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간 금주를 통해 내가 얻은 것들]
2025년 7월 2일을 시작으로 금주를 시작했다. 총 13주 하고 4일을 금주했다.
처음에는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술을 습관처럼, 마셨으니까.
어쩌면, 술 유전자라는 게 따로 있는 걸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술을 좋아하고, 즐긴다. 그리고 몸에서 잘 받기까지 한다.
자랑스러운 건 아닌데, 이십 대까지만 해도 술부심이라는 것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흑역사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이십 대 때까지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술이 센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십 대 후반 때, 그 모든 게 꺾였다.
이십 대 내내 술을 주야장천 마셨다. 알코올중독은 아니지만, 즐겨마셨다.
어쩌면 알코올중독일 수도 있겠다.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생각보다 청년들 중에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미디어를 접하면서 알게 모르게 동질감 같은 것도 생겼다.
아! 생각해 보니, 1년간 알코올 중독이었을 때가 있었다.
이십 대 초반 때, 영국에 1년간 있을 때,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다.
그 결과? 내 몸은 완전히 망가졌다.
15킬로의 지방을 얻었고, 피부는 완전히 망가졌고, 면역력은 붕괴되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몸의 건강을 믿으면 안 된다.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습관이 무서운 게, 그렇다고 술을 멀리하진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피부염이 얼굴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국에 와서, 엄마 손에 이끌려 피부과로 향했다. 레이저를 끊임없이 했다.
피부는 날이 갈수록 맑고 투명하게 얇아지고 있었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술을 마시지 말고, 좋은 음식을 먹고, 몸 안을 깨끗이 돌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계속 원인을 바깥쪽에서만 찾고 있었다. 아주 멍청한 짓을 몇 년 간 해오고 있었다.
나는 내 몸에 형벌을 내리는 짓들을 골라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서도 술을 무진장 마셨다.
맛있었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이 좋았고,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도 좋았다.
그렇게 남편을 만났다. 우리는 연애하는 3년 내내 술에 미쳐 살았다.
마침 코로나가 터져, 배달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술은 금상첨화였다.
남편은 약 16킬로의 살이 찌고, 나는 피부가 또 망가졌다.
이제는 불치병인 주사피부염이 생겼다. 아직도 앓고 있다.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
약 2년간은 너무 심해, 피부과에 들인 돈만 6백만 원일 것이다.
술을 끊어야 했었는데, 결혼식 두 달 전 빼고는 술을 못 끊었다.
그때만 피부가 잠깐 좋아졌다.
그러고 우린 호주로 떠났다. 호주는 맥주가 그렇게 맛있었고, 와인에 눈을 떴다.
호주의 와이너리를 탐방하며, 주말마다 동생네 부부와 함께 와인과 맥주를 마셨다.
물로 평일에도 우리 부부끼리 마시곤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술을 너무 좋아해서 끊지 못했다.
술이 원수지.
그런데 이제 술을 마시면, 잠을 자지 못했고, 모든 것을 토해냈다.
잠을 자는 내내 괴로웠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
우리는 결심했다.
세 달 간만이라도 금주를 해보자고.
안될 줄 알았던 이 금주가 세 달을 버텼고, 우린 성공했다.
앞의 서사가 너무 길었다. 그래서 금주를 통해서 얻은 것은?
간단하다.
피부. (염증 수치가 낮아지면서, 피부가 좋아졌다)
꿀잠.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
자제력. (나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고, 자제력이 생겼다.)
자신감. (알 수 없는 성취감이 생겼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올라갔다.)
정신력.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졌다. 술을 마시지 않는 동안,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다.
항상 술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그날 하루를 날려버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금주하고 나니, 시간이 생겼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단점은 낙이 없었다. 술과 함께 오는 그 행복이
술은 가끔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적당히 마실 때만.
그래도 금주는 지나고 보니, 할만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그냥 중요한 날이 있을 때만 마신다.
아무래도 예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좋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술에 대해서 너무도 관대했던 건 아닐까 싶다.
실은 건강을 생각하면, 술을 그렇게 마시면 안 되는데...
우리나라 자체가 워낙, 술 문화가 발달되어서 술에 대해서 경각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간에 술은 백해무익하다. 그걸 인정하고, 알면서 마시는 게 오히려 내 건강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