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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Mar 30. 2017

새봄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한사람 요기!!!

새봄에 다시 태어나고싶은 한 사람 요기!!!


지난 12월, 

마지막 학기를 끝내고 

 무기력증에 빠졌다.


학교는 당연히 안가니 좋았고

문의도, 자격교육도  

임실장님과 부회장님이 

강의하시니 더 좋았고, 


모든 일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어도  되는,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하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12월이 가고 

해맞이를 하고 

한달이, 그리고 2월이 

따뜻한 바람이 살랑 거리고 

햇살이 포근히 내려주는 3월에도 

난 뚜꺼운 외투를 벗지 않고 

두더지 마냥 숨어 있고 싶어 했다.


오고가는 만남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웃음과 

허허로움을 감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신이 보였고 

그렇게 또 한달이 지나고 있다.


오늘이 언제이더라 

내일이면 무엇이 있더라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 앞에서 

또 그렇게 그렇고 그런 

하루 하루를 죽이고 있었다.


화분을 사다가 

씨앗도 뿌리고 

하루하루 까꿍하면서 

생기를 불어 넣어 보려고 

무던히 애쓴다.


대롱거리는 작은 화분에 

이야기라도 걸어 보려고 

천정을 뒤집어 올려다 보고 

분무기로 뿜뿜도 해보지만 


결론은 

'모든게 다 구찮다'





.

.

터덜거리면서 

걷다가 고속버스를 타고 

떠나보았다.


단발머리, 잠자리 안경 너머로 

까불되던 중학교 동창을 만나 

칼국수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팔아보기도 하고 



볼 품없는 엄마바지 몸빼바지를 

그래도 줄세워 날렵하게 입고 

교문에서 교실까지 

오르막길을 열나게 달리던 그 시절이 

' 야 ! 우리 몸빼바지라서 얼매나 좋았냐'

까르르르 넘어지던 여고 동창도 만났다.



시간이, 세월이 

언제 이렇게 지났는지 

이제는 검은머리가락보다 흰머리가락이 

더 부티나 보이는 우리들.



일 이야기가  아니여서  좋았다.

아무말없이 

소주잔만 홀짝거려도 행복했다.


왜 ? 

그래서 ?

이유를 다그치지 않아서 편했다.


그냥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소주잔을 채워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돌아 앉을 내 자리가 있어서 

편안했다.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앉아 있는 이 자리.



4월은 

돌아오는 4월은 

다시 시작하는 출발선이다.


불러 주는 이들이 있고 

또 가야 할 곳이 생겼다.


힘을 내서 

다시 그 열정을 모아모아서 

새롭게 열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무기력증 안녕, 

게으름병 완치되는 

아름다운 4월에 난 

낯선 길을 걷는다.


2017.03.30.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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