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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24. 2021

경제학과 위드 코로나

인간의 이기심과 외부성

첫째 다니는 학교 같은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소식을 받고 나 역시 긴급히 재택근무로 전환해 집으로 가는 길이다. 오후 일정과 몇 가지 약속을 취소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 폰을 열고 글을 쓴다.


어젯밤 잠들기 전 소파에 앉아 손에 든 책은 "크래프톤 웨이"였다. 읽은 구절에선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다만 누군가의 이기심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되고 전체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조율하는 게 경영의 핵심이란 내용이었다.


한 낮이지만 꽤나 승객이 가득 찬 전철을 바라보며 저 구절이 생각났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꼭 나쁜 의미에서의 이기심이 아니라, "나의 행복"과 "나의 즐거움"을 타인의 그것보다 앞세운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람은 누구나 노는 것을 좋아한다. "저는 일하는 게 (혼자 책 읽는 게) 좋은데요?" 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그게 (일하는 게, 책 읽는 게) 놀이인 경우가 많다.


위드 코로나가 되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더 많이 모여서 놀 수 있게 됐다. 놀고 싶은 너와 나는 그동안 쌓였던 아쉬움을 쉽게 털어냈다. 모처럼 푸는 회포의 대부분은 그간 자신이 버텨온 지난한 고독의 인내 얘기일 테다.


여기까진 괜찮다.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높아졌고 자영업이 죽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의 피로감도 높아졌기에 위드 코로나는 적절히 취해야 할 조치였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나온다.


모이는 인원이 더 늘었다고, 출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가이드를 포기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식당 외의 장소에선 마스크를 써야 하고 신체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손을 소독하고 씻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그런 기본을 전제로 하는 정책인 것이다.


일부 그 가이드 자체를 놓아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로 턱스크를 하고, 이제 맘 편히 길에 침도 뱉고, 지인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끌어안고 얼굴 맞대고 얘길 한다.


그들이 행하는 반가움의 표현은, 비말의 형태로 주변에 흩뿌려진다. 그렇게 확진자가 생긴다. 그가 전체 인류에 대한 적대감이 있어 그런 행위를 한 건 아니다. 다만 제도가 완화됐고 자긴 그에 따라 더한 반가움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나 확진자가 늘게 됐다.


내가 행한 행위에서 의도치 않았던 결과가 부수적으로 따라올 때, 경제학에선 이를 "외부성"이라고 부른다. 재화를 생산하고자 돌린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나, 빠르게 이동하고자 탄 차에서 나오는 매연 등이 그 예다.


이젠 코로나도 외부성의 예로 포함돼야 하지 싶다.


문득 서두에 얘기했던 인간의 이기심과 덧붙여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놀고 싶다. 그러나 가이드를 놓아버린 일부가 만드는 외부성에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 그 사이를 잘 조율하는 게 좋은 정책이다. 그 어려움이 갑자기 와닿는다.


물론 외부성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망외부성"이라고 불리는 게 있다. 이를 테면 나는 원치 않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A통신사를 써서 (기지국이 늘고 속도도 빠르고 가격도 싸져서) 나도 쓰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정책에서 이를 노린 게 바로 캠페인이다. 좋은 결과를 유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어렵다. 역시 이기심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거다.


나 빼고 모두가 백신을 맞으면 나는 맞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사실 돌아서면 오싹한 농담이다. 그 생각을 하는 게 나뿐만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말이 길었다. 집에 가면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 그리고 매운 국물 맛의 힘을 빌어 기본은 지키자고 나지막이 외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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