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CT 개요
- 소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은 미국 3대 트레일 중 하나로 멕시코 국경(campo)에서 캐나다 국경(manning park)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총 거리 4,286km(2,666 mile)의 장거리 트레일이다. 완주까지 약 4개월~5개월이 소요되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숙영 및 취사도구를 이용하여 걸어서 진행해야만 하는 극한의 도보여행이다. 2015년 최초 필자를 포함한 국내 완주자 4명을 시작으로 한해 1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도전하고 있다.
시에라 네바다, 캐스케이드 산군 등을 거쳐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3개의 주를 가로지르는 트레일이며, 이 트레일의 구간 중 가장 높은 지점은 시에라 구간의 Forester Pass(4,009m)이다. 전구간을 통해 25개의 국유림과 7개의 국립공원을 통과하게 되고, 요세미티 구간에서는 많은 구간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존 뮤어 트레일 (John Muir Trail, JMT_338.6km)과 겹치게 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과 산악지역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지형, 날씨, 사막에서의 식수 부족 등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은 물론, 곰이나 퓨마, 방울뱀 등의 야생동물의 위협에도 노출되어있어 어려움이 크다. 해마다 트레일을 도전하는 하이커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으나 종주 성공률은 약 60% 정도로, 한해 대략 500명 이하의 하이커들이 종주에 성공을 한다.
PCT를 종주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개인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하이커들의 경우, 항공권을 포함한 전체 비용이 대략 6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소요된다.
*미국의 3대 트레일
애팔란치아 트레일(Appalancia Trail, AT) 약 3,500km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 약 4,300km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 CDT) 약 5,000km
2. 준비사항
- 퍼밋
PCT를 하이킹하는 방법은 구간을 나눠 하이킹을 하는 섹션 하이킹과 한 번에 종주를 목표로 하는 쓰루 하이킹,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만약 당신이 800km가 안 되는 구간을 섹션 하이킹 할 예정이라면 별도의 퍼밋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 이상 혹은 쓰루 하이킹을 목적으로 한다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협회(PCTA, www.pcta.org)에서 승인하는 퍼밋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이 퍼밋을 소지하지 않은 채 하이킹을 하다가 레인저의 불시검문에 걸린다면 더 이상의 하이킹을 진행할 수 없고 트레일 밖으로 추방될 수밖에 없다.
퍼밋을 신청하는 데는 별도의 수수료가 필요하지 않고 전적으로 신청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다만, 시에라 구간의 휘트니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PCT퍼밋을 신청할 때 별도의 Mount Whitney Zone Permit을 추가로 선택해야 하는데, 이때 $21의 비용이 발생된다. 만약 휘트니 산을 오르지 않는다면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미국 대부분의 국유림 혹은 국립공원에서 하이킹 및 캠핑을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퍼밋이 필요로 하는데, 만약 PCT 퍼밋을 발급받은 상태라면 트레일 내에 존재하는 국유림 및 국립공원을 패스하며 캠프하는 데에 별도의 퍼밋을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자유이용권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단, 해당 트레일에 존재하는 국립공원이라면 말이다.
퍼밋 신청일은 매년 2월 경 해당 사이트에 오픈이 되고, 각 일자별로 50명씩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 신청할 때 하이킹 시작일과 종료일을 선택하게 되는데, 꼭 해당일에 맞춰 시작하거나 끝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 있게 기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퍼밋 발급 사이트
https://www.pcta.org/discover-the-trail/permits/long-distance-permit-application/
- 비자
PCT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비자발급이다. 미국은 무비자로 3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주까지 약 4개월~5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PCT를 종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퍼밋이나 비용, 장비 등을 다 준비해놓은 상태일지라도, 비자(B1, B2 관광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기해야만 한다.
