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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Nov 12. 2020

사십 대 중반에 작가의 꿈을 이루다

나의 첫 에세이 책이 출판되다.  <봄날의 엄마>

                                                                    

10월31일 군산한길문고에서 11명의 작가가 탄생했다.  필명 구르미로 첫 에세이 출간 <봄날의 엄마>

"엄마! 나 작가가 되었어! 내 책이 나왔어.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야."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책 표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책날개를 펼쳐서 작가 소개를 읽어보고는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니 이름이 어디 갔어? 구르미는 누구야?"   
   
나는 방긋 웃으며 요즘 필명 쓰는 작가들이 많다고, 나도 필명 하나 지었다고 말했다.   
   
"엄마, 내가 코로나 때문에 수업도 다 취소되고 반 백수로 거의 1년을 살았잖아. 처음에 참 우울했거든. 올해처럼 하늘을 많이 올려다보며 산 적도 없었던 것 같아. 그만큼 여유가 생겨서 좋기도 했어. 매일매일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나도 저 구름처럼 여기저기 떠다니고 싶더라고. 솔직히 말하면 그냥 구름의 다양한 모양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구르미로 지은 거야."   
 "이름이 어려워 스트레스 많이 받더니 예쁜 걸로 잘 지었네, 부드럽고 느낌이 좋다."    

내가 드디어 출간 작가가 되었다. 내 오랜 꿈이 이루어졌다. 군산 한길문고에서 배지영 작가가 진행하는 에세이 쓰기 2기 활동을 하는 동안 나는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다. 글도 꾸준히 쓰고 투고도 하라는데 내 몸이 모자를 정도로 정신없이 바빴다.

암 투병하는 엄마, 초기 치매 판정받고 노인주간센터에 다니고 있는 아빠, 바로 옆에 사는 나는 피곤하고 정신이 혼미해서 글 쓰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시시 때때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졌다. 엄마가 위급해서 119를 불러 구급차에 보호자로 탑승하는 일도 흔하게 벌어졌다. 병원 다니느라 지치고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때로는 짜증도 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어느 날,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덥석 잡았고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기쁘게 웃을 수 있는 것임을 안다. 에세이반 2기와 3기 선생님들은 배지영 상주작가와 함께 한길문고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고 울고 웃었다. 출간 작가로 만들어 주려고 본인의 일처럼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희생하며 이끌어 주었던 배지영 작가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배지영 작가님 덕분에 내 꿈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환상에 그치지 않았고 현실이 되었다.  

"엄마 살아계실 때 책 만들어서 꼭 선물해 드리세요."

배지영 작가의 말 때문에 나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참 고마운 내 인생의 스승이다. '에세이 2기'라는 배를 탄 건 큰 행운이었다. 엄마가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요즘 행복하다.

책이 나오기 전에 나는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책을 안 보여줄 거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의 성격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오늘 엄마는 주간보호 센터장을 보더니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니 책 남았어? 빨리 한 권 드려. 우리 딸이 책 냈어요. 이제 작가래요."

자랑하면서 책 선물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큰 효도를 한 것처럼 뿌듯했다. 엄마가 여기저기 선물하느라 바빠진 모습이 보기 좋다. 누워 있다가도 고마운 사람이 집에 방문하면 책을 찾는다.

주변에서 사인해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본 엄마는 딸이 대견한 듯 자꾸 웃는다. 나는 돈을 잘 못 버니까 엄마에게 돈도 못 주고 좋은 선물도 못 해 준다. 엄마에게 '웃음'만 주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날 밤, 센터장의 문자를 받았다.

"너무 감동적이에요. 이런 소질이 있으신지 몰랐어요. 읽으면서 눈물 나서 혼났어요. 저희 센터 소식지에 실어도 되겠지요?"

봄날처럼 화사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까지 실리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고마워요. 내 곁에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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