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의 본질과 기울어진 규제의 운동장
1950년 6월 25일,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기습 남침했다. 이후 중공군 100만 대군이 참전하면서 전쟁은 사실상 미국 주도의 유엔군과 중공군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75년이 지난 오늘, 중국은 여전히 '항미원조(抗美援朝)'라며 당시 참전을 자랑하고 있으나, 6·25 전쟁으로 수백만 한국인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대리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마치 미국 자본의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중국 플랫폼에 길을 열어주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보안 사고에 대한 기업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쿠팡에는 한국의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과 공정거래법이 모두 적용되는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은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이다.
2025년 12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질문을 던진 뒤 충분한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청문회의 본래 목적인 사실 확인보다 정치적 공세가 앞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SEC 규정상 Form 8-K Item 1.05는 '중대한 사이버보안 사건(Material Cybersecurity Incident)'만을 보고하는 전용 트랙이다. 쿠팡이 이 항목으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이 사건을 '중대하다'라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쟁점은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시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왜 청문회 전날 SEC에 보고했느냐", "중대하지 않다고 보고해 놓고 왜 보고서를 냈느냐"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미국 공시 제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결여된 것이거나, 의도적 왜곡이다. SEC 규정은 사건 발생 직후 즉각 보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회사가 합리적으로 '중대성 판단(Materiality Assessment)'을 완료한 시점으로부터 4 영업일 이내에 보고하면 규정을 준수한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미국 연방 증권법 위반 시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미국 상장사 특성상, 공시 시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운영이 중대하게 중단되지 않았다(operations have not been materially disrupted)'는 문장을 '사건 자체가 중대하지 않다'는 의미로 왜곡한 것이다. 해당 문장의 주어는 '사건'이 아니라 '쿠팡의 운영(operations)'이다. 같은 보고서에는 "잠재적으로 중대한 재무적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두고 '중대하지 않다고 보고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왜곡이다.
한편, 여야를 막론하고 쿠팡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에 깊은 수치"라며 최고 수준의 제재를 촉구했다. 기업의 보안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 자체는 정당하다. 다만, 평소 '반중(反中)'을 외치던 정치인들조차 포퓰리즘에 함몰되어 미국 상장 기업 공격에 동조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진영을 막론한 반기업 정서가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델라웨어 본사 논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무지
일부 국내 언론은 쿠팡의 미국 본사가 델라웨어주 윌밍턴 노스 오렌지 스트리트 1209번지에 있다는 사실을 마치 '탈법'이나 '꼼수'인 양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YTN과 SBS는 현지 취재에서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로고조차 없다"라며 규제 회피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미국 기업법의 기초를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델라웨어주가 미국 기업의 '법적 본거지'로 선호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200년 이상 축적된 판례로 예측 가능한 법적 환경을 제공하고, 델라웨어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은 기업 분쟁 전문 법원으로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준다. '내부 경영진 보호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은 선의의 경영 판단을 보호하여 기업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연구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68.2%, S&P 500 기업의 65%가 델라웨어에 등록되어 있다. 2023년 미국 IPO 기업의 70% 이상이 델라웨어를 선택했으며,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의 약 90%가 델라웨어 법인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월마트, 테슬라 등 세계 최대 기업들이 모두 델라웨어에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국내 일부 언론은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노스 오렌지 스트리트에 물리적 사무실이 없다는 보도 역시 미국 기업 등록 시스템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델라웨어에서는 'Registered Agent'(등록 대리인)만 두면 합법적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이것이 전 세계 기업들이 이 주를 선택하는 이유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마치 쿠팡만의 편법인 양 보도하는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와 기업법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의도적 프레이밍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쿠팡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형평성의 문제다. 물론 쿠팡의 보안 관리 실패는 엄중히 비판받아야 한다. 5개월간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며, 박대준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의 사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의 유출 사고와 비교했을 때 처벌의 강도는 현저히 불균형하다.
국내 대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처분이 이루어진 반면, 쿠팡에 대해서는 "회사가 망할 정도로 제재하겠다", "영업정지를 검토하겠다"는 극단적 발언이 쏟아진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왜 유독 미국 상장 기업에 대해서만 이토록 가혹한가. 이 의문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필요하다.
쿠팡이 흔들리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답은 명확하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912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로 국내 종합몰 앱 2위, 테무는 823만 명으로 3위에 올랐다.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47.1%가 중국 쇼핑 앱을 설치했고, 그중 59.6%가 실제로 사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해외 직접구매 규모 7조 9,583억 원 중 60%인 4조 7,772억 원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60%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제동이 걸린 중국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사업에 약 1조 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축구장 25개 규모의 물류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영업정지라도 당하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 플랫폼에 사실상 내어주는 '경제적 무혈입성'을 허용하는 셈이다. 쿠팡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중국 플랫폼에 대한 동등한 수준의 규제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다.
