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작가 조준영의 첫 출판계약 소식
작년 8월부터 투고를 시작했다.
대략 50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그중 5곳에서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3곳은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자고 했고, 2곳은 출판 비용을 출판사와 분담하자는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원고를 일부만 수정해 빠르게 출판하는 그림을 떠올렸다.
그래서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방식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한 편집자님을 만났다.
이메일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직접 만나 더 긴 대화를 했다.
그분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새로 쓰는 책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고스럽더라도 완성된 한 권의 책을 읽고 도움과 용기를 얻어갈 독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초가을, 다른 출판사들에는 정중히 거절 메일을 보냈다.
마음이 통한다고 느꼈던 그 편집자님에게서는 한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기대를 내려놓았다.
요즘 같은 출판 시장에서 책을 내보자고 손을 내밀어 준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던 작년 가을, 나는 인생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글로라도 내 마음을 남기고 싶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삶을 재정비하던 중, 그 편집자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출간 기획이 내부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11월 말, 나는 생애 첫 출판 계약서에 서명했다.
슬픔과 상실, 자책 속에 잠겨 있던 나에게 그날은 유난히 기쁜 날이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거의 매일 마시던 독주를 끊고 본격적으로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주 화요일, 편집자님께 원고의 절반 분량을 보냈다.
원래는 2월 말까지 3분의 1을 전달하기로 했지만, 쓰다 보니 책의 1부가 먼저 완성되었다.
아직은 초안이지만 이 페이스라면 2부도 생각보다 빨리 쓸 수 있을 것 같다.
슬픔 속에서 체결한 이 출판 계약 덕분에 나는 회사 일과 원고 작업을 병행하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책이 출판되는 날, 서점에 가서 내 책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