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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책방 Feb 10. 2022

인사 Salut

詩와나무



아무 것도 아닌 것, 이 거품은, 이 때 묻지 않는 시는

술잔을 가리킬 뿐,

저기 멀리 해정(海精)의 떼들

수없이 몸을 뒤집으며

물속에 잠긴다.


오 나의 다양한 친구들아

우리는 함께 항행하며

나는 벌써 선미(船尾)에 자리 잡는데

그대들은 장려한 선수(船首)에서

우레와 찬 겨울의 물결을 가른다,


아름다운 취기에 못 이겨

배의 요동도 두려워 않고

나는 일어서서 이 축배를 바친다


고독, 암초, 별을

무엇이든 우리의 돛이 감당한

백색의 심려에

값하는 것에게.



「인사 Salut」
  스테판 말라르메 詩集 『목신의 오후』(민음사, 1974)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탄생과 죽음, 잠재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능적 활동으로서의 존재적 증명을 요구한다. 가끔씩 우리는 새로운 시작에 서게 된다.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시작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거품이 되고 바다가 되고 항행이 되어 물결을 가르는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을 본다. 그 끝이 어딘지 시작에서는 알 수 없지만 긴 시간의 고독과 어두운 항해 속 암초, 그리고 결국 마주치게 되는 별. 그 준비의 시간, 때 묻지 않은 詩가 내게 다가오고 우리는 그 詩를 천천히 몸에 새긴다. 그리고 그 별을 향한 긴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다가올 영원한 어둠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슬픈 일도 억울한 일도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꿈처럼 부드럽기를 바랄 뿐,  그래서 그 순간을 찬미(讚美)할 수 있도록.


그대의 삶에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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