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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Nov 11. 2020

가을은 섬진강 들녘 같은 거

강천산 & 채계산

순창은 봄날 같았다.


강천산은 600m 높이의 야트막한 산이었다. 탐미적 욕심이 풍선처럼 부풀어 강천산을 찾았다.

선운사보다 고운 단풍이라더니. 색감에 대한 감흥은 없었다. 

간혹 바람이 불면 단풍 비가 우수수 내렸다. 귀 맑히는 낙엽 소리를 들었다. 아찔한 낙하에 단풍의 즐거운 비명이 사랑스러웠다. 

순창 고추장밖에 몰랐다. 그것도 엄마로부터 공급이 끊긴 몇 년 전부터였다.

 "워킹 아카데미에 ktx 타고 온다던 남자 , 순창이랬어.

아니다. 순천이었던 거 같아."

이렇게 순천과 순창을 몰랐다.

깨달음의 세계로 건너는 금강교는 순창 고추가 안내했다. 고추장 갈비찜도 순창에서 처음 맛본 음식이었다.

강천산은 강천사에 가을 정취 모두내려보낸  전각과 어울린 단풍은 사찰에서 가장 빛났다. 강천사로 인해 강천산으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안다.

산은 캥거루처럼 주머니를 만들어 강천사를 품고 있는 듯했다. 가난할지언정 훈훈한 가정처럼 아늑했다. 

채계산

출렁다리 위로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낯선 여자가 출렁다리 위에서 무섭다고 과하게 어기적거렸다.  발씩 내딛을 때마다 분만실의 괴성을 질렀다. 늙은 호박만한 엉덩이를 피하느라 내게 순발력이 필요했다. 낯선 남자는 여자의 오버 액션에 호응하며 남녀가 세트로 진로를 방해했다. 유리 바닥 아님이 유감이었다. 


출렁다리 높이가 궁금했던 이유는 그들 때문이었다. 50m ~90m 높이였다. 중간 지점에서 앞뒤로 경사를 높여 허벅지 근육을 자극했다.

출렁다리 위에서 김용택 시인이 그토록 애정하섬진강을 굽어보았다. 적성 들녘이 반듯한 사람을 닮았. 소명을 다한 후의 내적 평화가 읽혔다.

이번 가을엔 단풍으로 배가 불렀다. 더 이상 단풍으로 가을을 정의하지 않을 것이다.

가을은 섬진강 들녘 같은 거. 나의 말년이 저러한 가을이길 소망한다.


                                                            -2020. 11. 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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