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초반과 중반을 지나 후반에 접어들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첫째, 둘째가 태어났고, 육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25년은, LLM이 나에게 커리어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해이기도 했다.
올해는 새로운 사람들과 숏폼 추천 시스템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했다.
아무것도 없던 추천 시스템을 0에서 1로 구축하여 성공적으로 런칭하였다.
하지만 이 성과들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은, 이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변화다.
나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코딩을 즐기고, 단련해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2024년까지 나에게 LLM은 공부와 개발을 도와주는 보조 도구였다. GitHub Copilot을 쓰고, ChatGPT에 코드 스니핏을 물어보기도 했지만, 코딩의 주체는 언제나 나였다.
그때까지는 이 관계가 뒤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025년에는 내 주변의 환경이 바뀌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와 새로운 멤버들.
그리고 더욱 발전하는 LLM
생산량의 충격이 먼저 왔다. 읽어야 하는 코드와 개발 해야하는 프로젝트 코드가 너무 많았다. 한 땀 한 땀 코드를 치기엔 요구받는 작업량 대비 나의 코드 생산량은 한없이 적었다. 반면 LLM의 코드 생산량은 넘사벽이었다.
퀄리티의 충격도 있었다. 올해 코드 리뷰를 많이 했는데, 동료가 LLM으로 개발한 코드를 자주 접했다. 내가 느낀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코드 퀄리티는 충분했다. 종종 내 의견과 다른 스타일이 보이기도 했지만,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취향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둘째, 코딩의 장인정신을 가져봐야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 중수, 고수, 초고수가 있다면, 중수 ~ 고수 사이의 코드 퀄리티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차이가 나더라도 눈 감을 만한 수준이거나, 간단한 지적으로 고칠 만한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내가 코딩을 직접 하며 퀄리티를 올리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첫번째로 허탈했다. 지금까지 단련해온 것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이었다.
두번쨰로 불안했다. 내 커리어가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드는 이제 기계가 생성하는, 기계들만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충분해 보였다.
사람이 개입할 필요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코드는 세상에서 어두컴컴한 지하 기계실에 있는 기계와 전선, 파이프처럼 취급받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존에 코드에 집중하던 리소스를 아키텍처나 프로젝트 자체에 신경쓰기로 했다.
LLM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하려 한다. 사람 간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제품 자체를 만드는 것. 올해 프로젝트에서 여러 팀 간 R&R을 조율한 경험이 있다. 여러 팀이 얽힌 구조에서 협업을 이끌어낸 것은 LLM이 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LLM과 더욱 잘 일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평생을 협업할 파트너와 합을 맞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는 점을 배웠다. 그런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그 방법은 '적당한 무관심'이었고, 오히려 그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전혀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할 때는, 마음고생 할 필요 없이 'let them(내버려둬)' 정신으로 마찰도 줄이고 나의 멘탈도 챙기는 방법을 하나 배웠다.
30대 후반의 3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
코딩의 주객전도를 경험한 2025년. 허탈하고 불안했지만, 덕분에 다음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다.
2026년은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