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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Nov 26. 2023

퍼스널 브랜딩은 어떻게 하냐구요?

퍼스널 브랜딩과 기업 브랜딩의 차이

 일반적으로 기업의 마케터나 브랜딩 전문가로 경력을 쌓고 퇴사한 후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저는 브런치의 작가로 1인 방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하다가 한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커리어패스와 역행하는 경우죠.


 어떤 사람들은 퍼스널 브랜딩을 하듯 기업 브랜딩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전혀 다른 장르입니다. 똑같이 글을 쓴다고 해서 소설가가 기자처럼 글 쓰기도 어렵고, 반대로 기자가 소설을 쓰기도 어렵죠. 같은 글쓰기라도 결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브랜딩이어도 퍼스널 브랜딩과 기업 브랜딩은 결이 다릅니다. 그래서 기업의 브랜딩은 잘해도 퍼스널 브랜딩은 잘 못하는 경우도 있고, 퍼스널 브랜딩은 잘해도 기업 브랜딩은 영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퍼스널 브랜딩과 기업 브랜딩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1. 퍼스널 브랜딩은 내가 곧 상품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SNS,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콘텐츠로 자신을 홍보한 후 책이나 강의를 팔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본인 홍보를 하는 겸 자신의 업장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어요.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들도 자신의 이름값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하니 퍼스널 브랜딩을 소홀히 할 수는 없죠.    


    유려한 말솜씨든, 예쁘고 잘생긴 외모든, 화려한 경력이든 퍼스널 브랜딩은 본인의 매력이 근본적인 콘텐츠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과 비슷한 자기 연출이 필요합니다.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아이돌 가수들도 회사에서 정해준 '콘셉트'가 있었거든요. 소녀시대 티파니에게 예쁜 눈웃음과 영어 잘하는 콘셉트를 정해준다거나, 제시카에게 도도한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밀어주면서 특정 이미지를 강조하는 거죠. 인간의 성격은 복합적이지만 그 내면을 한정된 시간 안에 보여줄 수 없으니 빠르게 각인시킬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나중에 팬들과 친근해지면 몰랐던 성격들을 발견하면서 팬들은 '갭모에'라는 또 다른 매력을 소비합니다. 마냥 해맑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노력파라거나, 냉정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속이 여리다는 식의 반전매력은 평면적인 캐릭터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주며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에도 초반엔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콘텐츠를 발행합니다. 콘셉트이란 경력이나 직업보다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 같은 추상적인 성격을 말합니다. 냉철하고 분석적인 전문가 콘텐츠를 만든다면 글도 다소 정제된 언어로 쓰는 것이 알맞죠. 'N잡 하는 엄마' 콘셉트로 만든다면 초반에는 엄마들이 관심 있어할 주제나 아이들 관련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본인이 상품이 된다면, 기업 브랜딩은 주력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 상품의 특장점을 찾고 타깃 고객들에게 소구 될 브랜딩 스토리를 알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분석과 경쟁사 비교입니다. 시장 조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업 브랜딩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도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자신의 소구점 찾기와 경쟁자 분석이더군요.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에서는 경쟁자 분석보다 자기 성찰이 더 중요합니다. 본인의 취향, 가치관,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차별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부터 추천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에서는 내 인생사가 곧 브랜드스토리가 되거든요.  


 2. 의사 결정의 속도와 이해관계자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는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반응이 없으면 바로 글 쓰는 스타일이나 주제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기고 조회수나 좋아요를 피드백 삼아 소위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제가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 스타벅스의 신메뉴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벅스 신메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크게 매력적인 글이 될 수 없었습니다. 조회수도 좋아요도 별로 높지 않았어요. 그 후 굿즈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많이 넣어서 글을 썼는데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어요. '나만 쓸 수 있는 글'과 '독자들이 궁금해할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스타벅스 신메뉴의 칼로리를 궁금해할 사람 있을 거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1) 다이어터가 궁금할 만한 정보-칼로리, 당류, 지방- 등을 안내하되 읽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단위를 변경했습니다. 칼로리는 햇반 1 공기 분량, 당류는 각설탕 1개, 지방은 버터 1 테이블 스푼 등의 단위로 환산했어요.


    2) 스타벅스 직원들은 신메뉴를 미리 맛보기 때문에 샘플 음료와 푸드의 맛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솔직하게 글에 반영했습니다. 직원들끼리 추천하는 꿀조합 메뉴나 더 맛있게 먹는 팁 등을 반영했죠.


