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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Jun 12. 2019

둘기들의 사회

비. 둘. 기.

여유로운 주말의 한낮.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러 공원에 나온 이 시간이 바로 우리에게는 별미를 즐길 시간이다.

그들에게서 떨어지는 만나.

주로 얻는 것은 과자류.

가끔 그들이 먹던 빵도 잘게 잘라 던져주는데, 부리 안에서 사르르 녹는 꿀맛이다. 그럴 때는 우리는 몸을 던져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인다. 발걸음은 빠르게, 다른 비둘기과의 육탄전은 기본이다. 물론 마루와 가장 많이 부딪친다.


나는 지나, 얘는 마루.

오늘도 벤치 주위를 어슬렁거려본다. 마루는 첫번째 벤치부터 네번째 벤치까지 옆을 지나가며 시선을 끌어본다. 어느 벤치에서 그걸 봤는지 웃음이 터진다.

우린 지금 온몸으로 애쓰고 있다구. 도시둘기들이 너무 많아진 요즘, 여기에서 밥을 먹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힘이 남아도는 인간들은 우리를 발로 차려 하고, 꼬마들은 자전거로 우리 옆을 돌며 목숨을 위협한다. 이봐 함께 놀고 싶은 맘은 알겠는데, 그 자전거는 저리 치우지 않겠니?


우리들의 지극한 노력에 감동했는지, 공원의 중간 어느 벤치 하나에서 귀엽다며 자신들이 구워온 빵을 우리에게 던져주기 시작했다. 먹어 보니 음~ 맛이 이전 것들과 다르다. 보통 비둘기는 잡식이라고들 알고 있는데 비둘기에게도 입맛이 존재한다. 사람도 잡식인데 다양한 입맛을 지니고 있지 않나? 비둘기도 같다. 나는 섬세한 미식가라 맛이 없는 건 그냥 지나쳐버리는 편이다.


우리 둘은 그들과 그들의 빵을 위해, 그들을 위한 쇼를 시작했다. 또 던져준 빵을 서로 먹기 위해 아둥바둥하며 육탄전을 벌였고, 그러다 떨어진 부스러기를 빠르게 휙 부리로 받아먹었다. 그리고는 도도히 옆으로 퇴장ㅡ다른 곳으로 가는 척 했다.

역시, 우리의 계획이 오늘도 통했는지 그 벤치에 앉아 있던 커플의 주의를 확 끌었고 급기야  그들은 재미있다며 쿡쿡 웃었다.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니까 불러오고 싶어졌겠지? 우리의 계획에 따라 그들은 또 빵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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