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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Nov 16. 2024

뒤늦은 고양국제무용제 감상평

10주년을 맞이한 ⌜고양국제무용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나?

10주년을 맞이한 ⌜고양국제무용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나?


지난 10월 11일~12일, ⌜고양국제무용제⌟가 10주년 공연을 성황리 마쳤다. 4년 전 ⌜고양국제무용제⌟를 고양시 소셜기자의 인연으로 만났다. 취재를 이유로 처음 접했던 ‘제7회 고양국제무용제’의 그 감동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경쟁사회를 그린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의 위버멘쉬’와 21세기를 디지털시대의 시각으로 표현한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던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실리콘벨리’의 무대가 여전히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 후로 나는 ⌜고양국제무용제⌟의 열열팬이 되어 가을이 오면 ⌜고양국제무용제⌟ 공연일정부터 체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도 엄선된 세계 최고의 무용을 전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올해의 공연은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기념비적 감격까지 더해졌으니, 나는 팬으로서 나름의 비장한 응원심마저 들었다. 일개 시민의 마음이 이럴진대 관계자들은 10주년 공연을 더욱 뜻깊게 기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 각고의 노력 끝에 비로소 확대된 얼마간의 지원금이 올해 다시 원점이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해 기운이 빠질 법 한데, ⌜고양국제무용제⌟는 여전히 활기찼다. 본 공연이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었지만 그 아쉬움을 시민들과 직접 호흡할 수 있는 부대행사를 4일에 거쳐 더 풍성하게 구성했다. 춤 예술이 품고 있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더 힘 있게 전달했다.


이런 노력들을 지켜보며, 임미경 회장과 관계자들의 오랜 수고와 그 고단 했던 시간들을 반추해보게 되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최악의 경험이었던 코로나 19와 빠듯한 예산이 발목을 잡았을 10년의 세월들을. 


하지만 ⌜고양국제무용제⌟는 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더욱 단단하게 성장해 왔다. 지역 무용과 학생들의 역량 강화와 지역 무용 예술인들의 무대의 장을 넓혀주는 것은 물론, 시민에게는 국내와 해외에서 엄선된 최고의 춤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고양시민들도 이 마음과 노력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비록 예산 축소로 무대에 올린 작품의 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객석을 꽉 채웠다. 공연 도중 한 사람도 이탈자 없이 끝까지 관람하는 역대 최고의 매너를 지켰다. 고양 시민들이 ⌜고양국제무용제⌟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무용제를 진정성있고 소중하게 관람하는 시민들의 향상된 매너에 더욱 감동 받았던듯 하다.


이번 무대에는 첫째 날, 김영미 댄스프로젝트의 <EGO>, 홍콩 Blue Ka Wing의 <re-do re-do>, 미국 ArtLab J Dance의 <Control>, 이주희 발레모던무브의 <붉은 갓>,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노름마치 시나위>가, 둘째 날, 장인숙의 <김경란류 구음검무_부제:숨결>, 표상만의 <훌륭한 사람>, 김용걸 댄스시어터의 <바람>, 이윤경의 <춤고백 2024_위로>, 춤선캡의 <Die T(hink)>가 올려졌다.


무대에 올려진 작품 하나하나가 밀도 있었다. 아마도 작품 수가 적어진 만큼 특별히 엄선된 작품일 것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한국적인 작품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름마치 시나위>는 한국전통음악과 전통무용의 콜라보로 전통성과 현대성이 동시에 충족되는 협업이었다. 유선후 무용수의 한국적인 우아한 선과 현대적 절제미가 정말 매혹적이었다. 노름마치의 연주와 참 절묘한 동화를 이뤘다. 마치 음악의 강에 흐르는 물결처럼. <김경란류 구음검무_부제:숨결>과 <춤고백 2024_위로>는 한국인의 애환과 넋을 위로하는 힘을 가졌다. <훌륭한 사람>은 클래식 음악 ‘울게 하소서’와 한국전통음악 ‘살풀이’를 배경음악으로 한 독특한 작품으로 위로의 마음이 진하게 전달되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1차 세계대전의 전투 비행기 조정사의 삶의 무게와 고통을 상상했었다. 모자와 복장과 효과음으로 삽입된 기계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연 후 팜플랫을 읽어보니 가장으로서 짊어진 삶의 무게와 중심에 관한 아주 지극히 현대적인 주제라고 했다. 


그 밖에도 내가 몰입했던 작품들은 모두 한국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을 위로하는 춤이었다. 마치 ⌜고양국제무용제⌟가 품은 우리를 향한 위로의 마음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고양국제무용제⌟는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문화매체로 존재하게 된 듯하다. 이렇듯 낯설었던 춤이 우리의 일상과 마음속에 자리하여 대중문화로 자리할 수 있게 된 것에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나는 ⌜고양국제무용제⌟를 알기 이전엔 춤이 주는 ‘위로의 위력’을 정말 몰랐었지 않은가.


ps. 올해무용제 감상평은 그냥 넘어가려했지만 부탁을 해서 뒤늦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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