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친구들, 어제처럼 반가운 인사

짧았지만 오래 남을 하루

by 크랜베리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 친구들과 따로 모임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졸업 후에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는 있었지만,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임을 주선한 친구의 부모는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약 한 달 전부터 한 명씩 시간을 물어가며 날짜를 조율했고, 그렇게 약속이 잡혔다.

아이에게 친구들과 만난다는 이야기를 너무 일찍 알려주면 들떠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날만 기다릴 것 같아 날짜가 가까워졌을 때가 되어서야 전해주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아이는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리며 “OO 보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했고, 약속 당일까지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렸다.


모임은 야외에서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그 주 내내 날씨 예보를 챙겨봤다. 그런데 하필이면 모임 당일에 비 소식이 있었다. 아이가 혹시 실망할까 싶어 “비가 오면 모임이 하루 미뤄질 수도 있어. 그래도 꼭 만날 거니까 너무 속상해하진 말자~”라는 말을 미리 해두었다.

모임 전날, 날씨 예보는 결국 바뀌지 않았고, 부모들 사이에 모임을 하루 미루자는 의견이 오갔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은 끝에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그 사실을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아이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만나는 건 똑같으니까 괜찮아. 내일은 날씨 좋을까?”라며 기대를 이어갔다.


드디어 모임 당일이 되었다. 아이는 “친구들 만나러 가야지~”라며 아침 일찍 눈을 뜨고는 신이 나서 외출 준비를 했다. 모임 장소는 간단한 캠핑도 가능한 야외 공간이라 캠핑 장비도 챙기고, 친구들과 나눠 먹을 간식도 준비했다. 전날 내린 비 덕분인지 미세먼지도 없고 공기도 맑아서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친구들도 하나둘 도착했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가워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도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인사를 나누고 꼭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모임 장소는 작은 농장 같은 곳이었기에 아이들은 동물을 보고 먹이를 주고, 올챙이나 도롱뇽 알도 구경하며 한참을 즐겁게 놀았다.


넓은 운동장에서는 마음껏 뛰어다녔고, 트랙터 타기 체험도 하며 아이들은 종일 얼굴이 발그레해질 정도로 놀았다. 점심 무렵이 되자 각자 싸 온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부모들끼리는 서로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묻고 답하며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 반은 몇개가 있는지, 반 친구 수는 얼마나 되는지, 돌봄이나 늘봄 신청은 했는지,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은 어떻게 다니는지 등 자연스럽게 육아 정보가 오갔다. 요즘은 아이가 별로 없어서 폐교된 학교도 많고, 실제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아이들도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뛰어놀았다. 몇 시간을 뛰어놀아도 지쳐서 쉬는 아이들은 없었고, 오히려 에너지가 더 넘치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하나둘씩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는데, 몇몇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떨어질 수 있었다. 긴 공백의 시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짧은 만남이었기에 아이들은 더 아쉬워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더 많이 놀고 싶었는데 아쉬워”라는 말을 남기고는 금세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단단하고,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과 애정을 표현하는데 누구보다 솔직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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