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푸르

2010: 세상의 끝, 꿈의 끝

by Coron

수단 다푸르라는 곳에 온다고 했을 때 도저히 이해 못하는 분들, 걱정하는 분들을 뒤로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훌쩍 떠나온지 2달이 지났습니다. 이제와 털어놓지만 속으로 저도 걱정되고 불안했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보다 어떤 상황에 놓일까, 견디어 낼 수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걱정이 앞섰습니다.
참고로 한국 떠나는 날은 짐 싸느라 정신없었고, 공항에서는 인색한 아시아나 항공사 아저씨가 짐 무게 초과한걸 안 봐줘서 쩔쩔 매다가 생애 처음으로 초과 요금 내고 우울해하다가 떠나는 슬픈 분위기 잡는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이곳에 온지 2달 지난 지금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견디고는 있습니다.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로 과다 단백질 섭취로 영양상태는 좋은데 움직이지는 않아서 살도 많이 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사람 다치고, 죽는 험한 모습 보고, 납치당하는 영화 같은 극한 경험을 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그런 소설은 제 앞에는 없을 듯합니다. 메일에 그런 내용은 기대하지도 마세요. 다시 한번 고백하건대 제가 겁이 많아서 위험한 짓, 무모한 짓은 잘 못합니다.

어떤 외부 사람들은 제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해하는데, 사람 사는 일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최소한 제가 가본, 남들이 특별하다고 하는 곳은요. (어쩌다 보니 미국의 제재조치를 당하는 특별한 나라에 두 번째군요. 미얀마, 수단. 역마살도 심하게 끼었나 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소는 수단의 서쪽 다푸르, 차드의 국경 지역에 있습니다. 전기도, 텔레비전도, 우체국도, 변변한 병원, 행정 시스템 없는 남들이 오지라고 하는 곳이죠. (솔직히 어디까지가 오지고 어디가 아닌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무소 안정 규정상 철조망에 둘러싸인, 24시간 경찰이 건물 밖에 상주하는, 경비원 2명 있는 숙소 안에서 삽니다. 실향민 실태 알아보려 일주일에 2-3번 당일 출장을 갈때면 경찰 11명이 기관총을 트럭 뒤에 싣고 길을 나섭니다.

숙소 내에 운동시설이 구비되어서 웬만한 헬스장에 있는 제가 이름도 모르는 기구는 다 있습니다. 동네 전기가 없어서 아주 큰 발전기 2대가 12시간씩 교대로 돌아가서 에어컨도 빵빵합니다. (여기 와서 할머니한테 전화했을 때 할머니의 질문은 딱 3가지: 1) "아이고, 더워서 어떡하느냐?" 육중한 몸매에 더위를 못 참는 할머니다운 걱정이지요. 2) "밥은 어떻게 먹느냐?" 3) "언제 돌아오느냐?")

전기만 없는 게 아니라 디젤도 없어서 큰 사무소에 정기적으로 배럴을 트럭으로 보내옵니다. 한 달에 200리터짜리 15배럴 쓴다고 하더군요. 연료 관리하는 것도 일이라서 매일 저녁 6시면 주유소처럼 발전기에 32리터씩 넣고 사인합니다. 먼길 떠나기 전에도 당연히 차에 주유하죠. 경찰 에스코트 렌트 트럭에도 목적지의 거리를 계산해서 저희가 연료를 넣어주어야 합니다. 여기 와서 별걸 다 배웁니다.. 전기가 어떻게 내 컴퓨터, 형광등까지 오는지 한전에 견학가지 않는한 누가 이렇게 챙기겠습니까? 전기에 대해서 줄줄이 늘어놓는 이유는 여기서는 에어컨 없으면 정말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주에 저희 소장이 휴가 간 이후 제가 다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기 관리가 제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앉으나 서나 제발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죠.

연료도 언뜻 보면 쉽게 배달해 오는 것 같지만 예민한 문제랍니다. 저희 사무소가 반군 지역에 위치해 있고, 길에 무장 강도도 있어서 소중한 연료를 배달하던 트럭이 도난당하면 바로 반군 손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거죠. 연료 옮길 때 사전에 정부 허가받고 옮겨야 한답니다. 한국에서 S오일 트럭이 시청 가서 허락받고 이 주요소에서 저 주유소로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세요. 말이 되나? 이래서 디젤 한 방울 한 방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기뿐인가요. 더 중요한 물이 있죠. 가끔씩 물 정화해서 지역에 보급하는 NGO 발전기가 고장 나면 당나귀 (장난 아닙니다)가 물 주머니를 등에 싣고 저희 사무소로 배달 옵니다. 당나귀가 배달 오는 날도 그 물을 끓여서, 식혀서 정수기에 넣은 후 냉장고에 넣어서 마십니다. 물론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요리사, 청소하는 아줌마들이요.

생활을 유지하게 해주는 기본 요소,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인식도 못하고 넘어가기 쉬운 안전, 전기, 연료, 물 이야기로 메일이 가득 찼네요. 다음에 구체적으로 너무 당연한데 절실히 필요한 다른 것들에 대해 쓰죠.

봄을 즐기세요. 안전도. 물도. 전기도. 옆에 있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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