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강의 8. 얼티메이텀
게임과 인간의 정의

– 소크라테스 vs 에른스트 페어 -

by 이안


행동경제학자 에른스트 페어(Ernst Fehr)와 소크라테스가,

인간이 이익보다 공정성을 우선시하는 이유를

철학과 실험의 시선으로 파헤칩니다.



배경:
아테네의 공회당 앞.
그늘진 회랑 아래, 사람들이 판결을 기다리며 속삭인다.
소크라테스는 평상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민회에서 들은 실험 이야기를 곱씹는다.
그 앞에 에른스트 페어가 천천히 걸어온다.


소크라테스:
에른스트, 자네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고 들었네.
한쪽은 돈을 나누고, 다른 한쪽은 받을지 말지 결정한다지?
하지만, 나눠주는 쪽이 우위에 있다면, 받는 쪽은 어차피 거절할 수 없지 않나?


페어:
그게 바로 얼티메이텀 게임(Ultimatum Game)의 핵심입니다.
간단하죠.


-제안자(Proposer): 전체 금액 중 얼마를 줄지 제안
-응답자(Responder):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결정
단, 거부하면 둘 다 돈을 못 받습니다.


소크라테스:
흠… 이성적이라면 응답자는 단 1드라크마라도 받는 게 이득일 텐데, 실제로는 어떻게 되었나?


페어:
놀랍게도, ‘불공정한 제안’은 자주 거부당했습니다.
50 중 5를 준다거나, 10 중 1을 준다든가 하는 경우엔
많은 응답자들이 “차라리 둘 다 못 받아라!” 하며 거절했습니다.


소크라테스:
허어…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부당함에는 복종하지 않겠다는 것이군.
이것이 자네가 말하는 ‘상호적 응징(Reciprocal Punishment)’인가?


페어:
맞습니다.
이 실험은 인간이 단순한 이익 계산을 넘어서, ‘정의’와 ‘공정함’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죠.
응답자들은 ‘상대방이 나를 공정하게 대하는가’를 보고 행동합니다.


소크라테스:
이는 철학에서도 중요한 주제지.
‘정의’란 이익의 분배 문제가 아니라,
상호 간의 존중과 질서의 기준이니까.


페어:
흥미로운 건,
이 반응은 문화, 국가, 계층을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겁니다.
즉, 공정성에 대한 직관은 보편적인 인간 심리라는 것이죠.


소크라테스:
하지만, 자네 말은
우리가 이익보다 공정함을 먼저 생각하도록 진화했다는 뜻이 아닌가?


페어:
그렇습니다.
이건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의 생존 전략입니다.
이기적인 사람은 결국 고립되고,
공정한 사람이 신뢰를 얻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인간은,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공정함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감시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존재군.


페어:
정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응징 가능한 협력자(punishing cooperator)”라고 부르죠.


핵심 실험 요약


얼티메이텀 게임 실험:
제안자가 금액 일부를 제시하고,
응답자가 수락 또는 거절 불공정한 제안(10 중 1, 2 등)은
실익이 있음에도 거절됨

의미: 인간은 단순히 이익을 따지지 않음
공정함, 자존심,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판단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정의감이 존재


다음 회차는
9부: 확률과 직관 — 우리는 숫자에 약하다

입니다.


행동경제학 실험을 통해 도박, 보험, 통계에서 인간이 왜 숫자를 왜곡해서 이해하는가를 탐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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