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2023.07.02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 위의 여름이었다.

by 쿨수

반년 넘는 공사로 끊어졌던 호수 길이 마침내 다시 이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호수 한 바퀴'를 걸었다. 익숙했던 오프로드 둑길 구간이 사라졌다. 덱으로 포장된 길이 비포장도로보다 편하기야 하겠지만 감성적으론 괜히 아쉽다. 야심 차게 '호수 한 바퀴'를 썼던 작년이나 올해나 어디서 어디로 나아갈지, 결국에 누군가 있을지 등 많은 것에 자신이 없다. 길은 그런 나의 불안을 언제나 잠잠히 타일러 준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한동안 끊겼던 길을 잇댄 것도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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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다 불법 낚시꾼들을 마주쳤다. 정말 어떤 면에선 대단하다. 양심을 외면하는 것도, 늦은 밤 외진 곳으로 출석하는 것도 보통 그릇된 성실로는 절대 이르기 어려운 경지다. 민원으로 달렸던 불법 낚시 경고 현수막은 사라졌더라. 짧은 생에 비추어 봤을 때 권선징악은 생각보다 드물다고 느끼는 요즈음이다. 오히려 악인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많더라. '악'과 '잘'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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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서기 전에 어머니가 오랜만에 두꺼비를 봤다고 하셔 기대했다. 이사 온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매년 두꺼비 개체 수가 주는 게 실감된다. 갈 때 아무리 유심히 봐도 없어, 올 때 조금 방심하다 딱 마주쳤다. 두꺼비랑 서로 화들짝 놀랐다. 미친 사람처럼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며 혼자 엄청 반가웠다. 이곳의 개발을 누리고 살아 미안한 마음이다. 그렇게 가슴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과 정말로 불편해야만 할 것들에 대해 가늠하는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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