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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Mar 02. 2024

여행을 온전히 간직하는 방법

꼴레오네의 수필집 #008

남는건 사진 밖에 없다.


한 번즘 이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사진 잘 찍기로 유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는 왜 사진을 남길까?

여행지에서 '사진을 남긴다' 라는 것은

본인이 추억을 되네이기 위함일 수 있지만,

요즘은 그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이런 멋진 여행을 갔다." 라는 어떠한 인증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SNS의 발달로 달라진, 마치 자연스러운 현상중 하나일 수 있다.


다만, 여행을 추억하고 되내이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라면

남이 보는 시선으로 나를 찍은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아니라, 

나의 시선으로 보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보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그 사진속에 내가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왜곡되고 미화된다.

여행을 가는 이유는 항상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눈으로 감상한다.

외국인들의 말소리와 도시에서 들려오는 독특한 소리를 귀로 듣는다.

한국과 다른 외국의 날씨와 기온을 피부로 느끼고,

외국에서 유명한 음식과 음료를 혀로 맛본다.

또한, 그 음식을 포함한 외국에서의 냄새를 코로 맡기도 한다.

이런 모든 감각들이 모여 기억되고, 결국 그 모든것들을 추억한다.


그렇다면, 여행에서 이런 감각을 온전히 간직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감각을 최대한 느끼고, 무엇보다 기록해야한다.


필자의 예시를 들자면,

얼마전 무더운 여름날, 제초 작업이 한창인 곳을 지나간 일이 있었다.

제초하는 곳 옆에는 풀 냄새가 지독하게 나기 마련인데, 흔히 군대에서 많이 맡을 법한 냄새였고, 그 순간 같이 지나가던 군필 남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동시에 군대를 떠올렸다.


추억의 노래라면서 몇 년전 한창 인기를 끌었던 노래를 듣게된다면, 사람들은 그 시절을 떠올린다.

'벚꽃엔딩'을 들으면 언제나 꽃이 피어날 무렵의 봄 날씨를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감각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의 기억은 오감과 함께한다. 그리고 감각은 동시에 뇌에 저장된다.


정말 추운 날씨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 그 장소를 떠올리면 당연히 추웠던 그 감각이 떠올려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각과 경험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차이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춥다 라는 감각은 한국인이라면 매년 겨울에 느끼는 것이라, 춥다 라는 감각만으로 특정 경험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반대로, 특정 경험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제한적이기에 경험을 통해 감각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그 반대는 쉽지않은 것이다.


결국 어떤 경험과 감각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그 경험에서 특정 감각을 어느정도 지속하는 것이 좋다.

혹은 그 감각이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던가.


감각을 지속하기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청각이다.

미각과 후각은 지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청각은 음악을 통해 지속시킬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남미 여행에서 줄곧 들었던 senorita 라던가, 혹은 아프리카 여행에서 자주 들려오던 single again이란 노래가 그러하다. 이 노래를 들을때면, 시간이 지나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려지곤 한다.


청각을 유지해보자. 여행을 떠날 당시 좋아했던 음악을 여행 내내 자주 들어보던가, 혹은 여행지에서 들려온 새로운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들어보자. 미각, 후각은 운에 맡겨보자.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느낀 모든 감정과 감각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감각과 기억은 잊혀지고 왜곡된다.  여행지에서 굳이 시간을 내서라도 잠에 들기 전 20분 정도라도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글로 남겨보자. 단순 시간 흐름대로 나열해도 좋고, 그 순간 느꼇던 감정이나 떠올려진 생각을 곁들이면 더 좋겠다.


훗날, 내가 들었던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읽으면서, 사진첩을 다시 들여다본다면

그것보다 더 생생하게 여행을 간직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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