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맞춤인 듯 맞춤 아닌 맞춤 같은 너

신랑 예복, 맞춤 정장의 함정

by 구본재

결혼 예정인 커플에게 결혼 준비를 주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으면 대부분 신부라고 답한다. 스드메는 신부의 영역이 큰 부분이기도 하고 결혼반지나 예식장 선택에서도 신부의 의견이 주로 반영되기 마련이니까. 심지어 메이크업샵에 가면 이름표에 신랑 이름은 적히지도 않는다.


신랑의 의견이 중심이 될 때가 있다면, 바로 ‘예복’을 준비할 때다. 결혼식에 입을 새 정장을 구매하거나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정장은 결혼식뿐만 아니라 다른 경조사 때도 입고 심지어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생 한 번의 결혼식이 아니면 입을 수 없는 드레스만큼의 임팩트는 없다. 예복에 보다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예비부부가 이왕이면 좋은 옷인 맞춤정장을 선택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으로 맞춤정장을 진행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대로 맞춤정장을 하기에는 웨딩시장에 함정이 많았다. 요즘은 결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신랑들도 많고 드레스만큼이나 까다롭게 예복 투어를 나서는 예비부부도 많다. 반면, 나는 단 두 곳만 상담을 받고 업체를 결정했으니 어쩌면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상담을 받고 원단을 골라 계약을 하면 같은 날 사이즈를 측정하는 체촌을 하지만, 나의 경우 상담은 나 혼자 받고 계약을 진행한 뒤, 다시 한번 같이 방문해서 원단을 고르며 체촌을 하고 대여복까지 선택했다.


fleur-5obYWU5UXdI-unsplash.jpg


상담 단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원단을 보고 완성된 옷을 상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수트를 입어본 경험이 많다면 원단명만 들어도 그 특징과 착용감을 대강 알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인인 우리의 눈으로 보았을 때 좀 더 거칠다거나, 매끈하다거나, 광택이 돈다는 정도 외에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원단과 정장의 특징을 상담사가 꼼꼼히 설명해 주어야 선택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를 담당했던 분은 특정 회사에서 나오는 원단 두 가지의 차이점을 물었을 때조차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사이즈가 맞지 않는 샘플 자켓을 입어보고 원단의 느낌을 파악해 보려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나마 샘플이 없는 곳도 많다.


이렇게 정보력이 한없이 부족한 상태로 맞춤을 진행하니,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된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대부분 수입 원단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라고 장점을 내세우는 프로모션 원단을 선택하고, 원단의 컬러나 패턴도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블랙에 가까운 진한 네이비를 선택하는 식이다. 업체에서 추천한 원단은 영국 원단 중에서 꽤 고급이라는 원단이며 견적도 무난했다. 최근 그 업체의 후기가 모두 그 원단으로 진행한 것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라펠이나 단추, 바짓단, 주머니의 모양, 위치, 개수 등을 일일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맞춤정장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옵션을 선택하여 수트로 만들어졌을 때 잘 어울릴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것이 맞춤정장의 단점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신랑님 얼굴은 이렇고, 체형은 이렇고, 피부톤은 이런 편이니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려면 이런 컬러와 패턴이 좋으며, 단추 위치와 라펠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추천이 따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리를 담당한 상담사는 모든 추천의 근거가 '보통 이렇게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소매 단추는 그냥 장식으로 달수도 있지만, 실제로 열리고 닫히도록 할 수도 있다고 하기에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열고 닫을 수 있게 할 때의 장단점이 뭔지에 대해 묻자 ‘실제로 열리고 닫히게 하려면 공임비가 추가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nizzah-khusnunnisa-eHbBgErdSPc-unsplash.jpg


체촌 역시 기대와는 달리 ‘몸의 사이즈를 잰다’가 전부였다. ‘어깨가 살짝 좁아 보일 수 있으니 신경 써 달라’ 거나, ‘너무 말라 보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슬림하게 해 달라’ 거나, ‘엉덩이가 살짝 튀어나왔으니 보완해 달라’고 말해 보았지만 이게 반영이 되는지,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웨딩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테일러샵의 장점도 분명 있다. 결혼이라는 특수한 행사에 맞춰 흔치 않은 컬러의 대여복을 제공한다거나 셔츠에서부터 구두 벨트 등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거나, 특정 원단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들 말이다. 서비스와 접근성, 프라이빗한 분위기도 좋았다. 다만 맞춤인 듯 맞춤 아닌 맞춤정장을 진행하지 않으려면, 아래의 사항을 미리 준비하자.


1. 내게 어울리는 정장을 찾아둔다.
‘영국 원단은 어떻고 이태리 원단은 어떻다’하는 단편적 정보보다 아울렛이나 백화점에서 다양한 원단의 정장을 실제로 많이 입어보고 잘 어울리는 원단의 종류와 라펠 모양 등의 특징을 따로 메모해 두면 좋다.

2. 내 몸의 특징을 파악해둔다.
내 몸의 특징과 장단점을 미리 알아 두면 보완할 부분과 살릴 부분을 옷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3. 정보를 다양한 곳에서 수집한다.
웨딩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주로 ‘결혼하니까 옷 한 벌 해야지’, ‘정장은 안 입지만 경조사용으로 한 벌 하지’ 하는 경우와 그 후기가 많았다. 의외로 유튜브에 일명 전투복으로 맞춤정장을 하려는 직장인이나 정장을 사랑하는 패션피플 등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겨냥한 양질의 정보가 많았다.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폭넓게 알아 두길 바란다.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다 좋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촬영이 미뤄지면서 가봉 날짜도 미뤘기 때문에 아직 완성된 옷을 보지 못했다. 옷이 예쁘게 나오면 맞춤정장에 대한 내 생각도 바뀔지 모르겠다. 완성된 옷을 입고 ‘이래서 맞춤이 좋구먼!’하고 감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고주영님_프로필.png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웨딩드레스만 중요하나요?

웨딩 카페에서 현타 오는 신부들을 위하여

딩 호구 탈출방! 결혼 준비 함께 나눠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