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스쳐 간 구름 한 조각

by 또바기

일에 몰두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창밖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모니터 불빛에만 집중하던 눈은 파란 하늘 속을 부유하는 구름 한 조각에 잠시 멈춘다. 그 구름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흘러가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마음도 따라 흘러간다. 하루의 고단함 속에서도, 구름 하나만으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잠깐의 멈춤이 내 하루를 지탱한다.

구름은 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가볍고 얇은 실처럼 흩어져 있고, 내일은 두툼하게 부풀어 올라 하늘을 가득 채운다. 바람이 빠르게 부는 날에는 구름도 다급하게 흘러가고,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한없이 느리게 머문다. 같은 하늘 아래서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구름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 하루도 저 구름처럼 일정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고.

구름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내가 아무리 서두르고 애써도 구름은 내 속도와 상관없이 제 길을 간다.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는 나와 달리, 구름은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따라간다. 그 무심한 흐름 속에서 오히려 큰 위로를 얻는다. 멈추지 않아도 되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있는 그대로 흘러가도 괜찮다는 것. 구름은 말없이 그 사실을 알려준다. 나도 결국은 저 구름처럼 흘러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창밖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기억이 스친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창문 너머 구름을 바라보다가 혼이 났던 순간, 여행길에서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라본 드넓은 하늘, 그리고 퇴근길에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 저녁 구름까지. 구름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늘 그것을 바라보았다. 구름은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머물지 않았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는 늘 같은 위로로 남아 있었다.

사무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구름에 가려질 때가 있다. 방금 전까지 환하게 빛나던 공간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다시 구름이 흘러가면 또다시 밝아진다. 그 짧은 변화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 삶도 그렇게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스친다. 늘 밝기만 한 날도 없고, 늘 어둡기만 한 날도 없다. 구름의 흐름처럼, 모든 것은 잠시 머물다 흘러가고 다시 바뀐다. 그 단순한 사실을 구름이 일깨워준다.

나는 가끔 구름에게 마음을 빌려본다. 힘든 날에는 무거운 구름에 내 마음을 실어 흘려보내고 싶고, 가벼운 날에는 하얀 구름에 내 웃음을 태워 하늘 끝까지 올리고 싶다. 물론 구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구름은 내가 다 담아내지 못한 감정을 대신 흘려보내주는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창밖으로 스쳐 간 구름 한 조각은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또 다른 문장이다. 일에 치여 고개를 들지 못한 날에는 그 문장을 놓치지만, 문득 눈길이 닿는 순간, 나는 다시 나를 되찾는다. 구름은 내 하루의 공백 같은 존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러나 가장 필요한 시간. 그 공백이 있어야 나는 다시 일의 리듬을 이어갈 수 있다.

오늘도 창밖에는 구름이 흘러간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낼 것이고, 누군가는 나처럼 잠시 멈추어 그것을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구름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길을 갈 뿐이다. 나는 그 무심한 흐름에 위로를 얻는다. 내 삶도 결국은 이렇게 흘러가는 중이라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을 살아낼 힘이 생긴다.

구름은 사라지지만, 그 순간은 내 안에 남는다. 창밖으로 스쳐 간 구름 한 조각이 내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이유다. 나는 내일도, 모레도, 언젠가 다시 그 구름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나를 찾을 것이다. 구름은 늘 그렇게 내 하루를 가볍게 해주는 동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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