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환경

(by AICO팀 박시윤)

by 씨알


들어가며

AI가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는 우리 삶과 분리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간단한 검색도 AI를 활용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하더라도 AI 답변이 상단에 나타난다. AI로 만든 글, 이미지, 영상이 온오프라인 공간에 즐비하다. 그야말로 AI가 모든 것을 대신할 것 같은 변화의 한복판에 와있다.

더 큰 규모에서 AI는 마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는 듯 묘사된다. 연일 쏟아지는 기사는 AI가 지구상의 많은 난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한다. AI 산업 육성이 곧 국가 발전으로 치환되며, 막대한 자본이 AI 관련 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도구로 AI를 제안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장밋빛 전망이 AI를 작동시키기 위한 무수한 전제들과 그 전제가 내포한 문제를 쉽게 가려낸다는 데 있다. 특히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많은 부분 인지되지 못한다. AI 작동에 필요한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의 문제는 그 복잡성에 비해 단순한 문제 제기 수준에 그친다. 이에 AI라는 변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여러 면면을 살펴봤다.




1. AI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

: AI는 기후변화 대응의 도구가 될 수 있는가?


AI가 환경과 기후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선 AI를 활용해 산업 공정, 교통 체계를 최적화하고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보고서에서도 AI를 활용한 예측, 시스템 최적화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 행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AI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은 막연한 기대에서 시작해 세부적 목표 설정과 활용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은 개발도상국에서 주목받기도 한다. 개발도상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며, 생태계 훼손 등으로 인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고유 환경과 필요에 맞춘 전략이 요구된다. 실제로 AI는 어떻게 기후 행동에 기여하고 있을까.

1) 조기 경보 시스템

조기 경보 시스템이란 재난, 재해 등의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며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체계를 말한다. 개발도상국은 사회적 혼란, 기술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경보 대응 및 복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아 더 효과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AI가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는 SEEDS사와 협력해 AI 분석 모델을 기반으로 사이클론 피해 위험이 높은 지역과 가옥을 식별하고 있다. 식별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해당 지역에 재난 대비 등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응한다. 리비아와 모르코에선 고해상도 위성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분석해 재해 피해가 일어난 지역의 복구 활동 등에 활용하고 있다.


2) 생태계 보호 및 회복력 지원

AI는 훼손되고 있는 여러 생태계를 보호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탄자니아의 ‘맹그로브 보존 프로젝트’는 위성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정규화 식생 지수, 정규화 수분 지수 등의 지표를 계산해 맹그로브 숲의 생육 상태를 추적한다. 이 외에도 구글의 NerualGCM 시스템 등은 기후변화로 인해 불규칙해진 강우 패턴을 AI로 분석해 기후 적응을 돕는다.

결국 AI는 기후변화로 인해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 기상 상황을 예측, 분석하여 기후 적응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환경과 관계 맺는다. 또 과거엔 분석하기 어려웠던 데이터를 처리하여 새로운 정보 값을 내놓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2. AI는 실제 세계에 뿌리내린 존재다

: AI가 환경과 우리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무엇인가?


AI는 분명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AI가 실제 세계에 뿌리내린 존재라는 감각 없이는 AI와 환경을 온전히 논할 수 없다. AI는 데이터센터라는 이름으로 분명 실제 공간에 자리하고 있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희토류 먹는 AI

희토류는 스칸듐, 이트륨 등 희귀하며 활용 가치가 높은 원소를 일컫는 말이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열을 잘 전도하는 성질 때문에 첨단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로 이용되고 있다. AI를 구동하는 핵심 부품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희토류 채굴 시 발생하는 환경 오염에 있다. 하버드국제리뷰(HIR)의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1톤을 생산할 때 최대 약 2000톤의 독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오염을 막으려면 정화시설, 폐수 처리장 등이 필요하지만 생산비의 절반을 상회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채굴을 막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희토류가 AI 산업뿐 아니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도 필요하단 점이다. 때문에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들은 ’책임의 외주‘를 택했다. 환경 규제가 상태적으로 약했던 중국이 희토류 채굴의 90%를 차지하며, 미국 등 국가가 이를 수입하는 형태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활용되는 가운데 희토류 채굴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이 중국 등 한정된 국가만의 문제인 것처럼 축소되는 실정이다.


2) 미세노동이라는 착취

‘미세노동’이란 플랫폼노동의 일종으로 온라인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매우 작고 단기적인 노동 형태다. 미세노동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데이터 주석 노동’은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을 뜻한다. 흔히 AI는 스스로 학습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유령 노동’이라 일컬어지는 인간의 노동력이 알고리즘 고도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AI 훈련 시간의 80%가 이 작업에 쓰일 만큼 결정적이다.

