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지 않으면 추가금 파티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결혼식 날짜를 잡고 결혼 준비를 시작한 동생이 물었다. "언니, 언니도 추가금 다 냈어요? 결혼 준비는 정말 추가금 파티예요?" 나의 대답은 "추가금 파티는 맞지만, 정신 차리고 추가금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 불필요한 추가금을 내지 않을 수 있어"였다. 앞선 글에도 말했듯이 ‘인생의 단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애잔한 명분 때문에 신랑, 신부의 지갑을 여는 것이 웨딩업계였다.
처음에 신부들은 보통 결혼 준비에 의욕적이고 열정적으로 예산을 철저하게 세운다. 일반적으로 스드메 예산을 200~300만 원 정도로 잡는다. 하지만, 이 금액은 견적서에 쓰이는 스드메의 ‘최소금액’이다. 최대 금액은 무한대에 천차만별이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스드메는 빙산의 일각임을 알게 된다. 결혼 준비에서 집이 50%, 혼수가 30%, 스드메는 20% 정도의 비율은 되려나. 결혼 준비하면서 살림을 합치고 집을 준비하기 때문에 돈 쓸 일이 참 많다. 자잘하게 떡볶이를 사 먹거나 다이소 쇼핑이 아닌 몇 백만 원을 하루에 몇 번씩 긁다 보면 백만 원이 십만 원으로 보이는 현상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최초에 결혼 준비 초기 단계인 스드메 계약에서 정신을 딱 붙잡고 원하는 견적을 받지만, 스드메를 진행하면서 드레스 업그레이드 비용, 앨범 페이지 추가 비용, 메이크업 지정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신랑, 신부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에 스드메 중도금과 자잘한 추가금이 겹치면서 10~20만 원은 1~2만 원으로 쉽게 보인다. 웨딩업계는 이 심리를 간파하고 있고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금 마케팅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추가금을 통해 영업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추가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에 정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1000장의 사진 중에 20장 만을 고르라고 하면 대체 누가 딱 20장만 고를 수 있을까. 비즈 빵빵 고퀄리티 프리미엄 드레스와 평범한 드레스 중에서 평범한 드레스를 고를 사람은 누가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선택지를 주고 신부에게 고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억지로 짜 맞춘 마케팅은 아닐까.
나의 경우 사진을 셀렉 할 때, 웨딩 앨범에 절대 추가금을 내지 않겠다며 정신줄을 붙잡고 스튜디오 오피스로 향했다. 원본 6000장에서 20장을 고르라니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500장을 추려내라고 했고 100장까지는 다행히 관계자가 함께 골라줬다. 그런데, 100장에서부터는 사진을 드롭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사진 하나로 본인의 인센티브가 정해지는 것처럼 사진을 제외시킬 때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나에게 ‘아깝지 않으세요? 평생의 한 번인 사진인데, 다 이쁜데 왜 다 빼세요?’ 라며 더 사진을 고르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같은 드레스와 헤어 스타일이라도 같은 신은 같은 신끼리 2장씩 세트로 묶어서 골라야 했고 소파 신과 서 있는 사진 두 가지를 고르려고 하니 컨셉이 다르다면서 못 고르게 했다. 아니, 둘 다 드레스와 수트를 입고 있는데 뭐가 컨셉이 다르다는 건지…. 게다가 우리가 찍은 셀카 사진은 한 컷에 6만 원의 추가금을 내야 했고, 바둑판 식으로 사진 6 장을 분할 컷으로 합치면 6만 원이 아닌 36만 원이 추가된다고 했다. 참나, 이렇게 사진 한 컷 당 몇만 원의 추가금을 뜯어낸다. 난 정신줄을 붙잡고 기어코 20장으로 추려 내고야 말았다.
추가금은 뭐랄까. 제대로 속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신랑, 신부가 동등한 컨디션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하면서 추가금 마케팅을 하면 어떨까. 결혼식이 끝나면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조언하고 싶다.
"추가금을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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