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레 Apr 09. 2016

엄마는 아프지 않아야 한다

벚꽃이 만개한 주말, 감기 몸살을 앓으며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들어오는 길, 이리저리로 손을 잡아 이끄는 둘째 아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 주변을 산책했다. 아빠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둘째는 주말엔 엄마를 아는 척도 안 한다. 그러니 엄마 손을 꼭 잡아 제 뺨에 대 따뜻하고 작은 손길을 놓기가 아쉽다.


 지난밤부터 어쩐지 몸이 좋지 않았다.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터지는 것이 분명 크게 아플 조짐이었다. 늘 피곤하긴 해도 비타민 C를 몇 알 털어먹은 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았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역시나 감기 몸살이 된통 걸렸다. 오후부터는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되어 초저녁부터 자리에 누우니 첫째가 다가와 이불을 덮어주며 말한다.


 "엄마는 아프니까 이불 덮고 누워있어. 기침도 하니까."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서도 일어나자마자 나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엄마, 이제 괜찮아졌어?"


 주말이라 다행이다. 남편이 약이랑 죽, 24시간 영업하는 브런치 가게에 가서 파니니와 커피를 사다 놓고는 쉬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갈 준비를 했다. 옷을 갈아입다 말고 첫째가 갑자기 나를 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프지 마세요. 엄마, 하늘나라 가면 안돼요." 


 "엄마는 금방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말고, 할머니 댁에 가서 먹고 싶은 거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 엄마 보고 싶어 지면 집에 와. 엄마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이를 안심시켜 보내고는 집에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혼자 남게 되었다.

 



 첫째가 둘째만 했을 때가 기억난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집 앞을 꼬박꼬박 산책 나갔더랬다. 추운 겨울에 눈이 내려도 단 5분이라도 집 밖으로 나가 걸어 다녔다.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냥 함께 걷고 주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나날이었다. 둘째를 임신하고 심한 입덧을 시작하면서 그 시간이 끝났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던 첫째 아이. 한여름에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찰싹 붙어있던 내 아기. 입덧이 끝나자마자 맹장 수술을 하고, 출산 후에 조리원 생활까지 '엄마가 아파서 잠깐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채 종종 떨어져 있어야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이는 엄마가 아픈 것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던 게다. 한동안 앓아누운 적이 없어 잊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어딜 부딪히며 아프다는 이야기만 해도 득달같이 달려와 엄마 괜찮으냐고 확인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 전에는 봄이면 벚꽃 구경 가는걸 참 좋아했다. 꽃잎이 떨어지는 길을 걸으며 말랑말랑한 기분을 느끼면 비로소 봄이 온 것 같았다. 아이들이 어려 그간 사람 많고 복작거리는 곳을 다닐 엄두가 안 나서 지나치다가, 드디어 올해는 남산으로 한강으로 때 맞춰 가보나 했다.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아쉽게 되었다.


 이번 주 들어 집 앞에서 아침저녁이 다르게 빠른 속도로 벚꽃 피는 것을 본 걸로 올해의 꽃구경을 대신할 수밖에 없겠다. 대신 꽃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과 손잡고 자주 더 많이 산책하며 봄을 만끽해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