당초 12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FTA 공동위원회가 내년 초로 연기되었다. 한국 정부는 '비관세 장벽 구체안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쿠팡 등 미국 기업 규제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배경에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쿠팡은 한국에서 성장했지만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이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어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쿠팡은 '한국 기업'이 아닌 'K-커머스를 대표하는 미국 상장사'로 인식된다. 미국 기업이 자국 규제기관의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공시한 행위를, 공시 시점을 문제 삼아 고의 은폐나 축소 보고로 몰아가는 행태는 미국 공시 제도 자체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왜곡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KFTC)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과징금과 규제 조치를 이어가는 것을 지난가을 합의한 무역 프레임워크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합의는 토론이 아니라 집행(Agreements are not discussions, but enforcement)"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 대럴 아이사와 스콧 피츠제럴드는 한국의 규제가 단순 경쟁 정책을 넘어 미국 기업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라고 직격 했으며, 피츠제럴드 의원은 한국의 규제가 미국 경제에 수천억 달러 손실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년간 한국 공정위는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퀄컴, 테슬라 등 주요 미국 기업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조사와 벌금을 부과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방한 당시 한국으로부터 차별적 디지털 규제를 중단하고 미국 기업에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해진다.
그 대가로 한국은 관세 완화와 미국 시장 접근 확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방위산업 구매 혜택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 국회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법안을 추진하면서 미국은 이를 '협상 불이행'으로 간주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외신 인터뷰에서 "경제적 공정성과 전략적 신뢰는 분리될 수 없다"라며, 한국의 규제가 동맹 관계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현지 로펌 10여 곳이 이미 투자자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 이상 동맹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규제를 묵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가 유독 미국 상장사인 쿠팡에만 '영업정지' 등 가혹한 처분을 내릴 경우, 이는 한미 FTA의 '내국민 대우(National Treatment)' 원칙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보복 관세나 무역 제재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의 직접적 가해자는 퇴사한 중국인 직원이다. 이 중국인은 퇴직 후에도 접근 토큰을 악용해 6월 24일부터 147일간 3,370만 명의 고객 정보를 탈취했다. 그런데 이 범죄자에 대한 추적과 처벌 논의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오직 쿠팡 경영진 책임 추궁에만 몰두하고 있다. 당장 중국 정부에 송환요청을 해야 한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 연속, 외국인 범죄자 중 중국 국적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범죄의 약 47.5%를 점유하며, 연간 1만 5천~2만 명이 검거된다. 2024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적발된 기술유출 사건의 74%가 중국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 기술이나 정보를 유출해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한국의 간첩죄(형법 제98조)는 1953년 제정 이후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는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형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대만, 네덜란드 등은 이미 경제 간첩에 대해 최대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입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범죄자 처벌에는 무관심하면서 피해 기업만 압박하는 정부의 행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자명하다.
쿠팡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어떤 원칙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보안 사고의 책임 추궁과 국가 전략적 판단은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쿠팡의 보안 실패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 제재가 중국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이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쿠팡은 'K-커머스를 대표하는 미국 상장사'로 인식된다. 우리가 이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난도질할 때, 웃는 것은 베이징과 항저우(알리바바 본사)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인 범죄자 추적에는 무관심하고, 간첩법 개정은 미루며, 중국 플랫폼 규제에는 소극적이면서 미국 상장 기업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경제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길이다.
1950년 6·25 전쟁 때 중공군은 '항미원조'를 외치며 참전했다. 75년이 지난 2025년, 중국은 플랫폼과 자본, 정보전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대한민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2월 18일 미국의 한미 FTA 회의 취소는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경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다. 쿠팡에 대한 합리적 제재와 함께 중국 플랫폼에 대한 동등한 규제, 그리고 간첩법 개정까지 — 균형 잡힌 정책만이 경제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SEC 공시 관련
SEC Form 8-K (Item 1.05), Coupang Inc., 2025.12.15 제출
SEC 사이버보안 공시 규정: 중대성 판단 후 4 영업일 이내 보고
▶ 델라웨어 법인 통계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Delaware's Status as the Favored Corporate Home" (2024.5)
포춘 500대 68.2%, S&P 500 65%, VC 투자법인 90% 델라웨어 등록
▶ 개인정보 유출 및 과징금
개인정보보호위원회: SK텔레콤 과징금 1,348억 원 (2025.4)
쿠팡 유출 규모 3,370만 명, 과징금 최대 1조 원 전망 (공정위 검토 중)
▶ 중국 플랫폼 시장점유율
와이즈앱·리테일 (2025.1): 알리익스프레스 MAU 912만, 테무 823만
통계청 (2024): 해외직구 7.9조 원 중 중국 60% (4.8조 원)
▶ 외국인 범죄 및 기술유출
경찰청 범죄통계 (2024): 외국인 범죄 중 중국 국적 47.5%
국정원·산업부: 2024년 기술유출 사건 중 중국 연관 74%
▶ 간첩죄 법적 한계
형법 제98조: '적국' 한정, 중국 적용 불가 (1953년 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