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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Sep 26. 2015

<시> 청소를 합니다


청소를 합니다


청소를 합니다
집에 작은 변화를 주어 우리 모두 각성하도록
나부터 게을렀던 몸을 움직입니다
시간을 쏟아, 책상 밑과
이런저런
동생과 엄마의 책들을 정리합니다

동생의 구겨진 상장모음은 파일에 하나씩 끼워 상장집을 만듭니다
체육을 잘해서 매년 체능상을 받아 왔던 증거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십자수재료가 여기 있는 건 누구의 영향이었을까요?^^
종이접기집은 세권이나 되는 걸 보니 꽤 흥미있었나 봅니다

여고시절 엄마의 사진첩
뽀얗고 통통했던 엄마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꽃이나 낙엽, 클로버 등이 끼워진
세월 지난 책갈피를 가끔 발견하곤 했습니다

수줍은 엄마의 학창시절 사진을 보면
엄마는 낭만을 사랑하는 서정적인 소녀였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순진무구한 엄마는 지금 어디로?

우리의 아련하고 아름다웠던 나날들을 되돌아보는
지치려다가도 미소가 쓰윽 지어지는
굳어 있던 마음을 말랑하게 녹이는
청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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