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불섬 시파단 개북이 그리고 최후의 승자 3인
한국에서 출발할 때 매미가 미친듯이 울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나무 밑둥에서 답답했는지 아파트 나뭇가지에 주둥이를 박아넣고 고막이 찢어져라 울어댔다. 다른날 같으면 매미가 내는 소음에 짜증날만 하지만 이미 마음은 공항에 있었다.
오후 7시 비행기라 빠진 짐이 없나 확인하고 여권과 비행기표를 챙겨 넣고 조금 일찍 출발 했다. 집은 전기세가 무서워 에어콘을 왠만하면 꺼놓기 때문에 냉방이 빵빵한 인천 공항에 미리 가있는게 좋을거 같았다.
인천->코타(1박)->타와우-> 셈포르나를 거쳐 드디어 배에 올랐다. Celebres Expolore는 일종에 모함으로 다이빙을 제외한 생활 공간이고 포인트 근처에 정박한 후 다이빙을 나갈때는 작은 배로 옮겨타 이동한다.
전날 저녁에 배에 올라 하루를 배에서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이빙 할 때 하지 말아야할 주의 사항을 설명해 주었다.
거북이 만지지 말기
산호 만지지 말기
산호 차지 않기
다이빙 중간에 음주 금지
장갑 끼지 말기
거북이와 산호를 건드린게 적발되면 가이드와 다이버에게 벌금이 있다고 한다. 술이야 뭐 음주운전 정도의 이야기 이고 장갑의 경우 장갑을 끼고 다이빙을 하면 아무래도 장갑(?)을 믿고 조금 더 대담하게 여기저기 만지게 된다. 뭔지 모를 바다 생물을 장갑없이 선뜻 만지기는 아무래도 꺼려 진다.
다이닝 룸 겸 단체 휴게실 한쪽 구석에 시파단 섬 주변 다이빙 포인트를 정성들여 그려놨다.
첫날 시파단 섬 다이빙하러 가기전에 관청에 입도 신고를 하러 갔다.
입도 신고하는 곳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지 작은 섬 이곳 저곳을 돌아 보았다. 특이한 나무도 있었고 나른한 열대 기후를 즐기는 고양이도 우리를 반겨는 듯 했다.
입도 신고가 끝나고 시파단 첫 포인트로 이동해 입수를 했다. 첫 느낌은 수온은 적당했지만 시야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뿌연 부유물들이 눈을 가려 저 멀리 물고기의 그림자만 어렴풋이 보였다. 개....아니 거북이는 엄청 많았다. 한적한 곳 동네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시고르자브종 처럼 눈만 돌리면 거북이가 보였다. 크기를 보아 못 해도 할아버지 뻘 되보이긴 했다. 전날 과음을 했는지 산호에 머리를 들이밀고 숙취를 달래는 듯 한 거북이 산호를 맛 있게 먹는 거북이 등에 빨판상어를 붙이고 가는 거북이 등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거북이가 눈 돌리면 보였다. 첫날 시파단 섬 2번의 다이빙은 기대한 것 보다 그렇게 좋진 않았다. 지난 1월 시밀란의 악몽(극단적인 표현으로 물 다뜻한 고성)이 떠 올랐다. 바다는 허락되지 않은 자는 그 속내를 쉽사리 보여주지 않았다.
둘째날은 마불섬 근처에서 한번 다이빙을 하고 갔다. 뭔가 어제 보다 좋은거 같기도 하고 안 좋은거 같기도 하다. 확연히 마불섬 근처 보다 시파단 섬 근처가 좋았다. 오전에 한번 다이빙을 하고 시파단 섬에 다시 들려 입도 신고를 했다. 첫째날은 다이빙 라이센스와 로그수 여권 사본을 검사하더니 오늘은 그냥 명단 체크만 했다. 그리고 시파단 사우스 포인트에 들어갔다. 어? 근데 부유물이 가라 앉은 듯 하다. 어제랑 살짝 달랐다. 우주를 내달려온 태양빛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바닷물로 들어왔다. 어제 보다 가라앉은 부유물은 그들이 숨긴 바닷속 풍경을 우리에게 허락했다.
