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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picker Sep 26. 2022

15인 이하 스타트업 이야기_스타트업문화(02)

3년 차인데, 5번째 회사입니다.

3년 차인데 5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1개월을 있었죠.

이 이야기는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을 위한 이야기고요.

인턴, 신입, 주니어를 위한 존잼 스타트업 스토리 시작합니다.


[존잼 스타트업 이야기 두 번째 소재가 "스타트업문화"인 이유]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돈" 이라면, 회사를 편하게 다니기 위한 조건은 "문화" 이니까.

 cf. 컬쳐덱(Culture deck)으로 시끌벅적하다. 돈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문화야말로 정말 회사by회사일 것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아직 필자의 경험이 모자라기에, 직접 경험한 15인 이하 스타트업의 문화에 대해 얘기해본다.


[목차]

 -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전략 빼면 시체.

 - 15인 이하 사업장,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 300인 이상 사업장, 철밥통은 존재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전략 빼면 시체.

우리도 영어이름쓸까요?

쓰면 된다. 5인 이하 사업장은 무적이고 그중 1명인 나는 신이니까.

5인 이하 사업장에 제한이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건 하면 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으면 된다. Simple is best. 의사소통도 간단하다. 전원이 모여 밥을 먹어도 산만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5인 이하 사업장에 있는 나는 신이다. 무엇이든 제안하면 되고, 제안을 회사에 적용하는 것도 쉽다.


나는 신인데, 회사는 무적이다.

문제가 있다. 회사가 무적이다.

나는 신이라서 하고 싶은 건 다 제안할 수 있는데 회사가 무적이라 다 무시할 수가 있다. 절대방어권이 있달까. 그렇다면 이 절대방어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근로기준법이다. G or N 검색포털에 "5인 미만 사업장" 이라고 검색해보자. 수많은 정책소식부터, 소주 없인 들을 수 없는 일반인들의 후기까지 정말 다양한 내용의 문서가 검색될 것이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상당 부분 열외다.


문화 얘기는 언제 하나요?

정신 차려라! 지금 하고 있는 얘기가 문화에 대한 얘기다. 문화의 시작은 의사소통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은 탄탄한 기반에서 나온다. 그래서 문제라는 얘기다. 야근을 하는데 야근수당을 안 주는 회사에서 문화에 대해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가? 시작부터 글러먹었다는 얘기다. "야근수당 잘 챙겨주는 5인 미만 사업장도 있던데요?" 물론 그렇겠지. 문제는 "제도적"으로 근로자한테 불리하다는 것이다. 어제는 주던 야근수당을 오늘 주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용돈 준거다.


[결론_5인 미만 사업장]

 - 이미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 중이라면 : 사업전략을 배워라. 진지하게 사업에 대해 경험하라. 성과를 내라는 말이 아니라,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결론을 내보라는 얘기다. 디자이너건 마케터건 기획자건 개발자건 똑같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업전략 말고 배울 건 없다. 디자인 사업으로 돈을 버는 방법, 마케팅 대행으로 돈을 버는 방법, 컨설팅으로 돈을 버는 방법, 개발 대행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배워라. (진지합니다)

 - 5인 미만 사업장 면접을 본다면 : 회사의 사업전략에 대해 물어라.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상답변과 그에 따른 행동요령을 공유한다.

   ex) "스마트스토어 운영도 하실 거고요" : 도망쳐라. 회사가 물건을 사입해서 팔던, 창고 없이 위탁으로만 팔던 둘 다 내 커리어에 큰 도움 안 된다. 온라인 판매채널 관리는 "열심히" 할 건덕지는 많아도 "잘 해볼" 건덕지가 없다. 근무하는 목적이 생계유지 수준의 돈을 받는 것이라면 나쁘지 않겠지만, 커리어 관리를 고민하고 있다면 바로 도망쳐라.

   ex) "고객응대 해보신 적 있으세요?" : 잘 생각해보라. cs추이와 내용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걸 고객응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결정권이 있는 수준의 외부업체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고객응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FAQ를 정하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flow를 설계하는 것 역시 고객응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도망치라는 얘기다.


[15인 이하 사업장]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5인 미만 사업장을 벗어났어요! 이제 근로기준법은 제 편이겠죠?

그렇지 않다. 안심하기엔 한참 이르다.

나와 같은 사무실에 10명, 15명이 함께 일한다는 것과 내가 속한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인 것은 별개의 얘기다. 하나의 목적을 가진 12명이 3개의 회사로 나뉘어 소속된다면 12명 모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라는 얘기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말이 되냐" 고 물을 수 있지만, 말이 되더라. 영악하고 비겁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위법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고, 생각보다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보이는 모습이다.

 cf. 상시근로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언급하지 시작하면 더 이상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테니.


제가 다니는 회사는 5인 이상이고, 모두 같은 법인 소속이에요. 스타트업문화 시작하시죠?

미안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아직 건재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이 스타트업문화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필자의 경험을 소개한다.


[하루 5시간, 주 25시간만 일합니다. 주식회사 L사]

실제로 6개월 근무했던 회사의 얘기다.

