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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Jun 16. 2024

다정함을 배워간다.

오늘도 재미있게 놀아

“엄마!!”

어린이집에서 신발을 벗던 아이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던 엄마에게 달려와 안겼다. 활짝 웃으면서 엄마를 올려다 본다. 만개한 수국처럼 웃는 아이 모습에 엄마 심장이 콩콩 뛴다. 다시 쿨하게 들어가는 아이 등 뒤에서 나도 모르게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이렇게 다정한 아이는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세 살 어린이집에 처음 갔을 때부터 아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쏙 들어가곤 했다. 뒷통수만 바라보던 황망한 표정에 얼집 선생님은 “소헌아, 인사 하고 들어가야지!” 하며 쫒아갔다. 어린이집이 너무 좋은 건지, 놓고 가는 엄마에게 섭섭해서 그런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이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엄빠가 뽀뽀를 해도 손으로 엄빠 입을 막아버리는 아이였다. (물론 엄빠가 뽑뽀를 격렬하게 하긴 함) 친구가 속상해서 울을 땐 귀를 막았다. 내가 요리를 하다 손가락을 다쳐도, 엉엉 울어도 “괜찮아”라는 말 대신 도망가버리는 아이였다.


처음엔 아이의 행동에 나도 충격을 먹었다. 허나 다정함도 타고난 아이가 있다면 서투른 아이도 있겠지.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고장난 어른도 얼마나 많은가. 뭐 나도 그리 다정한 아이는 아니었잖아. 이렇게 마음을 꾹 누르고 알려주곤 했다. “이럴땐 미안해- 라고 하는거야”,”저럴땐 괜찮아?-라고 묻는 거야”


그러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에게 포옹도 해주고 어여쁜 눈맞춤을 하며 이따가 다시 만나자는 말도 한다. 종종 먼저 다가와 뽀뽀타임도 한다. 이렇게  아이도 다정함을 배워간다.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 드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는 법을 배우며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아이는 하고 있다.


#어린이집 #등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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