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
글쎄, 왜일까?
지난 10년 가까이 드라마에 꽂혀서 일도, 공부도, 만나는 사람도 모두 그쪽이었는데…
그래서 연구도, 학위논문도 드라마를 주제로 썼고, 심지어 단행본 역시 한국 드라마 EP 심층인터뷰였는데… 이상하게 작년부터 드라마를 안 보게 되었다.
어쩌다 화제가 되는 작품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두 편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시리즈 전편을 뚫어져라 본 드라마는 거의 없다.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싶을 만큼. 하기야 예능, 음악, 영화 모두 마찬가지이긴 했네.
그나마 최근 들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노란문>,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백남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연한 <일>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 물론, 콘진원 지원작 <찌장면 랩소디> 같은 작품은 온에어로…
그리고, 이번 연휴에 웨이브에 접속해 최근 화제가 된 SBS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을 몰아서 시청했다.
깊은 울림, 마음이 먹먹했다. 탁월한 기획자, 연출자, 음악 천재인 줄만 알았던 김민기가 이런 인물이었구나. 작고, 연약하고, 어린 존재를 사랑하고, 해야 할 일,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면서도 자신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 많은 이의 선한 이웃, 친구이자 아버지이면서 선생님으로 살아온 사람, 오늘 예수님이 우리 곁에 계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 담당 작가, PD는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공들여 자료를 찾고, 화면을 구하고,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방송사가 ‘돈 생각’ 했으면 못 했을 거고, 해야 한다는 책임감, 부채의식, 지금 아니면 기록할 수 없으리라는 절박한 어떤 마음 아니었을까?
아직,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가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작가, PD를 비롯한 제작진에게 고맙다. 그리고 김민기 선생님, 쾌유를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