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Jul 10. 2018

우리도 결혼을 생각한다. 20대의 결혼 생각 엿보기

없으면 안 되는 내 짝꿍, 5년 차 커플 이야기

매년 4월이면 벚꽃과 함께 대학교 캠퍼스에서는 많은 커플이 탄생한다. 

여기 새내기와 선배로 만난 캠퍼스 커플이 있다. 이 커플은 에디터가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1900일, 5년을 함께 보낸 커플이다. 필자는 둘의 기념일마다 사진을 찍어준 게 벌써 수십장이 될 정도로 늘 이 커플의 기념일을 챙겨주곤 했다. 항상 옆에서 친구로서 이 커플을 봐왔지만,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니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럽기도 했고


5년을 만난 이 커플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대의 반을 달리고 있는 그와 그녀가 느끼는 결혼에 대해서 새삼 궁금해졌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이 커플에게 취중 인터뷰를 요청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야, 고기랑 술 사”, “선글라스 챙겨가면 되는 거냐?” 

역시 흥 많은 비글 커플답다. 이 인터뷰 무사히 잘 끝날 수 있을까?



다투면서 힘든 것보다 다신 보지 못하는 게 더 힘들다.


Q.  둘은 어떻게 만났나? 그것도 벚꽃 피는 4월에 커플이 되었다고 알고 있다.

정윤 : 혜련이가 내 오티조였다. 그렇다 보니 얘기할 기회가 많았고, 내가 자연스럽게 혜련이를 좋아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이상형에 가까웠달까? 청순하고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자꾸 챙겨주게 되었고, 혜련이 생일에 고백했다. 지금은 180도 다른 여자가 내 옆에 있지만, 하하하

혜련 : 처음에 챙겨주길래 오티조 후배라서 챙겨주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마음이 갔던 것도 있었고, 가장 큰 건 웃겨서 좋았다.

에디터 : 혜련이 생일날, 노랑 꽃 사 들고 간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솔직히 내 공이 엄청나게 컸다. 인정?

혜련 : 새내기였던 나는 현재 에디터를 원망한다. 진지하다.


Q. 5년 이라는 시간이 꽤 긴데, 오래 사귈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면?

정윤 : 특별한 게 없다. 나는 혜련이와 사귀면서 힘든 적이 없다. 물론, 가끔 싸우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고 나한테는 ‘힘들다’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혜련이가 많이 봐준 것들도 있고! 하하.

혜련 : 이젠 오빠가 내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싸워서 힘든 것보다 헤어져서 오빠를 못 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계속 사귈 수 있지 않았을까?


Q. 학교생활을 함께 보냈는데, CC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혜련 :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이 사실 많다. 하지만, 싸우고 나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봐야 한다는 불편한 점은 있더라.

정윤 : 같은 수업을 듣게 되는 경우, 매일 같이 앉다가 싸웠을 때 떨어져 앉으면 ‘우리 싸웠어요’ 광고하는 기분이다. 또, 대부분 친구가 겹치기 때문에 비밀이 없다. 

에디터 : 알지, 내가 둘이 싸우다가 혜련이 뒤돌아서 가는 거 많이 봤다. 이제 둘이 싸워도 감흥이 없다. 



사랑만으로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지금 하지 않았을까?



Q.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결혼 적령기는 언제쯤이 좋을까?

정윤 : 결혼은 ‘가족’이 생기는 일이다. 나는 처음에 비혼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인 내 공간 안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혼은 나의 영역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결혼 적령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쯤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결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혜련 : 30대 즈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랑’만으로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지금 하지 않았을까?

정윤 : 저기 가로수길에 건물 하나 있으면, “혜련아 취업하지 말고 그냥 들어와” 했을걸?

에디터 : 그렇게 되면, 나도 그 밑에 카페 하나 내줘라. 꼭! 

그렇다면,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까지 생각해봤나?

정윤 : 당연하다. 우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만나고 있다면 자연스레 결혼 얘기가 오갈 것이고, 결혼을 준비하지 않을까? 

혜련 : 나도 지금처럼만 변함없다면 결혼할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법이다.

에디터 : 둘이 결혼한다면, 여전히  눈치 없이 부부 사이에 끼어서 놀아야겠다.


Q. 결혼 전, 동거를 생각해본 적 있나? 어떻게 생각하나?

정윤 : 동거는 설렘이 없어서 싫다. 결혼을 한다면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신혼 첫날 부터 함께 지내면서 

지지고 볶는 재미가 있을텐데, 그걸 미리 경험하면 김새는 느낌이랄까? 

동거를 하지 않아도 오래 만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혼 전 살아보지 못함에 대한
후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혜련 : 혼전 동거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혼전 동거를 할 거냐고 물으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동거하면 매일 아침마다 볼 수 있고, 아쉽게 헤어지지 않아도 돼서 좋지만 서로 너무 편해지면서 집에만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설렘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직 헤어질 때의 아쉬움을 즐기고 싶다. 동거는 결혼 후 실컷 하겠다. 


Q. 어떤 모습을 볼 때 ‘이 남자(여자)와 결혼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정윤 : 내 가족들이랑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혜련이랑 결혼하고 싶다. 나는 가족들의 시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거나 가족들과 혜련이가 서로 인정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 결혼하고 싶다. 

혜련 : 내가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 오빠가 큰 위로가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된 것처럼 편안하다. 오빠가 항상 내 편이라는 안심이 들 때, 평생 이 사람이랑 

함께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를 안고 있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진다.

정윤 : 아, 그럼 나도 하나 더 있다. 혜련이가 술 취해서 노래 부를 때? 하하하

에디터 : 진짜 둘 다 가지가지 한다. 염장 작작 질러라. 술 더 가져와라. 


Q. 취하기 전에 어서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던져야겠다. 그렇다면, 꿈꾸는 결혼식이 있다면?

혜련 : 결혼식의 주인공은 ‘나’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을 위한 결혼식이 아닌 나를 위한 결혼식을 하고 싶다. 

소수의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파티처럼 할 수 있는 결혼식이었으면 좋겠다.

정윤 : 나도 같은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뭐 잘사는 집안도 아니고.. 

그래서,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피로연을 좀 크게 열고 싶다. 

이를테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이랄까?




인터뷰를 다 하고 본 이 커플의 모습은 뭔가 달라 보였다. 

투덕투덕 거리지만 서로를 아끼고 많이 사랑한다는 느낌이 전해졌기 때문에.

연애 5년 차, 이 커플은 ‘결혼’이라는 로망을 꿈꾸며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다.

에디터는 이 커플의 염장질에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혼자 준비하지 말아요. 같이해요!

즐거운 결혼 준비를 위한 한 걸음, 웨딩해


매거진의 이전글 요모조모 잘 따져서 결혼 ‘집’ 구하기 part.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