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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Jan 20. 2023

「양들의 바다」프롤로그

항해를 떠난 그에게, 상륙하는 육지마다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하는데...


「양들의 바다 : 프롤로그」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양의 눈동자가 기쁨의 환희로 가득 찼다. 마침내 문을 두드려 원하던 곳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양은 자기 자신이 이루 말할 데 없이 자랑스러웠다. 나를 도와주는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꿈도 많고 다재다능하고 또 순결하고 깨끗한 양은 마치 어떤 그림이든 모두 담아낼 수 있는 한 장의 백도화지 같았다. 색색의 모든 것을 담아내리라. 다양한 면모가 존재하는 세상의 진면목을 보며, 아름다운 서사가 담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야 말리라. 분연한 마음은 열정과 능력이 되어 성과로 솟구칠 예정이었다.



실제로도 양은 보석같은 존재였다. 아직 세상에 나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바로 원석과 같은 찬란함이 양의 안에 있었다. 양의 안에서 이 귀한 보석의 빛이 모든 장애물을 뚫고 발현될 순간은 세상도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많은 이에게 가치와 부와 모든 좋은 것이란 좋은 것을 다 끌어당길 수 있는 여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양이 자라기까지 많은 상황이 있었지만 잘 살아왔다. 천혜의 사계절이 있는 자연환경에서 모든 양 무리에 먹을 것이 있었으니 그만하면 족하다고 양은 늘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들판의 풀이 늘 많지만은 않았다. 겨울마다 들판은 비었고 말랐다. 몇년마다 생각하지 못했던 가뭄으로 땅이 쩍쩍 갈라지고 마실 물이 없어 혀가 타는 순간을 버텨야 했다. 그래도 살 만 했던 것은 양 무리가 서로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마다 함께 하는 친구들과 가족이 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물론 그들이 문제가 되는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늘 그들이 문제이기는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큰 든든함이었다. 고마움을 굳이 느끼지도 못할 만큼 가까이에 있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들 덕분에 자라난 양이었다.



이제는 어른 양이 되었으니 어디 가서든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양은 시작부터 끓어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그렇게 그는 넓고도 광활한 광야같은 세상의 사회라는 검푸르고도 깊어보이는 바다로 나아가 비로소 배를 타고 항해의 여정을 시작했다. 물론 그 배가 황홀하고 즐거운 크루즈일지 대양을 누비는 대형 어선일지 사공이 많은 난파선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채였다. 바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 지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기도 했다. 배가 도착하는 곳의 상황 또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적었다. 직접 가 보지 않으면 모를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양의 눈은 빛으로 반짝였다. 어디에 도착하든 그 길의 끝이 어디든 그는 갈 것이었다. 멈춰 있을 순 없었다. 도전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될 뿐이었다. 죽고 나면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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