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처음.

by 메카보

20여 년을 넘게 다닌 첫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조심스레 이 결심을 전하니 만류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 왜 이 좋은 회사에서 퇴직하려고 해? 나가보면 대기업 만한 곳은 없어.

- 이 나이에 나가면 어디서 받아주지도 않아?! 뭐 해 먹고살려고?

- 우리 회사도 힘들지만, 밖은 늘 겨울이래. 잘 생각해......


사실 갑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몇 해전 회사의 백여 개의 건설현장 중 한 곳에서 인명재해가 발생하여 회사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정확한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임에도 일부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건설업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사회의 비자금을 만들어내는 사회의 악인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때 생각했다. 앞으로는 이런 대형 건설사에 의한 개발은 쉽지 않겠구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향상과 다양한 민원의 증가, 그리고 이미 충분히 확충된 사회인프라, 인구 감소에 따른 신축 주거지 불필요 등 건설 시장은 지금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건설업도 조선이나 석유화학처럼 국가에 의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게다가 노동집약적 사업 특성상 인명피해의 리스크도 갖고 있는 분야이다 보니, 수년 내에 국내 대형 건설사 중 상당수가 통합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상을 한 단계 더 이어, 그런 어수선한 상황이 되면 희망퇴직을 실시할 거고 그럼 어느 정도 목돈을 지급할 테니, 그 돈을 들고나가서 내 사업을 해보자라는 상상까지 해왔다.


물론 퇴직을 철저히 준비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기에 그간 회사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한번 부딪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