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수 Jul 06. 2023

#52 2023.07.02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 위의 여름이었다.

반년 넘는 공사로 끊어졌던 호수 길이 마침내 다시 이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호수 한 바퀴'를 걸었다. 익숙했던 오프로드 둑길 구간이 사라졌다. 덱으로 포장된 길이 비포장도로보다 편하기야 하겠지만 감성적으론 괜히 아쉽다. 야심 차게 '호수 한 바퀴'를 썼던 작년이나 올해나 어디서 어디로 나아갈지, 결국에 누군가 있을지 등 많은 것에 자신이 없다. 길은 그런 나의 불안을 언제나 잠잠히 타일러 준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한동안 끊겼던 길을 잇댄 것도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돌아오다 불법 낚시꾼들을 마주쳤다. 정말 어떤 면에선 대단하다. 양심을 외면하는 것도, 늦은 밤 외진 곳으로 출석하는 것도 보통 그릇된 성실로는 절대 이르기 어려운 경지다. 민원으로 달렸던 불법 낚시 경고 현수막은 사라졌더라. 짧은 생에 비추어 봤을 때 권선징악은 생각보다 드물다고 느끼는 요즈음이다. 오히려 악인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많더라. '악'과 '잘'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겠지만. 

산책을 나서기 전에 어머니가 오랜만에 두꺼비를 봤다고 하셔 기대했다. 이사 온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매년 두꺼비 개체 수가 주는 게 실감된다. 갈 때 아무리 유심히 봐도 없어, 올 때 조금 방심하다 딱 마주쳤다. 두꺼비랑 서로 화들짝 놀랐다. 미친 사람처럼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며 혼자 엄청 반가웠다. 이곳의 개발을 누리고 살아 미안한 마음이다. 그렇게 가슴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과 정말로 불편해야만 할 것들에 대해 가늠하는 여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51 2022.12.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