문제는 미세노동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심각한 인권 침해에 있다. 미세노동자들은 테러, 성착취물 등 끔찍한 영상을 걸러내는 콘텐츠 조정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후유증에 시달려야 하지만 피해보상은커녕, 저임금에 시달린다. 작업 속도나 정확도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업들은 복잡한 하청 구조 뒤에 숨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 구조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착취 방식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AI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케냐 등 개발도상국으로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외주화했다. 저임금의 위험한 노동은 남반구 빈곤국에 전가함으로써, AI 산업의 화려한 성과 뒤에 ‘디지털 식민주의’라는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3) 감시 어려운 막대한 전력 소비

AI는 일반적인 검색 작업 대비 4~5배 이상의 연산량을 요구하며, 이는 막대한 전력 소비로 직결된다. 챗GPT-3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는 데만 1,287MWh의 전력이 쓰였는데, 이 과정에서 550톤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2년의 두 배인 1,000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AI와 전력 사용 문제를 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전력 사용과 탄소 배출이 기업들의 교묘한 ‘그린워싱*’으로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273톤으로 발표하며 '넷제로' 달성을 홍보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의 실제 배출량은 390만 톤에 육박한다.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한 금액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 발표할 수 있는 제도가 이들의 막대한 전력 사용을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준 결과다.

기술 발전이 효율성을 높여 전력 소비를 줄일 것이란 기대 또한 ‘제번스의 역설**’ 앞에선 회의적이다. AI 반도체의 연산 효율을 높이더라도, AI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총 전력 소비량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린워싱: 환경과 관련된 기업의 실천,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에 관하여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

**제번스의 역설: 기술 발전으로 어떤 자원의 사용 효율이 높아졌을 때 오히려 그 자원의 총 사용량이 늘어나는 현상


4) AI 데이터센터 식히는 냉각수

AI 데이터센터에선 서버 장비의 과열을 막기 위해 24시간 냉각 시스템이 가동된다. 냉각에는 물이 사용되는데, 부식과 박테리아 번식을 막기 위해 정제된 담수가 필요하다. 챗GPT와 20~50번의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데이터센터는 500ml 생수 한 병 분량의 물을 소비한다. AI 기반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202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조 7,000억 갤런의 물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물 부족 국가나 지역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담수 소비는 단순히 양적인 문제를 넘어 수질 오염과 지역 간 불평등 문제로 확장된다. 데이터센터에서 배출되는 냉각수의 침전물은 인근 하천의 수질을 악화시킨다. 또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물 부족 국가나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경우, 지역 주민들이 사용해야 할 식수 자원을 고갈시키는 문제도 발생한다.

결국 AI는 생존의 필수 자원인 물을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 담수 부족이 전 세계적인 시급한 문제임을 강조하며, AI 관련 기업들이 담수 소비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 쉽고 빠른 해결책은 없다

: 기업의 대응 전략과 또 다른 문제점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발전 압력의 이면에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냉각수 사용 등의 문제가 자리한다. 기존 기술보다 혁신적인 만큼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AI를 성장동력으로 채택한 세계 국가들과 기업은 소형모듈원전 도입이나 냉각 기술 고도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대응 전략이 과연 어디까지 유효할지, 또 이 대응 전략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다.


1) ‘안전하다’는 소형모듈원전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구글, 아마존 등 기업은 소형모듈원전(SMR)에 주목하고 있다. SMR은 300MWe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 건설 기간이 짧고 입지 선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AI를 운용하는 기업들은 SMR을 제조하는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SMR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소형화로 인해 도심지나 산업 시설 인근에 분산 배치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 위험의 총량을 늘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전 시설이 분산됨에 따라 새로운 감시 장비와 안전 조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도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가까운데, SMR이 대량으로 보급될 경우, 관리해야 할 폐기물 지점과 총량이 급증하게 된다.


2) 냉각 기술의 효율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의 약 40%가 냉각에 사용되고 담수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냉각 기술 효율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냉각된 공기를 이용하는 기존의 ‘공랭 방식’은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 장비를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연구에 따르면 액침 냉각은 공랭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0%, 전력 소비를 20%, 물 사용량을 최대 82%까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술적 효율화가 전체 환경 부하의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냉각 효율이 높아져 비용이 절감되면 오히려 AI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총 자원 소비량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인 219GW로 급증할 전망인데, 이 경우 냉각 기술로 물 사용량을 80% 줄인다 해도 전체 담수 소비 총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결국 단순한 기술적 효율화만으로는 AI 산업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어렵다. 급증하는 수요를 통제하지 않은 채 기술적 대안에만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나가며

AI는 분명 많은 부분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일궈냈고, 일정 부분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혁신만 강조되는 사이에 희토류 채굴, 막대한 자원 소비, 미세노동과 같이 ‘비가시화된’ 문제들은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규제 완화와 투자유치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AI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위협적인 속도다. 더욱 기후위기 대응과 AI 산업 육성이 공존 가능한지 물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은 2025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AICO'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산림과 친환경 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