비자발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는 불법체류의 가능성을 제로화시키는 것이다. 필자 또한 해당 비자를 발급받기 전까지는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무조건 대행 서비스를 받아야만 성공확률이 높다는 말에 거금을 들여 대행 서비스를 받을까 고민도 했지만, PCTA로부터 퍼밋을 발급받고 난 뒤부터는 자신감이 생겨 단독으로 해당 비자의 비이민 비자 온라인 신청서(DS-160)를 작성하고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인터뷰 당일, 다들 필요하다고 하는 불법체류를 하지 않고 비자 기간 만료 전에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증빙할 수 있는 재정 증명서(통장잔고 및 부동산 계약서 등)와 PCTA에서 승인한 퍼밋을 출력하고 갔는데, 필자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담당 인터뷰어는 퍼밋만 보고는 몇 가지 간략한 질문을 하고 승인 도장을 찍어 주었다. 정작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 찍혀있는 재정 증명서 서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인터뷰어의 질문은 거길 왜 가려하느냐? 얼마나 준비를 했냐? 올랐던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은 어디였냐? 등이었다. 인터뷰 전날 발생된 리퍼트 미 대사관의 피습사건을 감안한다면, 비자발급 승인 도장을 찍어줄 때 필자가 느낀 희열이 얼마나 컸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단, 작년 PCT를 준비하며 비자를 발급받은 국내 하이커들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비자 발급 여부는 인터뷰어의 재량에 따라 복불복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작년의 경우, 3번 만에 겨우 승인받은 사례도 있다.
*관광/상용(B1/B2) 비자 발급 사이트
http://www.ustraveldocs.com/kr_kr/kr-niv-typeb1b2.asp
- 보급
PCT를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비자발급이라고 한다면, 종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급이다. 제때 식량을 보급받지 못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구간구간 문제없이 식량을 보급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식량을 보급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필자는 미국 현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이 계셨기 때문에 현지에서 필자가 선택한 보급지로 미리 보내는 방법으로 보급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이 방법은 현지에서 누군가가 도와주어야만 가능한 방법이고, 또 미리 선택한 곳으로 보내 놓기 때문에 일정의 융통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필자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법이다. 일정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하이커들이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방법으로 보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리 자신이 도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나 마트가 있는지를 파악해야만 한다. 만약 다음 보급지에 식량을 구할 곳이 없다면 미리 그 전 보급지에서 식량을 준비해 해당 보급지로 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상 식량을 구할 수 없는 보급지는 손에 꼽힌다. 그리고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할 경우,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에 비해 조금 비싸기도 하지만 배송비를 생각하면 비슷하거나 더 싼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으니, PCT를 준비하는 하이커들은 사전에 보급 방법에 대한 정보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좋다. 필자가 준비할 때만 해도 국내에는 정보가 없어 구글링을 통해 준비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필자와 같은 해에 트레일을 종주한 PCT하이커 히맨의 사이트에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히맨의 PCT 하이커 되기
https://brunch.co.kr/magazine/gopct
- 장비
아마 PCT를 준비하기 전에 백패킹이나 캠핑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장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가 있겠지만, 텐트를 치고 스토브를 작동하면서 먹을 것을 준비해야만 하는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장비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대략적인 장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무엇보다 장비라는 것은 개인마다 성향 차가 있고, 정답이 없는 것인 만큼 사전 경험을 통해 본인한테 맞는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비에 있어 일반적으로 Big 3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텐트와 침낭, 그리고 배낭이다. 가장 중요한 장비라고 생각하면 되고 그 외에 취사도구, 운행 도구, 숙영 도구, 의류 및 기타 장비로 나눌 수 있다.
PCT 종주를 위한 장비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이다. 좋은 장비 혹은 많은 장비를 준비해서 가면 물론 좋겠지만, 장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무게 또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어떤 장비를 선택하든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PCT를 준비하는 데 있어 그 책임은 바로 무게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장비를 꾸릴 때 소비재(물과 식량)를 제외한 기본 무게를 6kg~8kg 정도로 제한한다. 물이 구하기 어려운 사막 구간의 경우, 많게는 6L~8L 정도의 물을 짊어져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본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준비해야만 한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하이커들도 처음 준비할 때는 10kg 가까이 되는 기본 무게가 여정이 끝날 즈음에는 6kg~8kg 정도로 줄어들었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이 없었다.
