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상처와 위로의 춤
춤은 나의 도피처였다.
부모님의 이혼은 나를 단숨에 지하실에 사는 아이로 만들었고, 엄마 없이 아빠 밑에서 지내던 나는 늘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즈음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고, 말수가 줄면서 표정도 점점 무거워졌다. 나답게 사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 속 가수보다 그 뒤에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거울 앞에서 그 동작을 따라 해 보았다. 몸을 움직이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공기가 잠시 사라졌다. 그때 알았다. 춤은 내가 버틸 수 있는 비밀스러운 출구라는 것을.
소풍 때가 되면 친구들 앞에 나가 장기자랑으로 춤을 췄다. 그 순간만큼은 집안의 그림자도, 불안한 마음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그냥 춤추는 나였다. 누군가 박수를 쳐줄 때, 나는 처음으로 ‘나도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릴 적 바라보던 무대에도 오르게 되었다. 가수의 뒤에서 호흡을 맞추는 백업댄서가 된 순간,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함께 호흡해야 춤이 완성된다는 것을 배웠다. 팀원들과 몸을 맞추며 유연함과 협동을 배우고, 무대 위에서 자신감도 조금씩 쌓였다.
지금은 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춤은 내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던 힘이었다. 상처 많은 나를 버티게 한 건 무대 위에서 이어지는 리듬과 호흡이었다.
돌아보면, 춤은 내 인생을 닮아 있었다. 늘 흔들리지만, 결국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제 안다.
인생은 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완벽한 박자를 놓쳐도 괜찮고, 잠시 흔들려도 다시 맞춰가면 된다.
중요한 건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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