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바다 4화

인스타그램의 역설: 더 많이 보여줄수록, 덜 남는다

by 이영남

3화에서 나는 “다시 보는 사진”에 대해 썼다.
사진은 찍는 순간보다,

다시 보는 순간에 살아난다고.


그런데 요즘 나는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을 보는 시간을 잃는다.

찍는 건 쉬워졌고,
남기는 건 오히려 어려워졌다.


사진은 여전히 한 장이지만,
유통은 더 이상 한 장이 아니다.
사진은 이제 흐름 안에 놓인다.
그리고 그 흐름의 가장 대표적인

마당이 인스타그램이다.


나는 인스타를 싫어하지 않는다.
고맙다고 느낄 때도 있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누군가는 그걸 매일 꺼내 보여준다.

문제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발견’이 아니라
‘업로드’로 증명되는 방식이다.




사진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얇아졌다

우리는 인스타에 사진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체감하는 건 “많다”보다

“얇다”에 가깝다.

얇다는 건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닿고, 반응하고, 지나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뜻이다.


사진은 원래도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순간이 기록으로 남기도 전에
노출로 소비된다.

그때부터 사진은 다른 역할을 맡는다.


기억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
관계를 위한 사진.
증명을 위한 사진.
신호를 위한 사진.

나는 이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진이, 다른 직업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피드는 갤러리가 아니라 흐름이다

피드를 오래 들여다보면 묘한 감각이 생긴다.
내가 누군가의 삶을 보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기 삶을 정리해 올리는 것을 보는 느낌.

갤러리에서는 오래 보게 된다.

피드에서는 오래 머물기 어렵다.


여기서 하나의 역설이 생긴다.

더 많이 보여줄수록 더 잘 남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더 빨리 사라진다.

사진은 남으려고 올라가는데,

올라간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보정이 아니라 표준화

요즘 사진에서 내가 예민하게

느끼는 건 보정이 아니다.
보정은 예전에도 있었다.


문제는 표준화다.

비슷한 톤,
비슷한 각도,
비슷한 표정,
비슷한 장소의 쓰임.

장면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문법에 장면을 맞춘다.


그 순간 사진은 기록이 아니라 양식이 된다.
양식은 빠르고,
빠른 것은 편하고,
편한 것은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은 속도를 더한다.




보여주기 위해 찍다가, 보여주기 위해 유지한다

처음에는 나를 보여주려고 올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올리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서 올린다.


사진은 메시지가 아니라
유지 장치가 된다.

올리는 힘,
반응을 확인하는 힘,
다음 이미지를 준비하는 힘.


보여주기 위해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보여주기 위해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그런 장면을 자주 본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그 안에 있다.




그럼에도 남는 사진

그럼에도 인스타 안에서
이상하게 오래 남는 사진이 있다.

설명이 과하지 않은 사진.
설득하려 하지 않는 사진.
“이게 내 하루였다” 정도로만 남겨둔 사진.


다음 게시물을 위해 찍지 않은 사진.

그 사진들은 피드에서 금방 밀려나도
이상하게 기억에는 남는다.

아마도 그 사진들은
신호가 아니라 관찰에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업로드와 보관은 같은 일이 아니다

나는 요즘 두 가지를 구분하려고 한다.

올리는 일과
남기는 일.

올린 사진은 흐름 속에 놓이고,
남긴 사진은 다시 열어보는 시간 속에 놓인다.

둘은 닮아 있지만,
같은 일이 아니다.


인스타는 내 사진의 전부가 될 필요가 없다.
인스타는 흐름이다.

사진은 여전히 한 장이다.




다음 화 예고

인증샷: 나는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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