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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Apr 10. 2021

강릉 대도호 풍월이 됴흘시고

강릉 바우길

훌쩍 떠나 바다스러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을 들라면 경포대를 꼽겠다. 경포호 둑방길로 벚꽃이 흐드러진 날에 해안길을 거닐고 해송 숲길 걸었다.

강릉에는 대관령에서부터 능선과 숲과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바우길이 있다.

등대, 등표, 등좌의 차이점을, 국가항과 지방항을, 동해는 간조와 만조 때의 수심 차이가 30cm ~ 100cm이고 서해는 10m에 이르는 간만  차이 등의 바다 이야기를 들었다. 

물빛이 주는 평화로움,  고운 모래를 눌러 밟는 안온함, 폐부 깊숙히 스며드는 오존 냄새, 리듬감 있는 파도 소리, 오감 행복에 취했다.


바닷물이 쓸려간 후에 12시간 드러난 갯벌 바다 지형, 얼마  다녀왔던 서해의 섬에 그토록 허무했던 이유가 황량한 바다 때문이었음이 정리되었다. 글을 읽은 이가 만 명을 넘었더라만 사진 때문이라 믿었다.


자칭 서해를 총괄했다는 남편의 머릿속은 해양 지식이 지배했고, 문학을 사랑했던 나의 머릿속은 관동별곡이 지배했다. '갓득 노한 고래'  파도가 일지 않는 바다에서.

등표

바다, 경포호수, 강문교, 절효정문이 골골이 뻗어있다던 마을... 걸음걸음마다 송강이 노래했던 곳이었다.

경포대에 들르면 숙종 어제시, 율곡의 경포대부를 비롯한 많은 시인 묵객들의 글을 만날 수 있으나 지금은 출입을 할 수 없었다.

바우길의 정점은 허균ㆍ허난설헌 생가였다.

정녕 꽃비였다.

허균ㆍ허난설헌 남매의 생가를 찾았을 때 축복처럼 벚꽃이 흩날렸다. 댓닢이 맑은 소리로 어우러졌다. 연분홍 시폰 치맛자락 휘날리며 사진을 찍던 낯선 처녀들마저 벚꽃 풍경이었다. 더불어 아름다웠다.


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허난설헌 기념관이 있고, 아들ㆍ딸  차별 없이, 뛰어난 글 선생의 가르침을 받게 하여 고전문학의 대가로 길러낸 아버지 허엽의 호를 딴 초당 두부마을이 다.

그곳에서 우리는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다가 점심 식사를 해야만 했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성장, 글 선생으로부터 받은 영향력, 결혼 이후의 삶, 죽음, 홍길동전과 규원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에 대한 애정어린 이야기를 남편은 귀담아 들어주었다. 바닷길을 걸으면서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 2021. 4. 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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