*텐트
자립형과 비자립형으로 나눌 수 있고, 인원수에 따라 1인용, 2인용 등으로 구분된다. 텐트의 구성품 중 폴대의 유무 혹은 폴대의 힘으로 텐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자립 혹은 비자립으로 구분된다. 보통 비자립의 경우에는 폴대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트레킹 폴을 이용해 텐트를 설치하기 때문에 보통 약 500g~800g 정도의 무게로 자립형 텐트에 비해 무게가 가벼울 수밖에 없다. 다만, 비자립형 텐트이기 때문에 설치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텐트를 설치하는 환경의 제약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초경량 비자립형 텐트 브랜드로는 ZPACKS, Sixmoon Design, YAMA Mountain gear, Locus gear 등이 있고, 대부분의 텐트 브랜드에서도 경량 비자립형 텐트를 출시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장거리 트레일에서는 비자립형 텐트보다는 자립형 텐트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설치가 쉽고 빨라야 하고 환경의 제약을 최대한 덜 받아야만, 우천 혹은 악천후의 경우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1인용 자립형 텐트의 경우에도 1kg이 채 되지 않는 텐트들도 나오고 있어 편의성을 고려한다면 비자립형 텐트보다는 자립형 텐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국내 하이커들은 대부분 국산 브랜드인 제로그램 PCT UL2를 사용했다. 2인용으로 1인이 사용하기에는 큰 편이지만, 텐트 안에 장비를 보관한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제품에 따라 가격은 다양 각색이고, 보통 20만원에서 40만원, 5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도 있다.
*침낭
침낭의 경우, 북진(멕시코에서 캐나다)을 하는 PCT의 적기가 4월~9월 임을 감안하면 내한온도가 Comfort 기준 섭씨 -6도(화씨 20도) 정도의 제품을 이용하면 된다. 다소 춥다고 느껴질 경우에는 다운재킷과 여분의 옷을 껴입고 잤기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침낭의 내한온도가 높아질수록 침낭의 충전재 무게가 증가하거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하이커들도 화씨 20도를 커버하는 제품을 애용한다.
침낭의 충전재로는 덕다운과 구스다운을 충전하는 천연 충전재와 프리마로프트로 대표되는 합성섬유 충전재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의 차이는 가격과 무게, 발수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내한온도를 기준으로 천연 충전재의 경우 합성섬유 충전재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무게가 가볍고, 물에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가격이 비싸고 물에 취약한데도 천연 충전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무게 때문이다. 천연 충전재가 가지고 있는 필파워로 인해 적은 무게로도 높은 보온성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내한 온도의 합성섬유 충전재에 비해 가벼울 수밖에 없다. 필파워가 우모(깃털)의 복원력을 말하는 것인데, 이 필파워가 높을수록 깃털 사이에 많은 공기층이 형성해 열전도를 차단해 온도를 높여준다. 그만큼 필파워가 높은 제품이 대체로 비싸기도 하다. 요즘은 천연 충전재도 발수 가공이 되어 이전과 달리 침낭이 물에 조금 젖어도 보온을 유지하는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가격대도 각 브랜드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략적으로 20만원대~ 30만원대의 제품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낭
배낭은 Big 3 중에서도 하이커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가장 많은 장비이다. 그만큼 개인의 체형 및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장비이므로 배낭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게 고려하고 필히 착용 후 구매를 해야만 한다.
