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커피를 마셔본 적 있는가. 제3세계 개발도상국 커피농장에서 벌어지는 아동착취 등을 막고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이 도입한 무역 시스템으로 수입한 원두 커피다.
공정무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나 초콜렛 뿐 아니라 이제는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처럼 분쟁 지역에서 나온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기 위해 원산지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듯이, ‘블러드 골드’라고 불릴 정도로 열악한 채굴 환경 속에서 노동착취, 환경오염, 부정부패와 연관된 문제를 막기 위해서 공정무역의 개념을 금에도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공정무역 금(fairtrade gold)를 소개한다.
전세계 금 채굴량의 90% 이상은 영세한 소규모 금광이 원산지다. 그러다 보니 불법 채굴에 대한 감시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때문에 수은처럼 채굴 노동자의 신체 건강과 생태계의 환경에 유해한 독성물질을 사용해 채굴을 하곤 한다. 오래 수은에 노출되면서 신장과 뇌가 손상되고 기형아가 출산되며, 수은중독으로 인하여 수질 오염도 심각해져 마시는 물도 더 이상 안전하지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금광이라는 자원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면서 삶은 더 팍팍해지고 아직 학교에 다녀야할 어린이들조차도 금광으로 내몰리게 된다. 자본가나 정치인이 아닌 거주민들에게 금광은 자원의 축복이 아니라 자원의 저주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수와 같은 불법적인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원산지 세탁을 통해 아무 문제없는 금으로 둔갑하기까지 한다.
공정무역을 위해 시민단체와 협동조합들은 열악한 소규모 금광의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채굴 방법을 알려주고 착취당하는 광부와 그 가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사회 개선 활동을 전개한다.
수은을 사용하는 대신 덜 유해한 물질을 통해 금 제련을 돕고, 진공을 활용한 기계장치로 채굴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이 모든 불법적인 유통라인에 대한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투명한 유통 라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인증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공정무역 금을 사용하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몇몇을 소개해본다. 저스트 트레이드(Just Trade)는 2006년 설립된 공정무역 주얼리 기업이다. 공정무역 금으로 만든 주얼리를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으며, 페루, 에콰도르, 인도, 베트남 등지의 장인들과 협업을 통해 주얼리 디자인을 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꾀하고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인 아라벨 레브루산(Arabel Lebrusan)는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채굴된 귀금속과 원석만을 활용해 스페인 시골 마을에 있는 장인들의 세공을 거쳐 만든 주얼리를 판매한다. 15년 전부터 공정무역 금을 활용한 선구자이며 지금까지도 윤리적 소비를 진흥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그 뿐 아니라 화려하고 섬세한 디자인으로 많은 신랑 신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아만다 리 호프(Amanda Li Hope)는 공정무역 금시장을 개척하다시피 했다. 런던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아만다 리 호프는 주얼리 디자인과 세공을 모두 도맡아 하는데, 고객의 스토리를 주얼리에 담겼다는 모토 하에 주문제작인 비스포크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정무역 금 등 윤리적으로 생산된 귀금속만을 취급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소비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소비에 담는 것이 21세기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비 습관이 아닐까 싶다. 아동을 착취하는 브랜드의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피하고,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제품은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품에 담긴 가치를 인정해 구매를 결정하는, 가치를 고려하는 소비자의 모습.
주얼리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수은과 노동착취로 얼룩진 금보다는 더 좋은 생각과 뜻이 담긴 금 주얼리를 구매해보는건 어떨까.
코너스톤은 누군가의 소중한 날, 그 날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수만 시간을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가 합리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돕는 주얼리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