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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2024)

by 이상현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 독 김 희 진

출 연 송 중 기, 최 성 은 등등

권리. 이 영화 ‘로기완’을 보고 인간에게 주어지는 권리는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북한에서 도망쳐 나온 로기완은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로기완이 가진거라곤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1장과 어머니의 시신을 병원에 팔고 남은 돈이 전부이다. 로기완에게는 살아 숨 쉬는 일 외에는 모든 것이 사치이다. 살아남는 일보다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더 쉬워 보일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고 머리 색깔이 다른,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 로기완. 그렇다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도 없는 상황이다. 로기완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곧 그의 삶은 거기까지다 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로기완은 위태로운 걸음을 옮기며 하루하루를 견디어낸다.


로기완이 어머니의 시신을 병원에 판 돈을 가지고 벨기에로 건너온 계절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로기완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을 물어보는 여자, 마리. 그날, 겨울이었다. 로기완의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날은 겨울이었다. 아들밖에 모르던 어머니는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했다. 로기완에게 어머니의 기일이 겨울이어서 겨울이 더 추울거라고 말하는 여자, 마리. 마리는 로기완을 이해해보려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로기완은 그런 마리에게 얼마만큼의 이해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를 받고 이해를 하는 것만큼 커다란 위로가 또 있을까.

어느 나라를 가도 로기완이 서 있을 작은 공간 없는 세상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또 생긴 것이다. 살아 숨 쉬는 권리, 땅을 밟고 서있는 권리.

권리를 짓밟는 또 다른 권리. 얼마만큼 잔인해 질 수 있는가 하는 물음도 따른다.

이해와 용기와 위로가 뒤따르길.


이 영화 로기완은

조해진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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