    3) 스타벅스 직원들이 바 뒤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추가해서 현장감을 살렸습니다. 예를 들어 망고 블렌디드가 스타벅스 직원들 사이에서 '숙취해소 음료로 통용된다.' 이런 내부자들의 정보들 말이죠.


    글을 개선하고 난 후 조회수가 순식간에 8만이 넘더라고요. 제 글쓰기 전략이 통했던 거죠.     


    반면 기업의 콘텐츠를 만들 때는 혼자 시행착오를 겪기가 어렵죠. 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획서의 형태로 팀원들과 공유해야 하고 이미지를 만들 때는 디자이너와 영상을 제작할 때는 영상 콘텐츠 팀과 협업할 때가 많습니다. 협업을 위해서는 내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협조를 요청하고 마감 시한을 정하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는 이 모든 걸 혼자 해냈지만 회사에서는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결정의 시간도 더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검증되고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3. 높은 자유도와 유연함 vs 탄탄한 기획과 계획  

 퍼스널 브랜딩은 높은 자유도가 특징입니다. 초반에 콘셉트를 하나로 정했다고 해도 잘 통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바꿔볼 수 있죠. 팬이나 독자와 소통하면서 콘텐츠의 방향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1인 방송을 했을 때 혼자서 많은 주제로 방송을 시작해 봤습니다. 어떤 때는 청취자가 10명 미만이었을 때도 있었어요. 반대로 많은 청취자가 들어와도 제작을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주제는 지속하기 어려웠습니다.  지속할 수 있으면서 차별화된 콘셉트를 잡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주제가 연애 상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연애 상담을 주제로 하는 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났죠. 이 안에서 어떻게든 눈에 띄어야 했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여성들만 모여서 19금 토크하는 방송을 기획했어요. 자극적인 주제가 눈에 띄기도 했고 여성 유저들은 남자 없이 여자들끼리 모인다는 것에 호응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청취자와 소통을 하다 보니 방송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습니다. 역시 여자들에게는 19금 토크라 해도 관계에 대한 고민과 남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비밀들을 고해성사하는 분위기로 흘러갔죠. 후끈한 분위기로 시작한 19금 토크방은 모두 눈물바다가 되어 끝났습니다. 그 덕에 청취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쌓았고 그분들이 '제 방송이 재밌고 유익했다'며 바이럴을 많이 해줬어요. 청취자가 팬이 되고 지속적으로 바이럴을 해주면서 방송이 점점 흥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연애 상담도 과거 연애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기업의 브랜딩은 이렇게 '일단 해보고 반응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방식'을 적용하기 힘들어요. 브랜딩 작업 자체에 많은 시간, 인력,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탄탄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의 목적과 성과 지표, 그리고 콘텐츠의 주제와 문체까지 다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신뢰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도 규칙적이고 계획적으로 올려야 합니다. 콘텐츠 캘린더나 연간 계획 같은 것이 중요할 수밖에요. SNS든 블로그든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올려야 고객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답니다. 아무리 작은 애자일 조직이라도 퍼스널브랜딩을 할 때만큼 빠르고 유연하게 시도하고 변화할 수 없습니다.


 저는 퍼스널 브랜딩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는 여정'이고 '주어진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요.


 사람은 본디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자신의 고유한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 때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그렇게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거죠. 그러나 자신이 누군지 찾는 일이란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입니다. 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퍼스널 브랜딩을 할 수 있다면 누구도 선뜻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할 수 없을 겁니다.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고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콘텐츠의 방향을 결정하고 오디언스들 사이에서 소통하며 자유롭게 다양한 주제를 시도해 보세요. 기업의 브랜딩을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가 있을 겁니다.


 반대로 퍼스널 브랜딩을 하다가 기업의 브랜딩을 시작하면서는 좀 더 진지하고 전문적이며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플랫폼에서 저의 퍼스널 브랜딩도 여전히 진행 중이죠.


AI기술이 도입되고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와중에 우리가 가진 능력, 기술, 지식은 얼마든지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라는 존재의 독창성과 고유함을 찾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요. 퍼스널 브랜딩은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의 특별함을 설득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다양한 맥락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해보세요. 세상에 나가면 늘 당신보다 뛰어난 경쟁자가 있습니다. No.1 이 되려 애쓰지 말고 Only one이 되세요. 오직 당신만이 살아온 인생과 경험이 누군가에 도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어요? 유일한 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진정성 있는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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