배낭은 프레임의 형태에 따라 크게 경량 배낭과 일반 배낭으로 나눌 수가 있다. 경량 배낭은 대부분 프레임의 형태가 패드 혹은 쿠션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금속형 프레임으로 되어있는 일반 배낭보다 무게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보통 경량 배낭의 경우 자체 무게가 1kg 채 안 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반 배낭의 경우 자체 무게가 2kg에서 많게는 4~5kg까지 나가는 제품들도 있다. 단, 배낭의 자체 무게가 가벼운 만큼 배낭이 견딜 수 있는 한계 하중도 적을 수밖에 없다. 만약 한계 하중이 12kg인 경량 배낭에 12kg이 넘는 장비를 넣어 메고 다닌다면, 배낭의 하중이 고스란히 어깨로 전달되어 어깨가 아프거나 체력소모가 심해 몸이 버틸 수가 없다.
일반 배낭의 경우, 프레임이 금속 형태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각 브랜드마다 자체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배낭의 무게는 조금 나가더라도 더 많은 양의 짐을 넣을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 경량 배낭에 비해 허리 벨트도 두껍게 되어있어 배낭의 하중을 골반으로 분산시켜 어깨의 집중되는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필자는 경량 배낭과 일반 배낭을 혼용했는데, 그 이유는 사막 일부 구간과 자체 무게만 1kg인 곰통이 필수인 시에라 구간을 지날 때에는 배낭의 총무게가 무거워 경량 배낭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배낭의 기본 무게가 6kg~8kg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는 다시 경량 배낭으로 바꿔 끝까지 종주를 했다. 스스로는 욕심 때문에 배낭의 기본 무게를 맞추지 못한 것을 자책했지만, 동행했던 미국 하이커들은 오히려 스마트하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PCT를 종주하며 가장 많이 봤던 경량 배낭의 브랜드는 Gossamer gear와 ULA, 일반 배낭의 브랜드는 Osprey였다. 가격은 보통 20만원대~30만원대를 이루고 있다. 배낭만큼은 본인이 많이 메어보고 고민해서 선택하기를 바란다.
*취사도구
일반적으로 스토브, 코펠, 스포크(스푼과 포크) 그리고 개인에 따라 프라이팬이나 컵, 커피 드리퍼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 스토브의 경우 여러 종류가 있지만, 산불의 발생 가능성 때문에 알코올 스토브를 제한하는 곳이 많고 트레일에서 가스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가스스토브를 사용한다. 코펠은 대부분의 식량이 라면 혹은 물만 끓이면 되는 건조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라면 하나 끓일 수 있는 용량의 코펠을 준비하면 된다. 이 또한 무게 때문에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선호한다.
*운행 도구
트레킹 폴과 헤드랜턴, 캠프 혹은 마을에서 신을 가벼운 슬리퍼, 판초우의 정도로 말할 수 있다. 트레킹 폴은 아무 제품이나 사용해도 되지만, 무게를 생각한다면 이 또한 가벼울수록 좋다. 헤드랜턴의 경우, 야간에 걷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비싼 제품보다는 100 루멘 정도 밝기의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슬리퍼나 판초우의의 경우는 개인의 선택이다.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슬리퍼를 준비할 필요는 없고, 판초우의 또한 레인재킷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비에 옷이 젖는 것이 매우 싫다면 판초우의 혹은 우산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장거리 하이킹에서 비에 젖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운행 도구에 신발도 포함되지만 그 중요성에 있어 Big 3에 버금가기에 별도로 설명을 하겠다.
*숙영 도구
텐트와 침낭을 따로 언급했기 때문에 남은 것은 매트리스뿐이다. 매트리스는 에어매트리스와 폼 매트리스,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실 침낭만큼 중요한 것이 바닥의 냉기를 차단하는 매트리스인데, PCT에서는 겨울을 지내지 않기 때문에 어느 것을 준비하든 크게 상관이 없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잠을 잘 못 자는 성격이라면 에어매트를 준비하고, 그렇지 않다면 폼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 에어매트의 경우, 편안함은 우수하나 매번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고 또 펑크가 났을 경우 대처를 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가격도 물론 폼 매트리스보다 몇 배가 비싸다.
*의류
크게 레인재킷, 다운재킷, 운행복, 내복, 양말, 속옷, 모자로 나눌 수 있다.
