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아침형 인간이 되길 꿈꿉니다. 아침 6시나 7시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인간이 되길, 이른 아침에 제일 먼저 하루는 여는 인간이 되길 말입니다. 사실 새벽 5시에 일어나 거룩하게(?) 하루를 여는 인간이 되길 가장 소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날 일찍 잘 것’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참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리고 왠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날은 12시 이후부터는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이렇게 졸립고 지루해져 버리곤 마는 것입니다. 아침이란 시간은 참 좋은데, 일하면 일할수록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또 허무하게 져버리는 것이 영 아쉬웠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라던데, 나랑은 맞지 않는구나. 어쩔 수 없이 (반쯤은) 포기하고 말았고 이렇게 또 그냥 잠들 수는 없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대신 언젠가부터 아침 시간만큼이나 고요한 이 밤시간을 즐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책꽂이에서 몇 권을 마음 가는 대로 뽑아 들고자리에 앉아 뒤적거리며 읽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다이어트용(?) 비스킷을 오물거리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내 방의 시끄러웠던 대로변 차 소리도 잠잠해지고, 거래처들도 다 문을 닫았고, 빨래가 있어도 세탁기를 돌릴 수도 없으니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읽고 쓰고 오물거리는 내 시간입니다. 그래도 내 뒤에 고양이는 꾸벅꾸벅 졸고 있고, 세상도 새근새근 잠든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시간이 좋습니다. 소원을 담은 무언가를 적어내기도 할 때면 내 눈이 반짝입니다.
어느 겨울 한 고시원에 살 때였습니다.
밤을 새워 공부를 하고 다섯 시 반쯤 버스 첫차가 다니는 소리가 부르릉, 하고 들리기에 내 방 한 뼘만 한 창문을 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빈 버스가 이 새벽을 여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새벽 5시 반 서울 노량진을 지나는 그 파란색 버스 안에 사람이 빼곡하게, 콩나물시루라고 표현하듯이 가득 차 있던 장면입니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어디를 가느라고 저 사람들은 이 시간부터 버스를 탔을까, 밤새워 공부했다 스스로 으스대던 마음이 왠지 숙연해졌습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아침을 열고, 누군가는 밤을 엽니다. 아마도 저는 후자이고 그래서 왠지 아침을 여는 사람들을 보면 숙연해지는 건, 야행성을 일단 열등한 것으로 여기는저의 편견일까요? 그래도 나 혼자 눈을 반짝이며 무엇을 하면 할수록 밤은 깊어지고, 조금만 눈을 붙이면 해가 뜰 일만 남은 이 시간이 좋은데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 한번 일어나 보겠다고, 일찍 알람을 맞춰놓고 여전히 아침시간에 '질척'거립니다. 이렇게 쌀쌀하고 맑은 계절,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이유의 ‘가을 아침’을 들으며 설거지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