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엔드'(2024) 리뷰
시민이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책무와 역할이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이제는 충분히 알고 있는 성인이 되었지만 그건 성인이 되었고 사회와 어느 정도 타협했기 때문일 뿐 <해피엔드>(2024) 속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체구가 제법 자란 10대 시절에 능히 품을 법한 반항심 같은 것이기도 해서 그들 모두 나름대로의 질문을 감당하고 있다는 점을 네오 소라 감독의 연출과 각본은 충분히 헤아리게 한다. 한편으로 '가까운 미래'를 영화가 전제하고 있음에도 마치 동시대 관객의 유년을 돌아보게 하는 듯한 향수를 담고 있기도 한데 이는 촬영과 음악 등 프로덕션 전반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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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차례 울리는 영화 속 지진 경보는 마치 실체를 직시하기 어려운 세대 불안과 여러 심리적인 격랑을 닮았다. 그것들 중 어떤 것은 오보이고 어떤 것은 실제로 땅이 흔들리고 캐비닛 위 집기가 떨어질 만큼의 것인데, 유타와 코우를 중심으로 교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뉴스 화면 속 정보들이 암시하는 규칙과 체계에 대한 인물들의 막연한 의문 섞인 관찰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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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는 그렇지만 가치관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인물들을 향한 어른의 시선보다 여느 청춘 영화 속 순간들처럼 졸업 직전의 돌아오지 않을 하루들을 가만히 관찰하고 지켜볼 따름이다. 가령 사회에서는 책임과 안전이 학교 안보다 더 엄중하다는 취지의 나가이 교장의 말과 그것들은 모두 자유를 억압한다는 취지의 후미의 말 모두 영화 속에서는 그들 각자의 입장 내지 인식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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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다섯 친구들의 하루하루는 그저 좋은 음악 취향을 발견하거나 (감시시스템을 조롱하거나) 같이 밥을 먹고 잠에 들고 밤길을 거니는 보통의 나날 같다. 다만 육교 위에서 각자의 계단을 향해 내려가기 직전 말없이 걸음을 머뭇거리는 유타와 코우의 순간처럼, 버스에 오르는 톰을 배웅하는 남겨질 친구들의 울먹임처럼, <해피엔드>는 한 시절이 끝날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잠깐의 멈춤과 유예를 가능한 만큼 허락할 따름이다. 벌써 어른이 되었다는 걸 한발 늦게 체감하게 되더라도 그 순간만큼 오직 우정을 위해 즐거워야만 하니까. 그건 그들 앞에 아직 희망(=상상력)이 있고 시절의 박동을 한껏 땀 흘리며 아낌없이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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