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된 생명성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비선형적 경계

최민석《비선형적 경계》전시

by 최큐

산뜻한 노랑 색상에 작고 아담한 크기, 깔끔한 마감처리. 첨예하게 솟아난 사각뿔들이 규칙성 있게 나열되어 있다. 동일한 모양의 개체들이 반복되어 다량 생산된 상품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직접 나무를 갈아내고 메우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제작한 수공의 결과물이다. 장식적이거나 환영적인 요소가 제거된 형태는 흡사 1960년대 미니멀리즘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순수오브제’라는 이름과도 어울린다. 그러나 최민석의 사각뿔은 미니멀한 외형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 정제된 형태 속에는 작가의 경험과 관찰에 의한, 그리고 삶과 생명성에 대한 사유가 내재되어 있다.


1.

최민석의 작업은 도축업에 종사해온 부모님을 통해 가축의 삶을 지켜본 경험에서 시작된다. 오직 식용으로 길러지는 돼지가 좁은 축사에서 자라고 결국에는 도살되는 과정을 어릴 적부터 지켜본 작가는 가축들의 상품화된 생명성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얕은 경계에 대해 사유해 왔다. 특히, 구제역과 같은 전염성 질병이라도 의심되면 가차 없이 살처분 되는 끔찍하고 잔혹한 현장에 대한 기억은 학부시절 캔버스에 살육의 현장으로 재현했고, 본 전시에서는 쇠꼬챙이에 꽂혀 있거나, 천정에 매달린 돼지의 살덩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입체화 하였다.


마트, 시장에서 과일 혹은 육류가 판매를 위해 포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자연에서 재배한 과일, 목축을 통해 키운 가축임에도 부위별로 크기와 모양이 대부분 동일하다. 일정한 규격대로 찍어낸 기성품처럼 말이다. ‘상품성’이라는 성질 아래 가공되고 분류되며, 기준과 다를 경우 제외되거나 버려진다.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 형태는 놀라울 만큼 천편일률적이다. 작가가 제작한 사각뿔들의 반복적인 형태처럼 말이다.


2.

최민석의 사각뿔은 피라미드 형태에 기초한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사후 왕궁이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거대한 무덤으로써, 당시 이집트인들은 죽음 이후에도 생이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삶과 죽음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가축의 삶에서 죽음에 대한 거리역시도 이집트인들의 인식만큼이나 멀지 않으며 뚜렷하게 나눌 수 없는 비선형적 경계에 있다. 이처럼, 작가가 공을 들여 제작한 노랑 사각뿔은 인간에 의해 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피라미드이며, 추념(追念)이다.


피라미드는 가축에 대한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다. 사회라는 생태계는 다양성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외모는 물론 행동양식에 사회적 기준과 통념이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에 맞추기 위한 강박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이는 스스로를 좋은 상품으로 가공하는 작업일지 모른다. 찍어낸 듯 반복된 노란 사각뿔은 그들의 무덤일 뿐만이 아니라 정형화된 도시인의 모습이자 우리의 정체성이다. 작가는 8개의 거울에 둘러싸인 사각뿔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반추해보길 제안한다.


본 글은 최민석의 개인전 <비선형적 경계>의 전시서문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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