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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15. 2021

웨딩촬영, 이렇게만 준비하면 된다!

웨딩촬영 전 To Do List!

마치 드래곤볼의 마지막 7성구 같았던 스튜디오 촬영. 여섯 번의 제주 스냅과 스튜디오 촬영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샘플’의 유무였다. 샘플은 스튜디오가 판매하는 상품이자, 스튜디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샘플대로 갖춰 놓고 촬영을 하기 때문에 사진에 익숙하지 않은 신랑, 신부여도 어느 정도 결과물의 퀄리티가 보장된다. 반면 샘플대로 촬영을 하다 보니 ‘다 똑같은데 얼굴만 바뀌는’ 사진이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정해진 샘플이 없는 스튜디오가 인기다. 조명 대신 자연광을,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배경 대신 심플한 배경에 자연의 푸릇함을 활용하고 신랑, 신부가 원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것이다. 샘플이 있더라도 비중을 줄여서 맞춤형으로 개성을 담아내는 스튜디오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대세를 거슬러 화려한 배경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튜디오를 선택했다. 자연스러운 느낌은 제주 스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촬영과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까지 스튜디오에서 모두 가능한 ‘토탈’ 형식의 스튜디오인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몸만 가도 사진을 완성해 주는 편리한 곳이었지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를 갔을 텐데.)  


촬영 전 준비한 시안-1
촬영 전 준비한 시안-2


촬영 시안 만들기 


촬영 시안은 샘플이 없는 스튜디오 촬영이나 야외 스냅을 진행할 때, 준비한 의상과 원하는 컷을 작가와 소통하기 위해 만든다. 하지만, 샘플이 있는 촬영을 할 때도 시안은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인다. 샘플의 모든 컷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샘플 중 원하는 컷을 추려내 정리하는 것이다. 나는 누군지 구분이 가지 않는 실루엣만 보이는 컷, 사다리에 올라간다거나 나무 평균대에 앉는 것처럼 내가 느끼기에 다소 과한 연출이 들어가는 컷은 빼고 약 78컷의 샘플 중에서 35컷을 추렸다. 그리고 컷마다 원하는 의상과 소품, 헤어스타일까지 적어 출력해 두었다. 헤어는 세 가지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 묶음, 하이 포니테일, 로우 번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종이 한 장에 출력해 준비했다. 


준비해 간 시안은 신부가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방치된 신랑에게 주어 촬영 전반을 머리에 담아 두도록 하는 용도로 쓰였고, 작가님과 원하는 신, 촬영 순서, 의상 등을 상의할 때 참고 자료로 잘 활용했다. 특히, 헤어 레퍼런스는 담당하시는 분과 빠른 소통을 하는 데 도움이 됐고 원하는 느낌에 99%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말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고 신랑, 신부도 여러 가지를 기억에 의지해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촬영 전 원하는 컷과 의상, 소품, 헤어 메이크업 등을 정리해 두는 과정은 분명 큰 도움이 된다.


따로 준비한 목화 부케, 저고리, 버선이 있어서 더 살아난 한복 사진


의상과 소품 준비하기 


웨딩 촬영에는 드레스와 정장 외에도 한복이나 캐주얼 등을 입는다. 내가 선택한 스튜디오는 한옥 신으로 유명하여 드레스 3벌과 캐주얼 1벌 외에 한복까지 대여가 가능했다. 샘플의 한복 치마 색감이 마음에 들었지만, 저고리 사이즈는 맞지 않을 것 같아 한복 저고리와 버선을 따로 챙겼다. 캐주얼 의상은 올 블랙으로 하려고 실크 재질 민소매 투피스와 검정 셔츠를 구입했다. 촬영이 아니면 못해 볼 것 같은 과한 티아라와 베일도 구매했다. 또한, 스튜디오 부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이 있기도 했고 겨울 느낌이 더 났으면 해서 조화 목화 가지도 준비했다. 고른 샘플 컷 중 구두가 보이거나 소품으로 활용한 컷이 있어 웨딩 슈즈도 흰색과 파란색 두 가지나 챙겼다. 이 외에 기본적으로 촬영 때 필요한 누브라나 보정 속옷, 목 긴 양말, 핫팩 등을 꼼꼼히 준비해 찾기 쉽게 캐리어 하나에 모두 담아 두었다. 


예상대로 한복은 큰 사이즈여도 길이가 아닌 품만 큰 것이라 저고리를 챙기지 않았으면 소매는 짧고 품은 벙벙한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버선은 치맛자락을 살짝 드는 포즈를 할 때 존재감을 발휘했다. 아쉽게도 베일은 지나치게 풍성해서 활용을 못했지만, 다른 준비한 소품들은 대부분 내가 생각한 대로 써먹을 수 있었다. 소품이나 의상을 너무 많이 챙겨서 활용을 못하게 되는 일이 없는 선에서 준비해 조금씩만 변화를 주어도 나만의 사진이 된다. 남들은 차이를 모를지언정, 나는 아니까!   


꽤 근접샷인데도 뾰루지 흉터는 보이지 않았고 반 묶음 스타일링으로 미처 제거하지 못한 승모근을 보완했다.


촬영을 위해 셀프 관리하기


평생 한 번인 웨딩 촬영, 이왕이면 예쁘게 남기고 싶은 것이 모든 신부의 마음이다. 나도 다르지 않았지만, 촬영 때문에 피부 관리 등에 예산을 쏟는 것은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도 마냥 손 놓고 있기는 뭐해서 1일 1팩과 홈케어 기기로 관리했다. 좀 더 신경을 쓴 건 자세였다. 거북목이 심해서 사진 촬영 한 달쯤 전부터 의식적으로 어깨를 내리고 정수리를 하늘로 최대한 밀면서 바른 자세를 했다. 어깨와 목을 셀프로 마사지하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했다. 


촬영 후, 원본을 받아 보니 촬영 며칠 전 뾰루지가 생겨서 뜯어 놓은 자국이 있었음에도, 메이크업으로 가려져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트러블성 피부인 남자 친구의 얼굴도 깨끗해 보였다. 더욱 다행인 것은 어깨를 훤히 드러낸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옆모습을 보아도 거북목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식 때는 의학의 힘을 빌릴지도 모르겠지만, 촬영 전 피부 관리는 화장이 잘 받을 수 있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반면, 구부정한 자세는 포토샵으로도 보정이 어렵다. 촬영 날 작가님의 지시에 따라 날개뼈를 맞닿을 듯 조여서 가슴을 열고, 어깨는 내리고, 목과 등은 꼿꼿하게 세우고, 허리는 집어넣고 엉덩이는 뺀 상태로 화사하게 웃으며 우아한 손동작을 하다 보면 근육통이 몰려오는 느낌이 든다. 미리 바른 자세를 연습하면 보다 편안하게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로 촬영을 할 수 있다.


스튜디오 촬영이든 야외 스냅이든, 배경 중심 촬영이든 인물 중심 촬영이든, 이 세 가지를 준비하면 촬영의 만족도를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숙련된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만큼 일정한 수준은 만들어준다. 아주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내 취향에 조금 가까운 사진을 원한다면, 준비 과정에도 애정을 갖고 공을 들여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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