성장 서사를 앞세웁니다. 물류기업에는 없는 앞단의 물량 창출 역량이 이들의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물류기업은 중립성과 전문성을 무기로 삼습니다. 한편에서 부족한 앞단의 역량은 마케팅·유통 에이전시와 손잡고 새로운 결합을 시도합니다.


이제 물류만 하는 풀필먼트는 점점 식상해지고 있습니다. 매출을 끌어오는 구조까지 설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이미 아마존, 쿠팡 등 플랫폼의 풀필먼트 서비스의 성장 쏠림 현상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재편의 흐름 속에서, 누가 ‘물량’을 쥐고 있는지가 다시 한 번 시장의 판을 가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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