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케터로 전환했지만, 제 원래 꿈은 CFO였습니다.
그것도 최초의 여성 CFO요.
회사에서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지다가
회사 일은 왜 해야하느니,
어쩌다가 이 회사에 들어왔느니,
이런 대화를 하다가 내가 이 회사에 왜 들어왔는지를 뒤돌아보게되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저는,
엄청 패기있고 꿈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이십대 재무인력이었습니다.
정말로 최초의 여성 CFO가 되고 싶었습니다.
마케팅은 이미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 분야였고,
제가 워낙 숫자를 좋아했고
-숫자에 능하기 보다는, 숫자는 논란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개척분야이며 차별화되는 자리였기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해보니
제가 생각해왔던 "재무"가 아니고 "회계"였던 점.
그리고 어찌되었든 제품을 팔아 매출을 내서 이익을 내는 회사 구조에서는 관리회계는 back office이었고,
자유로운 영혼인 저에게는 사무실안에 갇혀있는게 답답하기도 했으며,
특유의 수직적인 분위기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억울했던 것은,
영업이 매출 차질을 내고 손익을 망가뜨렸는데(?)
그 "결과"를 취합하는 제가 왜 혼나야하냐는 것이었죠.
당시에는 참으로 어렸습니다. :)
해당 업무의 Role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억울해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잘 "관리"했었어야 하는 거죠.
그 시점으로 돌아가면 직무 전환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물론, 영업주재때 관리주재원이 참 부러웠긴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관리라는 업무는, 말 그대로 사전에 관리하고 무엇이든 태클을 "걸어야만" 하는 업무입니다. 업무의 정의가 그래요. 잠재적인 리스크를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모든 것을 의심의 눈으로 봐야해요.
다른 것보다 이부분이 제일 저랑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선뜻 관리로 돌아가겠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결산로직을 정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사실;;;;)
그런데 본인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타직무에서 뭐라고 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합니다. 물론 관리도 주어진 롤을 권력으로 사용하면 안되고 적절히 이성적으로 수행해야겠지요.
아무튼 한 때의 꿈은 감히, CFO였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