레인재킷은 방수 및 투습이 가능한 재질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눈이나 비가 오는 지역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길게는 일주일도 오는 경우가 있고 또 추울 때에는 바람막이 용도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가벼운 제품으로 준비하면 좋다. 다운재킷도 비싸고 두꺼운 제품보다는 일반적으로 경량 다운재킷이라 칭하는 제품들을 준비하면 된다.
운행복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단, 경험상 긴팔, 긴바지든 반팔, 반바지든 한벌이면 족하다. 트레일 시작 후 이틀만 지나면 다들 거지가 되기 때문에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 대신 운행용 한벌과 취침 시에 착용할 옷은 구분해서 준비한다. 취침 시 착용하는 옷은 내복을 준비해서 추울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양말과 속옷도 각 2세트 정도면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양말의 경우 운행용과 취침용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모자는 뜨거운 태양을 가릴 수 있는 제품으로 준비하면 된다. 가능한 자외선 차단이 되는 제품으로 선택하자.
*기타 장비
기타 장비로는 크게 정수기 또는 정수제, 촬영에 필요한 촬영 장비,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장비, 그리고 응급 시에 필요한 장비로 나눌 수가 있다.
정수기는 정수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정수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한 Saywer의 필터식 정수기를 많이 사용한다. MSR이나 Katadyn의 펌프식 정수기의 경우 졸졸 흐르는 물을 정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흙탕물도 정수를 해야 하는데 UV 정수기나 정수제 만으로는 별도의 필터를 만들어 걸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40불 정도이고,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물통과도 호환이 되기에 거의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Saywer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사이즈가 두 가지로 나오는데, 이것만큼은 무게를 따지지 말고 Mini 사이즈보다는 Regular 사이즈를 선택하도록 하자. 주변에 Mini를 사용하다가 혈압이 올라 다시 Regular로 바꾸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촬영장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준비하되, 가능한 가벼운 장비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카메라를 예로 들어 트레일을 하는 도중 하이커들이 DSLR을 들고 다니는 것은 딱 한번 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 하이커들은 카메라는커녕 그냥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에는 고프로나 단렌즈 카메라 같은 소형 장비를 이용했다. 필자도 SONY에서 나온 단렌즈 카메라인 RX100 MK3를 이용해 모든 사진을 찍었다. 요즘은 단렌즈 카메라로도 장노출이 가능해 별 사진까지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하이킹에서 사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촬영장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핸드폰은 필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솔라 차저와 보조배터리 둘 중 하나를 준비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보조배터리를 선호한다. 이유인즉, 평균 5일에 한번 정도 마을을 들려 보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000mAh ~ 15,000mAh 정도 용량의 보조배터리 하나만 있으면 5일 정도 트레일에서 사용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장비의 수량에 따라 보조배터리의 용량 및 수량을 조절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응급 시에 필요한 장비이다. 소화제, 진통제, 지사제, 밴드 등 일반적인 의료약품 및 바늘이나 실 그리고 리페어 패치 등을 준비하면 된다. 그 외에 저체온증이나 급작스런 악천후에 필요한 Emergency blanket도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것도 좋다.
