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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ul 04. 2021

브랜드에 '철학'이 필요할까

본질에 대한 생각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꼭 필요하다. 브랜드 철학은 브랜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안내하는 등불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브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마구잡이로 운영하면, 매출은 고사하고 사무실 비품 하나 구매하는 일도 버거울 것이다.






철학이 밥 먹여주냐


혹자는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선비처럼 브랜드 철학이나 읊을 여유가 어디 있냐고 말한다. 동시에 철학 없이도 잘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 공감한다. 철학 없이도 시장에서 승자의 깃발을 쟁취할 수 있다.


사업 아이템이 '굉장히' 뛰어나가나 자본이 '월등히' 많으면 말이다.


여러 투자처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큼 당신의 아이디어가 뛰어난가. 한 달에 수억, 수십 억씩 태울 수 있을 만큼 돈이 넘쳐나는가. 그렇다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지 그 성공이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그런 브랜드 중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이 없는 곳이 있던가. 지금 이 매거진에 소개된 브랜드만 봐도 알 수 있다.


코카콜라가 만인이 좋아하는 탄산음료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나이키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이유는, LG생활건강이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파타고니아가 친환경 브랜드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의 철학을 토대로 사업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철학에 어긋나는 것은 과감히 제하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아꼈다. 또한 철학에 부합하는 개발 전략, 채용, 마케팅, 광고, 영업 등을 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자본력이 좋았다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그들이 브랜드를 관통하는 근간을 제대로 구축했기에 운과 자본력도 잘 활용한 것이다.



왜 돈부터 쓰려고 하는가


국내외 많은 스타트업 브랜드(혹은 자영업)가 사업 초기부터 마케팅과 광고에 '돈'을 태우려고 한다. 특히 국내 브랜드가 유독 그러한 향이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먼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인스타 광고, 페이스북 광고, 유튜브 광고에 혈안 되어 있다. 기발한 마케팅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재작년~작년쯤에 대한민국은 '흑당 버블티'가 유행했다. 너도 나도 흑당 음료를 만들었다. SNS에는 온통 흑당 버블티(라떼) 콘텐츠로 가득했다. 심지어 흑당 버블티와 거리가 먼 브랜드도 그 흐름에 편승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처참했다. 흑당 버블티를 처음 선보인 브랜드만 재미를 봤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금방 질려했고 다시 자신들이 즐기던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흑당 신드롬은 그렇게 2주 만에 막을 내렸다. 그 2주를 위해 적지 않은 브랜드가 무의미한 출혈을 강행했다.


자영업 식당은 어떤가. 네이버 키워드 광고 넣고 블로거들한테 후기 부탁하면 핫한 식당이 될 수 있을까. 인스타 계정 만들고 맛집 소개 계정과 협업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까. 막상 가보면 엉망인 곳이 태반이다. 직원 응대는 불친절하고, 수저 물기도 그대로고, 느리게 먹으면 눈치 주고, 요리사들끼리 소리 지르고, 식당 주인이면서 메뉴를 외우지도 못하고, 맛도 없고, 어떤 음식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곳들은 대체로 1~2년 인기 끌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것이 무조건적으로 마케팅과 광고에 돈을 쏟을 때 일어나는 결과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브랜드를 돋보여줄 마케팅과 광고를 할 수 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으려면 브랜드 스스로가 강한 줏대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트렌드와 여론에 휩쓸리기만 할 뿐이다.






브랜드 철학이 있다고 해서 대단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매출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브랜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명확히 알려준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사람이 필요할 때 어떤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지

투자 제안이 들어올 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떤 소비자들에게 우리를 소개할지

어떤 뉘앙스의 콘텐츠를 마케팅할지


등을 결정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환경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을 채용하면 어떨까. 그 사람은 사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할 확률이 높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갑자기 정신 사나운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아마 기존 팬들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긴 했으나 생각보다 이런 브랜드가 많다. 브랜드를 한 두 달 운영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긴 호흡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곳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면 '올바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브랜드 철학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귀찮고 따분한 작업이다. 추상적인 것을 표현하는 일이라서 시간도 제법 걸린다. 하지만 브랜드 철학이 완성되면 당신의 브랜드는 분명 다른 브랜드보다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큰 비용 없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브랜드를 처음 창립했을 때 어떤 마음 가짐으로 출사표를 던졌는지.

그 순수한 계기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그것이야말로 진심과 열정이 가득한 브랜드 철학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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