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무의식은 과잉 공급으로 숨이 막힌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에 엄지 드래그를 하고있었다. 나 또한!
엄지를 아래서 위로 훅 훑는 익숙한 행위.
사실 이 행위는 대개 무의미할 때가 더 많다.
무의식의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다.
한번씩 너무 아플 때 온 몸의 감각이 한껏 예민해지면, 평소에 나를 스쳐간 정보들이 불규칙적으로 막 튀어나올 때가 있다.
거대한 무더기로 튀어나와서 내 머릿 속은 이내 소음으로 가득 차버린다. 너무너무 시끄럽다.
안그래도 아픈데, 이거저거 다 떠오르고 떠들어대면 진짜 더 힘들다.
'아 이 생각들 다 어디에 있던거야... 무의식에 다 있었나보다. 아 이래서 다들 아프면 조용한 시골로 요양을 가나봐....'
뭐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괜찮아지면 지금처럼 또 신나게 이거저거 보고 읽어댄다.
쉼없이 경적이 빠앙- 울리는 곳에 살면
소음이 배경음이 된다.
내게 무의미한 입력이 너무 많은 것 아닐까.
이미 내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차 거대하게 흐르고 있지 않을까. 그것도 불량 식품처럼 영양가 없는 것들로.
그래서 정작 깊이 있고 진득해야 할 것들은 채 들어갈 공간이 없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되려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지금보다 지식이 없을 때 책이 더 잘 읽혔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였고, 채 손 닿지 못 한 세상은 아직 내가 발견치 못 한 놀라움으로 가득차있었다.
이제는, 직접 발 딛기 전에 엄지 하나로 얕은 정보를 찾아 이내 곧 흥미를 잃어버리고
드래그 속에 들어있던 몇 마디 찌라시로 괜한 이상한 고정관념이 머리에 입력되고
자극적인 광고와 미디어에 비판적 사고의 날이 다 무뎌지고
초록색 창에서는 (관념적 용어로)초딩에게서 지식을 얻고
끝 없는 물결같은 이 가상 세계를 내 머릿 속에 체계화 시키는
이런 시대.
우리는 과연 스마트한가?
게으름을 반성한다.
자극과 정보로 찌든 무의식, 너가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