*신발
마지막으로 신발이다. 개인적으로 앞서 말한 Big 3 만큼이나 중요한 장비가 바로 신발이다. PCT가 하루 이틀이면 끝나는 수학여행이 아니라 4,300km를 걸어야만 하는 장거리 트레일인 만큼, 소중한 발을 지켜주는 가장 밀접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PCT와 같은 장거리 트레일에서는 등산화보다는 가벼운 트레일 러닝화를 많이 신는다. 대부분의 등산화가 고어텍스 소재의 재질 혹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 비에 쉽게 젖지는 않지만, 한번 젖기 시작하면 말리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시간 걷기 때문에 무좀이나 물집 예방을 위한 통풍이 중요하고, 아무래도 신발이 무거울수록 걷는 것만으로도 칼로리를 많이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발 외피의 방수 효과 유무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발볼이 넓은 신발을 선호한다. 장시간 걷다 보면 발이 부어오르기 마련인데, 딱 맞거나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었을 경우에는 조금 불편할 수가 있다. 이 또한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트레일을 준비하면서 여러 신발을 미리 신어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신발을 선택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브랜드인 Altra라는 미국 브랜드의 트레일 러닝화 네 켤레를 준비해 전 일정을 소화했다. 한 켤레 당 약 1,000km를 걸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브랜드의 트레일 러닝화가 PCT를 하이킹하는 하이커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기도 했고, 발볼이 넓어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발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그 신발이 내 발에 얼마나 잘 맞느냐 일 것이다. 아무리 인기가 많고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일지라도 내 발과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미리 사전에 몇 종류의 제품을 선택해 신어보고 내 발에 딱 맞는 제품이라면 구매해서 몇 달간 신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신발이 맞지 않아 고생한 하이커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3. 기타
- 사전 준비에 유용한 사이트
*PCTA : http://www.pcta.org/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협회에서 운영하는 공식 사이트. 퍼밋을 신청하기 위해서 꼭 접속해야만 하는 필수 사이트이기도 하다. 존 뮤어 트레일을 비롯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까지 트레일의 역사에서부터 여러 유용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종주를 성공한 뒤 확인서와 메달도 해당 사이트에서 신청을 할 수 있고, 이 역시 무료로 한국까지 배송을 해주기도 한다. 협회의 운영 자체가 하이커들의 기부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여유가 있다면 소액이라도 기부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Yogi`s book : http://www.yogisbooks.com/
장거리 트레일의 바이블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사전에 구입해 읽어보는 트레일 가이드 북 사이트. 저자인 Yogi는 PCT 뿐 아니라 3대 트레일을 몇 번씩 종주했을 정도로 미국의 하이커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여성 하이커이다. 일반적인 트레일의 가이드뿐 아니라 마을 지도 및 보급지 등 여러 유용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Halfmile`s PCT MAPs : https://www.pctmap.net/maps/
PCT의 각 구간 별로 정확한 지도가 업로드되어있어 이용자는 무료로 PDF로 된 자료를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하여 출력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출력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라 Yogi`s book에서 출력 서비스를 대행하기도 한다. 메뉴의 map 카테고리에서는 kml파일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무게와 편의성 때문에 관련 App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지만, 아직까지도 몇몇 아날로그 감성의 하이커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출력한 종이지도를 구간구간 나눠 들고 다니기도 한다.
*Craig`s PCT Planner : https://www.pctplanner.com/
PCT의 전체 구간을 자신이 설정한 시간당 속도 및 하루 운행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사이트. 대략적인 전체 일정을 사전 점검하는 데 있어 정말 유용한 사이트로 각 보급지를 기점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에 보급전략을 세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필자도 이 사이트를 통해 일정을 시뮬레이션하고 보급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Wikiloc : http://www.wikiloc.com/wikiloc/home.do
자신만의 GPS 트랙을 만들어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 이 사이트에 가입해서 자기만의 루트를 만들 수도 있고, 다른 하이커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파일도 보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Halfmile`s map에서 다운로드한 kml 파일을 해당 사이트에서 불러와 웨이포인트를 확인하고 저장할 수 있다.
*Plan Your Hike : http://www.planyourhike.com/
PCT 보급 전략을 세우기 위해 참고해 볼만한 사이트. 보급전략뿐 아니라 식량 및 장비에 대한 정보도 잘 정리되어 있어 한번 정도는 정독해 볼 필요가 있는 사이트이다.
*PCT Classic of 2017 : https://www.facebook.com/groups/243855379127788/?fref=ts
매년 당해연도 PCT 하이커들의 정보교류를 위해 생기는 페이스북 공식 그룹. 궁금한 사항이나 위급한 상황 시 해당 그룹에 도움을 요청하면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많은 하이커들이 모여있고, 하이커뿐 아니라 트레일 엔젤들이나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모여있다.
