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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Mar 29. 2021

자랑에 낚였던 퍼플섬

박지도 & 반월도

이웃나라라도 가듯  정보를 탐색했다. 설렘을 즐겼다.

동화될 즐거움을 계획했다. 보라색 배낭과 연보라 티셔츠를 찾아다녔고 조화로운 색의 운동화를 구매했다.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을 평일을 택했다. 비일상이 일상이 되지 않은 삶에 감사함을 품고.


목포를 거쳐 신안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그림값 유명하다는 김환기 화가의 생가 지날 때 이미 하루가 기울었다. 밀물인지 썰물인지 모를 시간에 박지도 퍼플교를 건넜다.

박지호텔은 당일에 입소를 알리는 확인 문자에도 답이 없었고, 오후 늦게 운영자로부터 어디까지 왔냐는 연락을 받았다. 예약 따로, 운영 따로였다. 기존에 맡았던 마을 사람이 연로해지면서 외지인이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에 반월도에서 어느 공무원을 통해 들었다.

호텔이라는 이름은 과했으나  안의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면  42°C  난방의 천정 낮은  마룻방이 감동이었다. 숨막히는 뜨거움이 아니라 필터링한 따뜻함이었다. 오존, 해풍, 일조량 덕분이라고 무작정 자연을 믿고 싶었다. 

복층 퍼플룸이었다.

남도라 기대했던 봄볕은 목포에서부터 배신했다. 하마터면 일회용이 될 파커를 살 뻔했는데.

이른 아침에 마을길을 걸었다. 섬마을의 고요와 평화를 누렸고 가난을 엿보았다.

끝없는 갯벌에 낙지가 숨어있고 전복이 살고 있었다.

두어 달 후면 라벤더 박지도를 더 보랏빛 섬답게 만들 이다. 원래는 도라지꽃이 많은 마을이라 퍼플섬으로 정했다고 들었다.


차량으로 건널 수 없는 퍼플교에 여행객이 많을 때는 천 명 이상 몰린다는데. BBC가 인터뷰하고 CNN이 아름다운 섬으로 소개했다는데. 몇 날 며칠의 설렘이 허무해졌다.

교무를 맡을 때, 삼팔선 가까운 학교도 '보내고 싶은 명문고'  코너의 쪽을 장식하려고 갖은 썰을 풀어 셀프 기사문을 만들어 기자의 이메일로 보내고, 그렇게 홍보된 책자 300권 구매가 옵션이었던 일이 떠올랐다. 활자화된 것과 방송의 권위를 믿는 허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박지도에는 노인 세대만 살고 있었다.

빈 섬을 경계하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노력을 읽었다.

전날과 달리 완연한 봄이었다.

반월도에서 만난 공무원은 전국에서 노인 복지 혜택이 가장 좋은 곳이 신안군이라고 했다.  인당 70만 원 혜택을 강조했다. 

박지도에서 묵은 소감을 묻는 그에게 주거 환경을 정비해 드리지 않은 이유를 대답 대신 물었더니, 그건 개인의 몫이라고 답했다.



내게 색깔로 기억되는 행복감 중에 보랏빛이 존재한다.

대학 졸업반 사은회 때, '입는 것보다 먹는 것 중시하라'라고 노래 노래하 엄마가 통 크게 입는 것 선물해준 것이 보랏빛 한복이었다. 쇼윈도 불빛을 받은 보랏빛 한복 심장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애초에 퍼플섬이라서 설렜다.

도라지꽃이 지천으로 피고 지는 일이라면 몰라도 아름다운 섬이지는 않았다. 라벤더굳이 먼 여행아니더라도 군락지를 만날 수 있으며, 시각적 쾌감을 얻을 만한 모양새도 아니다. 신안의 자랑인 1004섬에 미안하지만 '지 맘의 법칙'에 따른 나의 결론은 그러하다.


물리적인 거리에 지치고  인위적인 조형에 식상했던지라 '가까이.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섬을 자랑하고 싶다.

인천 바닷길따라가노라면 철판 감성이 아닌 이상 시심이 일렁일 섬들이 있다.

유명 미장원 원장의 소유라는 무인도, 야생 사슴이 뛰노는 굴업도, 이장네 할머니가 김국을 끓여주던 천연의 승봉도, 당나라 소정방을 마중했던 소야도, 슬픈 실미도, 새벽이면 산둥성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백령도...

고유하게 아름다운 섬들은 동아시아 해양 도시 인천의 자랑이 아닐런. 


                                -  2021. 03.17(수)~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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