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단단함

나만의 아지트 만들기

by 코지한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혼자라는 자리를 필요로 한다. 늘 같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은 가까워 보이지만, 때로는 숨이 막힌다. 한 발자국 물러나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마음은 제 모습을 찾는다. 거리를 둔다고 해서 관계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틈이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든다.


가만히 돌아보면, 관계가 버거워질 때는 늘 나의 자리가 사라졌을 때였다. 누구의 기분을 먼저 살필지, 어떤 말이 상처가 되지 않을지 고민하다 보면 정작 나는 빠져 있었다. 함께라는 이름으로 모든 시간을 나누다 보면, 나 혼자 숨 고를 공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관계는 가까워도 마음은 지쳐만 간다.


나만의 아지트가 반드시 물리적인 장소일 필요는 없다. 혼자 걷는 시간일 수도 있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생각의 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역할도 내려놓고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일이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회복시키는지 다시 묻게 된다.


아지트를 가진 사람은 관계를 다르게 대한다. 늘 붙잡지 않고, 한 발 뒤에서 응원할 줄 안다. 함께하지 않는 시간을 불안으로 채우지 않고, 각자의 삶을 존중한다. 그렇게 유지된 거리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도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가까움은 거리 위에서 자란다.


옛 어른 들은 남자에게 동굴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비단 특정한 누군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혼자로 오롯이 돌아갈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이 있을 때,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눈이 생기고 관계에 휩쓸리지 않는다. 나를 잃지 않은 채 곁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결국 나만의 아지트를 만든다는 건,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타인과 가까워질 시간을 나에게도 기꺼이 허용하는 선택.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나를 잊지 않는 태도. 그렇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때, 나는 관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나를 지키는 단단함은 언제나,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아지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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