- 유용한 어플
*Halfmile PCT
아이폰은 물론 안드로이드의 app store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사용 가능한 어플이다. 무료 어플인 만큼 구성도 심플하지만,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사용할 만큼 정확도가 높고 유용한 어플이다. 휴대폰의 비행기 모드에서도 GPS를 수신해 현재 위치를 표시하고 트레일을 벗어나거나 하면 알람을 통해 경고를 해주기도 한다. 현재 위치뿐 아니라 전 구간에 걸친 Waypoint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 별다른 지도 없이 해당 어플 만으로도 트레일을 종주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다. 단점이라면 지도정보가 아닌 미리 입력된 좌표 루트만 표시해 두었기에 위치확인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GUTHOOK`S HIKING GUIDE
유료 어플이지만 유료인 만큼 Halfmile PCT에 비해 시인성이 좋은 어플이다. 온/오프라인 모드로 전체 지도를 불러올 수 있어 내가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좀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기본적인 구성은 Halfmile PCT와 같지만, 사용의 편의성 및 시인성이 더 좋다. 각 웨이포인트 간의 표고차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운행거리를 조율하는데 용이하고, 무엇보다 이미 나보다 앞서 간 하이커들의 리뷰를 통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5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판매가 되고,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 트레일 용어 정리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인 애팔란치아 트레일(AT),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을 모두 완주하는 것. 필자는 PCT를 마치고 시애틀의 호스텔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한 하이커를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섹션 하이커(Section-Hiker)/ 쓰루 하이커(Thru-Hiker)
장거리 트레일을 구간으로 나누어 하이킹을 하는 하이커를 섹션 하이커라 부른다. 보통 장거리 트레일의 경우, 완주하는데만 4개월~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하이커들이 구간을 나누어 해에 해를 거듭하며 완주를 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장거리 트레일을 한 번에 완주하는 하이커를 쓰루 하이커라고 한다.
*노보(NOBO)/ 소보(SOBO)
트레일의 진행방향을 북쪽으로 하느냐, 남쪽으로 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하이커들을 구분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북쪽으로 향하는 하이커들을 NORTH BOUNDER, NOBO라 칭하고, 남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SOUTH BOUNDER, SOBO라 칭한다. PCT 하이커들의 약 90%가 NOBO이다.
*트레일 네임(Trail Name)
PCT를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름 대신 부르는 호칭. 대부분 자기가 마음에 드는 대명사를 따서 만들기도 한다. 주로 본인이 만들지만, 트레일 네임이 아직 없는 하이커들은 다른 하이커들이 그 하이커의 특징을 따서 만들어주기도 한다. 필자의 트레일 네임은 COOL K였고, 동행한 친구들이 붙여준 트레일 네임은 'Grizzly'였다.
*트레일 엔젤(Trail Angle)
하이커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개방하여 숙식을 제공해주는 사람들. 숙식에 별도의 비용이 발생되진 않지만, 그들의 희생정신에 감사해 하이커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낸다. 트레일에서 벗어난 곳에 있기도 해 미리 연락을 하면 픽업을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곳이 Casa de Luna, Ziggy & Bear 등이 있다.
*트레일 매직(Trail Magic)
하이커들을 위해 트레일에 물이나 음식 등을 모아 둔 것을 지칭한 것.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만난 트레일 매직은 하이커들을 춤추게 한다. 주로 사막 구간에서 물을 구하기 어려운 구간에 많은 물을 모아둔 트레일 매직을 만나기도 했다.
*제로데이(Zeroday)
운행을 하지 않고 온전한 하루를 쉬는 날. 보통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재보급을 위한 정비를 하는 날을 지칭.
*하이커 박스(Hiker Box)
하이커들이 각자의 불필요한 장비나 식량을 한데 모아 공유하는 박스. 자신에겐 풍족하거나 불필요한 장비 혹은 식량일지라도 다른 하이커들에겐 필요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모아 서로가 공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을이나 보급지에는 하이커 박스가 마련되어 있어 부족한 식량이나 장비를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