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하면서 느꼈던 현실적인 스드메 이야기
스드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합성어이며 보통 이를 도와주는 웨딩플래너가 있다. 많은 예비부부가 스드메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생의 단 한 번뿐’이라는 명목 때문이다. 추가금을 폭탄으로 내면서까지 강행하는 게 바로 저 이유다. 앞선 글에서 말했지만, 나는 한국의 결혼식 문화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다. 한 부부는 결혼식 비용으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여행지에서 자신들만의 웨딩사진을 남기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멋있고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스드메를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나 또한 스드메를 진행했다.
스튜디오를 알아보면서 든 생각은 '얼굴만 다를 뿐 같은 배경과 포즈로 찍어내는 공장 같은 사진에 몇 백만 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와 '한 두 달 집에 걸었다가 곧 창고로 처박히는 사진이 필요할까?'였다. 한 번은 친구의 웨딩 촬영을 구경 갔다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인형처럼 진행되는 웨딩 촬영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신랑, 신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웨딩사진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사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난생처음 드레스를 입고 풀메이크업을 받은 상태로 주변의 관심을 받으며 사진을 남기는 것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된다. 스튜디오에 놀러 온 친구들의 환호와 함께 남들 앞에서 포즈를 연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비록, 하루의 신기한 체험을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추억을 구매하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지만, 결과적으로 연애 7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 좋은 추억이 되었다.
스튜디오 촬영이든 스냅 촬영이든 결혼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기자. 대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앨범 페이지 추가, 액자 업그레이드 등의 옵션은 하지 말자. (난 10만 원 정도의 추가금을 냈다가 화장실 다녀온 후, 정신 차리고 환불했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결혼식을 해야 한다면 꼭 필요하다. 어느 인플루언서가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드레스를 입고 매년 결혼기념일 때마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때 동화 같은 환상을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드레스 디자이너 엄마는 없으며, 메이크업도 뷰티 유투버가 아니면 절대 셀프로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빼놓기 어렵다. 다만 정신 차려야 할 부분은 ‘1회성’이라는 사실. 평생 내 것이 아니다. 프리미엄 라인의 드레스가 더 특별하고 고급스러워 보이겠지만, 하객이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다. 당연히 예비신부는 매일 주구장창 드레스 사진을 찾아보고 스크랩하기 때문에 베이직과 프리미엄 라인이 다르게 보인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남길 수는 있으나 남들이 볼 땐 그냥 ‘드레스’다. 따라서 나에게 어울리되 너무 과한 금액의 드레스는 픽하지 않았으면 한다.
메이크업도 실장, 부원장, 원장이라는 직급에 따라 경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직급에 집착하고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메이크업은 드레스처럼 투어도 없고 나에게 맞는 메이크업이 무엇인지 받아보기 전까지는 모르니 복불복이다. 그렇기에 부원장, 원장 직급에 따른 지나친 추가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마음 약한 신부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추가금으로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아보고 나에게 맞는 컬러감은 어떤지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일생의 단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욕심 내지 않았으면 한다. 결혼식은 하룻밤의 꿈이며 일회성이라는 전제 하에 즐겁고 재밌는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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