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패션에 대하여

애플워치는 기본적으로 패션제품이다

by Caesium

지난달 26일 한국에 애플워치가 정식 발매됐다. 당일 아침 프리스비 매장 앞에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애플워치는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 수 있었을까?


스마트 워치가 아무리 독특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패션이라는 틀을 벗어 날 수는 없다. (스마트 워치 뿐만이 아니라 밴드, 글래스 등 모든 웨어러블 기기가 그렇다.) 스마트 워치가 전자제품이기 이전에 패션제품이라는 의미다. 패셔너블하지 않은 스마트 워치는 그 기능이 아무리 탁월해도 일부 얼리어답터들과 Geek들만 끌어모으고 말 것이다.


애플워치는 둥근 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원형 디자인에 비해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두께도 두꺼운 편이다. 애플워치가 공개되자 유명 패션잡지들은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직접 사진을 보라, 과연 차고 다니기에 적합한가?" -GQ
"직접 애플 워치를 만져보니 패션 피플이 이 시계를 좋아할 지 확신이 안 선다." -Vogue
"애플은 작은 아이패드 화면에 밴드를 엮은 시계를 내놨다." -ELLE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 워치는 기본적으로 패션제품이다. 그런데 패션잡지들의 평가를 봤듯이 애플워치의 디자인이 패션에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기능에 있어서도 배터리 용량과 부실한 기능 등으로 논란이 있었으며, 아이폰이 없으면 그냥 시계가 되어버린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특별히 돋보이는 장점은 없다. 70만원을 지불하면서 애플워치를 구매할만한 이유는 쉽게 찾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어쨌든 간에, 애플워치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것도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말이다. 애플워치를 구매하기 위해 프리스비 매장앞에 긴 행렬이 이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애플이라는 회사에 있다.


애플은 오래전부터 'IT'회사라는 이미지와 함께 '디자인'회사라는 이미지를 함께 쌓아오고 있다. 수많은 애플 제품들이 디자인에 있어 호평을 받았고, 실제로 개발단계에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플은 사용자를 끌어당기는 힘을 축적해 온 것이다. 이런 힘은 애플워치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이 기존의 패셔너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도 애플은 패셔너블의 새로운 기준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패션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새로운 패션흐름을 만들어 낼 힘을 가지고 있다. 애플워치가 새로운 패셔너블의 기준이라면 이 패션제품에 기꺼이 7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가치가 생긴다.


반면 삼성은 디자인 회사라는 이미지가 약하다. 패션을 주도할 힘이 없다. 애플워치와 같은 디자인의 스마트 워치를 삼성에서 먼저 출시했다면 "전자 발찌 같다"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패션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단순한 '브랜드 파워'로 치부하기에는 이것이 가진 의미가 너무나 크다. 우리가 애플과 애플워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