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왜 해?

연극동아리를 통해 배운 세상살이

by 참치

대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떠나는 신입생 OT는 지금도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설레고 재밌었던 추억이다.

사발식에서 흔히 짓는 표정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알 수 있는 의대생들의 MT 모습과 치과대학의 신입생 OT 및 다른 OT, MT의 모습은 비슷할 것 같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역시 엄청난 양의 술을 큰 대야나 주전자, 사발 등에 넣어 여러 명이 나눠서 마시는 “사발식”일 것이다. 같은 집단의 사람이 봐도 놀라운데 하물며 다른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외에도 메디컬과의 다른 과 신입생 행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 신입생이 돼서 보게 되는 “인사 동영상”이라는 것이다.

인사를 잘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인사 동영상은 신입생 OT를 주최하는 본과 2학년 학생회들에게도 나름 큰 준비 거리이자 골칫거리이다. 아무래도 6년간 학교를 다니다 보니 마주치는 사람도 많고, 선배들이 많다 보니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여러 선배들을 만나며 들은 이야기라곤 “신입생 때는 계속 머리만 숙이고 다녔다.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없다.” 와 같은 고개 들 새 없이 인사를 열심히 하고 다닌 이야기만 들었다. 나도 역시 누나, 형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따르는 입장에서 인사를 잘하고 다녔고 그게 지금까지도 내가 지키는 첫 번째 내 원칙이다.


인사는 단지 길거리나 마주쳤을 때뿐만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인사 문화가 있었다. 악습이라고 생각하는 선배들도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선배들도 있다. 연극동아리에서는 100여 명이 넘는 선배들 중 언제 누가 찾아오실지 모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선배들이 인사하기를 더 강조했다. 내 기준에 술자리에서 인사는 처음 보거나, 잘 모르는 선배님이 있을 때 잔을 채워 찾아가 "같이 술 한잔하며 알아가고 싶다”는 의미에서 인사를 하는 문화를 인사문화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선배들은 그 후배를 잘 모르거나, 후배가 불편해할까 봐 재밌게 마시라며 보내는데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는 모습은 의무감 때문에 하는 거라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사라는 좋은 핑계 삼아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나름의 호감 표현이라고 난 생각한다.


요즘은 인사문화가 확실히 다르다. 내가 느꼈을 때 이전의 인사문화가 좋았고, 후배 중에 인사를 잘해주는 후배가 있으면 나도 덩달아 인사를 잘해주게 되니 보기 좋아서 다른 후배들에게도 인사를 하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여러 후배들에게 인사를 하면 좋은 것 같다며 알게 모르게 인사를 강요하게 됐던 것 같다. 후배들 중 몇몇 후배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왜 인사를 해야 하냐고 되묻는 후배들도 있었고, 잘 모르면 인사를 안 하는 게 당연한 거라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어느 정도 동조하게 됐다. 모르는 사람한테 왜 그렇게 까지 아는 척을 하며 친하게 지내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치과 사회가 워낙 좁다 보니, 한 다리 건너면 이 애가 이렇다 저렇다 는 등의 이야기를 금방 들을 수 있다 보니 해서 다른 어떤 특별한 능력으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인사하나 정도 잘해서 나쁠 건 없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인사를 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인사를 잘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7년 가까이 해왔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 그 인사 잘하는 학생", "인사 잘하는 선생님".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경비아저씨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도 나를 그렇게 기억해주며 말해주셨다고 한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웃는 얼굴로 인사를 자주 하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다.


영화 패치 아담스를 보면 패치가 영화 스파이더맨처럼 어딘가에 매달려서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환자의 마음에 닿았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녕 실험이라고 하며 인간은 인사를 하면 대응하여 인사하는 짜인 반응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게 사실이지만, 짜인 반응을 바꿀 수 있다며 한계를 바꾸고 상황을 바꾸는 실험을 한다.

<정상적인 한계를 바꿈으로 짜인 반응을 멈추려는 노력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

비록 내가 하는 것은 그냥 평범한 인사이지만 그 평범하고 단순한 인사조차 하지 않는 이런 세상에선 단순히 웃으며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한번 해보자.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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