단체로 16명이 가다보니 4팀으로 나뉘어 다이빙을 했다. 우리팀 가이드는 아짐이라는 이름의 현지 가이드였는데 눈이 좋은지 작은 누디, 곰치등 여러가지 생물들을 잘 찾아 주었다. 특히나 같은 팀 일행이 모두 볼때 까지 집요하게 '여기에 뭐 있어 꼭 봐봐~!'라며 열심히 찾아 다녔다. 그래서 산호에 크리스마스 트리 웜을 보며 장난을 치다가도 아짐이 신호를 보내면 예의상 다가가 찾아준 볼거리를 보았다.
다이빙은 공기통(산소통이 아니라 공기통이다. 산소통은 용접에 사용하는 거고 산소통 매고 들어가면 산소중독으로 스틱스강을 건넌다)을 등에 짊어지고 간다. 즉, 내가 물 속에서 사용 할 수 있는 공기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이빙을 하면 몸에 최대한 힘을 빼고 흐느적 흐느적 근육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한다. 근육이 많이 움직일 수록 공기 소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공기를 현저히 덜 쓴다.
한참을 물 속에서 이리저리 놀고 있던 중 아짐이 다급하게 우리 3명을 불렀다. 흥분한 채로 한쪽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아짐이 가리킨 쪽은 외해로 그저 물밖에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의아한 마음에 흐느적 흐느적 되며 아짐이 가르킨 곳을 응시하며 천천히 다가가자 뭔가 하얀 실루엣이 눈에 들어 왔다.
속는셈 치고 열심히 핀질을 해가니 거대한 크기 잘 발달한 옆구리 근육 날카로운 꼬리 지느러미가 보였다.
'어? 겁나 큰 상어!!!!'
머리에 '겁나 큰 상어'가 떠오른 순간 허벅지가 터질듯이 핀을 찼다. 점점 희끗한 무언가가 확실한 윤곽을 보여 주었다. 상거가 맞다. 그리고 그 상어가 고개를 돌릴 때 도 한번 놀랐으니............머리가 옆으로 길다.
망치 상어다!!!
잠깐의 접견을 허락 후 저 먼 외해로 유유히 사라지는 망치상어는 운 좋게도 아짐과 같이간 3명만 볼 수 있었고 나머지 13명은 좌절과 분노를 경험했다. 사라진 상어를 뒤로 하고 일행을 보며 물속에서 두팔벌려 만세 했다. 그 뒤 배위에서 나머지 13명에게 여행이 끝날 때까지 선택받은 최후의 승리자 기분을 만끽 하였다. 나머지 13명이 온갖 거친말의 강도가 세질수록 오히려 기분이 더 좋은 이상한 경험이었다. YeaH~~~~~~!!!!!!
바다가 가린 산호 군락은 하루가 지날 수록 커튼을 조금씩 열어젖혀 매일 우리를 반겼고 특히 안전정지때 3~5m사이의 바다는 아낌없이 모든걸 보여 주었다. 특히나 마지막 날은 떠나는 발걸음을 아쉽게 할 정도로 시야가 제일 좋았다. 너른 모래밭에는 부끄럼 많이 타는 가든일(Garden eel)이 수백마리가 고개를 내밀었고 참치는 여기 저기 오가며 정찰을 하고 가기도 하였다. 거대한 그루퍼(a.k.a 다름바리)는 느릿느릿 인공 구조물 속에 여유를 부렸다. 귀여운 새끼 복어는 그 짧은 지느러미를 바쁘게 움직였고 니모는 말미잘에 숨어 외계 생명체(?)가 빨리 지나가길 벌벌 떨며 바라 보았다. 기억에 오래 남을 바닷속 추억을 나는 또 쌓았다.
덧 : 실제 다이빙한 시점(8월 2일~5일)과 브런치 작성할 시점(8월 13일)이 많이 차이가 나서 기억이 많이 휘발되엇습니다.ㅜㅜ 다음 투어 부터 다이빙 로그를 세심히 써야 겠네요.ㅜㅜ
다이빙 중간 음주 금지 - 2
우리가 돌아본 포인트는...
첫째 날
시파단 코랄 가든
시파단 바라쿠다 포인트
마불 워터방갈로 하우스 리프
마불 보르네오 리조트 하우스 리프
둘째 날
카팔라이 하우스 리프
시파단 사우스 포인트
시파단 바라쿠다 포인트
마불 보르네오 렉(Wreck) 포인트
셋째날
시파단 바라쿠타 포인트
시파단 사우스 포인트
마불 스팅레이 시티
마불 리본벨리 포인트
넷째날
카팔라이 하우스 리프
시파단 바라쿠다 포인트
시파단 드롭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