대부분의 회사가 사용하는 하루 8시간 근무의 경우, "8시간 근무+1시간 휴게"로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총 9시간이다. L사의 경우,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하루 5시간이다. (13:00 ~ 18:00) 근로기준법에 따라 5시간 근무 시에는 1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는데, "근무+휴게" 시간의 합을 5시간으로 맞추는 게 여간 빡센 일이 아니었다.

"근무+휴게" 시간의 합을 5시간으로 맞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어려웠고, 임시적으로 "근무+휴게" 시간을 5시간 30분으로 설정한 후 회사 내부적으로 5시간만 일하는 것으로 합의하여 일했다. (13:00 ~ 18:30) 회사가 빠른 속도로 인원을 확충하며 출퇴시스템을 필자가 관리하게 됐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출퇴시간이 근로계약서의 시간과 동일하게 기록에 남아야 하는데, L사는 두 종류의 시간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18:00 vs 18:30) 회사 내부적으로 5시간만 일하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일했지만, 출퇴기록을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남기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법적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김)

사업이 와해되며 출퇴기록에 대한 고민도 없어졌지만, 하루 5시간이라는 파격적인 문화를 유지하기에 있어 근로기준법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해준 경험이다.

 cf. 하루 5시간, 주 25시간을 너무 부러워할 필요 없다. 당연히 월급도 그만큼 줄어든다.

 cf. 자율출근제+자택근무 회사의 출퇴 관리자분들, 진짜 응원합니다. 화이팅.


근로기준법 상 문제가 없으면, 스타트업문화 완성?

완성은 아니지만, 시작할 순 있다.

근로기준법이라는 크나큰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스타트업문화를 만들어감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정말 많고 다양하다. 여기서부터는 회사by회사이기에, 역시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걸로 대체하겠다.


[사용할 영어이름 생각해오시고요, 반말 사용합니다. 주식회사 S사]

실제로 11개월 근무했던 회사의 얘기다.

호칭은 영어이름, 존칭은 생략. 스타트업 S사의 문화다. 구성원은 10명 내외였다. "영어이름+반말" 문화를 사용하며 느꼈던 장단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장점 : 신선하다.

 - 처음 해보는 거라 신기한데, 다른 구성원들도 대부분 처음 경험해본다고 한다.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서로를 영어이름으로 부르고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 자체가 주는 신선함이 있다. 신선함은 환기를 시켜주고, 환기는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점 : 생각보다 불편하다.

 - 직급체계가 불분명해서 신규인력의 온보딩이 느려지고, 외부인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불편하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 참여인원이 많아질수록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엉망이 되곤 한다. S사의 경우 외부인력과의 소통에서는 한글이름을 사용했었는데, 하나의 일을 하는데 복수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결론_15인 이하 사업장]

진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아직까지는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문화를 바꾸거나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얻는 효용에 비해 투입되는 인력&자원이 너무 많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무관심하게 두자니 이럴 거면 어중간하게 왜 문화를 구축해놓았나 싶다. 이도 저도 아니고, 내로남불 시전하기 딱 좋은 시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게 "문화"란 정말 중요하다. 신규인력 채용에도 중요한 요소이고, 투자자에게 보이는 인상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내부 인력의 회사생활 관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에 대한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입 아프지만, 회사에는 문화를 관리하고 가꾸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결정권자라면 꼭 문화관련 담당인원을 두어 권한을 부여하고, 비결정권자라면 나에게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소속된 회사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도록 하자.


[300인 이상 사업장] 철밥통은 존재합니다.

그냥 끝내기 아쉬울 것 같아서 넣은 목차인데, 본문의 내용이 상당히 길어진 관계로 짧게 언급하고 마무리지으려 한다.


철밥통이 뭔가요?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 기준, "철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뜻한다.

 cf. Culture deck만큼 시끌벅적한 주제죠, Quiet quitting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뜻한다.


철밥통은 나쁜 건가요?

과거 어느 시점의 나는 철밥통을 굉장히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새로움 없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철밥통 안에서 일해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철밥통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그들 개개인 모두 각자의 새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새로운 일을 접한다고 그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론_300인 이상 사업장]

철밥통 얘기가 나왔으니, 철밥통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말하고 마친다.

안정적이니 노후가 보장된다니 하는 "미래"의 것에 너무 목매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가 겪은 철밥통은 지금의 "현실"에서도 나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조건으로 보였다. 삼촌이나 어른들이 괜히 스타트업은 피하고 철밥통은 권장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사업이나 커리어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얘기이고, 진지한 생각을 위한 여유로운 마인드셋은 일정 수준 갖춰진 "경제적 자리잡음"에서 시작된다. 인턴, 신입, 주니어 단계의 이들에게 하루라도 더 빨리 "경제적 자리잡음"을 가져다줄 회사가 스타트업일지 철밥통일지는 본인 스스로 생각해보면 된다.


여기까지 존잼 스타트업 스토리의 두 번째 이야기, 스타트업문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직무" 입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계속됩니다.



 cf. coffee chat : brunch 작가 프로필 -> 제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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