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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도 재미가 우선이다

by COSMO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동반자는 다름 아닌 '재미'다. 습관은 의무감이나 강제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의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꽃과 같다.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 심리학자들까지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인간은 본질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다. 이런 인간 본성을 거스르며 억지로 독서 습관을 만들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게 된다. 아무리 가치 있는 고전이나 전문서적이라 해도, 그것이 지루함과 어려움만을 선사한다면 페이지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감을 선사할 때, 독서는 의무가 아닌 기대와 설렘이 되고, 그때 비로소 진정한 독서 습관의 씨앗이 뿌려진다.


⓵ 재미에서 시작하라

독서를 즐겁게 만드는 첫걸음은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정서적 취향에 정직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매달리지만, 사실 독서 습관 형성의 관점에서는 "내가 어떤 책을 읽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하다. 누군가는 미스터리 소설에 빠져들고, 또 다른 이는 여행 에세이에서 위안을 얻는다. 어떤 사람은 비즈니스 성공 사례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이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책을 탐닉한다. 이처럼 독서의 즐거움은 깊이 개인적인 영역이며,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평판이 아닌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을 발견하라. 그것이 독서 습관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독서의 즐거움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난이도의 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발견한 '몰입(flow)' 상태는 과제의 난이도와 개인의 능력이 균형을 이룰 때 발생한다. 너무 쉬운 책은 금방 지루해지고, 너무 어려운 책은 좌절감만 안겨준다. 자신의 현재 독서 수준보다 약간 도전적이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선택할 때, 독서는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이 된다. 이런 최적의 독서 경험이 반복될 때, 책을 펼치는 행위 자체가 보상으로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독서의 재미를 발견하는 여정은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지적 즐거움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자기 이해의 과정과 떼려야 뗄 수 없다.


⓶ 목표는 작을수록 좋다

독서를 지속적인 습관으로 발전시키는 두 번째 비결은 처음부터 작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성취감을 느낄 때 도파민을 분비하며, 이 생화학적 보상이 행동의 반복을 촉진한다. 높은 목표는 처음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지만,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감은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데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하루에 책 한 권이 아닌, 한 장을 목표로 하라. 한 시간이 아닌, 10분의 독서 시간을 정하라. 이렇게 작은 목표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성공적인 수행 가능성을 높인다. '일주일에 세 권'이라는 압박감 있는 목표 대신, '매일 잠들기 전 5페이지'라는 소박한 목표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책을 읽게 만드는 역설이 여기에 있다.


작은 목표의 힘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지속성에 있다. 유명한 행동심리학자 BJ 포그는 '타이니 해빗(Tiny Habits)' 방법론을 통해, 습관 형성의 핵심은 행동의 크기가 아닌 반복의 일관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한 페이지를 200일 연속으로 읽는 것이 하루에 200페이지를 읽고 멈추는 것보다 독서 습관 형성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런 작은 성공의 누적은 '습관의 복리효과'를 창출한다. 하루 10분의 독서가 일주일, 한 달, 일 년으로 이어질 때 그 효과는 단순한 산술적 합을 넘어선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적은 양으로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작은 실천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힘에 놀라게 될 것이다. 목표를 작게 설정하는 것은 단지 시작을 쉽게 만드는 전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독서 습관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는 지혜이다.


⓷ 나만의 독서 리듬 만들기

독서를 지속 가능한 기쁨으로 전환하는 세 번째 열쇠는 자신만의 독서 리듬을 찾고 이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패턴과 의식(儀式)에 강하게 반응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할 때, 그 행동은 점차 의식적 노력 없이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습관으로 발전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하루 중 특별히 책을 읽기 좋은 시간대를 찾아내는 것이 첫 단계다. 어떤 이에게는 아침의 고요한 시간이, 다른 이에게는 점심시간 후 짧은 휴식이, 또 다른 이에게는 잠들기 전 고요한 밤이 가장 이상적인 독서 시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언제인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일관되게 지키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간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책을 찾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조건화가 일어난다.


독서 리듬을 만드는 데 있어 환경적 요소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을 읽기 위한 특별한 장소를 정해두는 것은 독서에 대한 심리적 준비를 돕는다. 이 장소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집 안의 특정 의자, 작은 서재 한 켠, 혹은 창가의 쿠션 하나라도 충분하다. 이 공간은 책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의식적 영역이 된다. 여기에 작은 의식들을 더하면 독서는 더욱 풍요로운 경험이 된다. 따뜻한 차 한 잔, 부드러운 담요, 은은한 백색 소음, 또는 특정 향의 캔들 같은 감각적 신호들이 독서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런 의식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뇌에게 "이제 독서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심리적 장치로 작용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환경적 단서들은 더 빠르고 깊은 독서 몰입 상태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다.


⓸ 상상하며 읽기

독서를 진정한 즐거움으로 만드는 네 번째 방법은 능동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는 것이다. 책은 단순한 잉크와 종이의 조합이 아니라, 무한한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이 문을 활짝 열기 위해서는 독자의 상상력이라는 열쇠가 필요하다. 상상력을 통해 읽을 때, 단순한 문자들은 생생한 이미지, 감각, 감정으로 변모한다. 역사책을 읽을 때는 그 시대의 소리와 냄새를, 소설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표정을, 과학책을 읽을 때는 현상의 작동 방식을 마음속에 그려보라. 이러한 능동적 시각화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읽는 과정을 단순한 정보 처리가 아닌 다감각적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상상의 힘을 빌려 읽을 때, 독서는 수동적 활동에서 창조적 모험으로 변모한다.


상상하며 읽는 또 다른 차원은 텍스트와 대화하듯 읽는 것이다. 책은 일방적 강연이 아닌, 저자와 독자 사이의 살아있는 대화다. 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책의 내용에 동의하거나 의문을 품을 때, 그 생각을 책의 여백에 남겨보라.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보거나, 때로는 반박하며 읽어보라. 이러한 비평적 대화는 텍스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 뿐 아니라, 독서를 지적 탐험의 여정으로 만든다.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결 지을 때, 독서는 추상적 지식 습득을 넘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이처럼 텍스트와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독자들은 내용 이해도와 기억력이 현저히 향상될 뿐 아니라, 독서 자체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 결국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은 수동적 소비가 아닌, 상상력을 통한 창조적 참여에서 비롯된다.


⓹ 결론: 재미가 습관을 완성한다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여정에서 가장 강력한 동반자는 의무감이나 야망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의 설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몰입감, 새로운 통찰을 얻는 희열—이런 감정들이 독서를 단순한 활동에서 기다려지는 의식으로 변화시킨다. 습관 형성의 심리학은 명확하다. 우리는 즐거움을 주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된다. 독서가 의무나 고통이 아닌 기쁨의 원천이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로 전환된다. 이 전환이 바로 지속 가능한 독서 습관의 핵심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데서 시작된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 아닌, 자신의 호기심과 관심사에 진실되게 반응하는 책을 선택하라. 처음에는 작은 목표로 시작하여 성취감을 쌓아가라. 자신만의 독서 리듬과 의식을 개발하여 책 읽기를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라. 상상력을 발휘하여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고, 저자와의 지적 대화에 참여하라. 이렇게 독서를 다차원적 즐거움의 원천으로 발전시킬 때, 독서 습관은 단순한 행동 패턴을 넘어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평생의 동반자가 된다.


다음 장에서는 독서 습관을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독서와 뇌과학: 미엘린과 심적 표상의 역할'을 탐구한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독서를 통해 변화하고, 그 변화가 어떻게 습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독서 습관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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